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중의식의 선율 .. 그 엄숙함과 마주하다
고요한 정적 속에 먼저 무대에 등장한 건 향로였다. 은은한 향내가 퍼지는 가운데 막이 오르며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을 맡은 집사가 “(깃발을) 드오”라고 외쳤다. 고려·조선왕조의 유산(遺産)인 ‘제례악’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정악단은 지난 5일 예악당에서 모두 네 종류의 제례악 하이라이트를 모은 ‘제례악 깊이듣기’를 공연했다. 그 순서는 문묘제례악→ 사직제례악→ 경모궁제례악→ 종묘제례악. 길게는 고려 예종 11년(1116) 때부터 900여년간 이어져 온 우리 민족과 유교 문화의 정수(精髓)를 오랜만에 선보이는 자리였다.
오랜만에 제례악을 선보이게 된 정악단은 순서도 중국에서 유래한 아악이 어떻게 우리 땅에서 발전했는지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 고대 중국 아악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문묘·사직제례악은 마치 ‘흑백영화’처럼 단조로운 형식미가 극치를 이루었다. 가장 먼저 연주된 문묘제례악은 문묘에서 문선왕으로 모시는 공자를 비롯한 유학 대가 신위에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곡이다. 총 6곡인데 이날은 ‘황종궁’ ‘남려궁’ ‘고선궁’ ‘송황종궁’이 연주됐다. 주로 대나무에 구멍을 뚫은 전통 관악기 ‘적(笛)’ 소리에 맞춰 두 명의 악장이 한시를 정가로 노래했다. 4자로 한 구를 형성하고 여덟 구가 한 곡을 이루는데, 모든 음은 같은 길이 리듬으로 구성되고 모든 악기가 같은 선율을 연주해야 하는 엄격한 형식미가 철저한 유교 세계 질서를 음으로 구현했다.
특히 정조가 비운의 사도세자를 위해 만든 경모궁제례악은 사도세자 신위가 태묘로 옮겨진 뒤 제 의식이 폐지되면서 좀처럼 연주되지 않은 곡으로서 이날 무대에서 오랜만에 세상 빛을 본 의미가 컸다. 마지막 무대인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1호이자 세계유네스코위원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역대 임금 덕을 칭송하는 ‘보태평’(保太平)과 무공을 기리는 ‘정대업’(定大業)이 연주됐다.
이영 정악단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 기획의도가 현재 전하는 제례악을 깊이 있게 소개하자는 취지여서 경모궁제례악을 관객에게 선사할 기회가 생겼다”며 “제례악에서 세종의 역할은 조선왕조실록에 잘 기록돼 있다. 세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서는 향악(조선 음악)을 듣다가 죽어서는 아악(중국 음악)을 듣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악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를 진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완성된 게 종묘제례악 보태평과 정대업이다. 반면 문묘제례악은 공자 등 중국에서 비롯된 유교의 영향으로 중국의 음악을 따르고, 사직제례악 역시 자연에 대한 제사 음악은 예부터 중국 음악을 따르고 있어 종묘제례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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