네이버+카카오택시+쏘카+배달의민족+멜론.. 러시아 'IT 황제' 얀덱스

모스크바=권순완 특파원 2019. 9. 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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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창 Now] '얀덱스 공화국' 러시아
1997년 검색엔진으로 시작, 택시·차량 공유·음식 배달
전자 결제·음원 유통 등 거의 모든 영역 침투.. 10년 만에 매출 17배
푸틴 등에 업고 구글을 반독점법 기소.. 온라인 유통도 뛰어들어 '러시아의 아마존'으로

지난 3일(현지 시각)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 노브이 아르바트 거리. 왕복 8차선 도로를 달리는 노란색 택시 차량엔 대부분 러시아어로 '얀덱스(Яндекс)'라는 회사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 회사의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된 차량이라는 뜻이었다. 인도(人道)에선 얀덱스 이름이 적힌 대형 가방을 등에 멘 남성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이 회사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배달부였다. 근처에서 만난 한 여성은 스마트폰으로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며 길을 찾고 있었다. 앱 이름은 '얀덱스 맵'이었다.

권순완 특파원

최근 러시아에선 IT(정보기술) 기업 얀덱스가 사람들의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 침투해 있다. 원래 러시아 내 1위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던 이 기업은 최근 10년 새 사업 영역을 택시·차량 공유·음식 배달·음원 유통 등으로 넓히면서 러시아 IT의 거의 전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매출액도 지난 10년간 15배 넘게 뛰었다. 한국의 경우에 대입해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택시, 쏘카, 배달의민족, 멜론 등을 모두 한 회사가 운영하는 격이다. '얀덱스 공화국'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얀덱스의 IT 장악력을 보도하며 "러시아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얀덱스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러시아 IT 서비스 공룡 된 검색 포털 '얀덱스'

얀덱스는 지난 1997년 러시아 프로그래머 아르카지 볼로즈와 그의 동료 일리야 세갈로비치가 설립했다. 얀덱스라는 이름은 '또 다른 색인(Yet Another Index)'이라는 표현의 줄임말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검색 엔진으로 시작했고, 2002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얀덱스는 2000년 제품 가격 비교 서비스인 '얀덱스 마켓'을 필두로 '얀덱스 맵'(지도 서비스·2004년), '얀덱스 비디오'(영상 검색 서비스·2008년), '얀덱스 뮤직'(음원 유통 서비스·2010년) 등으로 플랫폼을 넓혔다. 작년 매출액은 1277억루블(약 2조3000억원)이다. 10년 전(76억루블)의 16.8배였다.

'얀덱스 택시'는 얀덱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얀덱스 택시는 택시 호출 서비스로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근처 택시에 자동 배정되는 시스템이다. 서비스 초기인 2011년엔 가입 택시가 1000여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투자 규모를 불렸고, 작년엔 우버 러시아와 합병하며 업계 1위가 됐다. 현재 얀덱스 택시의 가입 차량은 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 등 16개국, 70만대에 달한다.

재작년 얀덱스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도 진출해 2년 만에 업계 선두가 됐다. '얀덱스 드라이브'는 현재 러시아 전역에 공유용 차량을 1만 1500대 보유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 수는 100만회 이상이다. 비슷한 시기 론칭한 음식 배달 서비스 '얀덱스 예다'(예다는 음식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도 업계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수도인 모스크바 지역에선 주문 점유율 43%를 기록한다. 이 밖에 얀덱스 맵(지도), 얀덱스 뮤직(음원 유통), 얀덱스 머니(전자 지갑) 등이 모두 동종 업계에서 이용자 점유율 1위다.

구글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푸틴?

전문가들에 따르면 얀덱스가 다방면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1위 검색 포털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얀덱스 검색 포털엔 뉴스·날씨·지도·금융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열돼 있다. 사용자는 포털을 통해 자연스레 얀덱스의 다른 플랫폼으로 유도된다. 지난 7월 기준 얀덱스의 러시아 검색 포털 점유율은 56%로 글로벌 검색 엔진인 구글(40%)보다 16%포인트 앞선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검색 포털 1위는 구글이지만 러시아는 예외인 것이다.

얀덱스가 러시아의 검색 엔진 시장을 '외부자'인 구글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얀덱스의 검색 시스템이 러시아어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IT 전문가들은 말한다. 러시아 단어는 성(性)과 격(格)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게 변하는데, 얀덱스 검색창에 단어 조합을 입력하면 러시아어 문법에 따라 자동 변형이 된다는 것이다. 구글과 달리 포털 시작 화면부터 다양한 생활 정보가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얀덱스는 지난 2015년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정부에 고발했다. 구글이 공장에서 출고된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자사(自社)의 검색 프로그램을 미리 설치해 불공정 경쟁을 했다는 혐의였다. 러시아 공정거래 당국은 이를 받아들여 구글에 4억3800만루블(약 8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얀덱스 측은 해당 고발건에 대해 "우리의 손을 벗어난 (정부의) 절차"라고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방송 연설에서 얀덱스가 구글과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데 대해 "국가의 지원이 없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아마존'으로

작년 10월 얀덱스와 스베르방크는 600억루블(약 1조900억원)을 들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벤처 기업을 만들었다. 기존에 제품 가격 비교 서비스만 제공하던 '얀덱스 마켓'을 본격적인 이커머스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목표였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영은행이다.

얀덱스는 이를 위해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유통을 위해 대규모 창고도 세웠다. 벤처 설립 6개월 만에 월 거래액이 10억루블(약 180억원)을 기록했다. 얀덱스 임원인 마이클 레빈은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거의 모두가 얀덱스를 신뢰하고 있고, 또 대부분은 스베르방크의 고객"이라며 "(얀덱스 마켓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미 '러시아의 구글' 지위를 가진 얀덱스가 이제 '러시아의 아마존'이 되려 한다"고 분석했다.

얀덱스는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얀덱스 택시는 헬리콥터 제조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모스크바 지역에서 유·무인 헬리콥터를 통해 승객을 이동시키는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승객을 염두에 둔 서비스다. 얀덱스는 또한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가전제품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얀덱스 스테이션' 서비스를 최근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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