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는 라멘, SSG닷컴은 라면.. 주력품 다르다

이혜운 기자 2019. 9.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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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새벽 배송 전성시대 4곳 체험해보니
그래픽=김의균

새벽 배송 전성시대다.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으로 80배 가까이 뛰었다는 게 업계의 추산. 내년이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배송업체도 마켓컬리 한 곳에서 신세계·GS 등이 뛰어들며 10여 곳으로 늘었다.

이 새벽 배송들은 각각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누구에게 편리할까. 분야별 대표 주자 4곳을 체험·분석했다.

라멘은 있지만, 라면은 없는 '마켓컬리'

오후 10시. 마켓컬리 앱을 열어 다음 날 아침 먹을 벽제갈비의 '한우설렁탕'과 프로틴방앗간의 '하루단백바', 저녁에 먹을 오리지널 생연어와 이베리코 돼지 목살, 줄기 없는 샤인머스켓 포도, 유기농 무화과 등을 주문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오징어회무침도 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마켓컬리 앱은 한 번 열면 충동 구매를 불러일으키는 간편식이 많다. 하나 둘 담다 보면 무료 배송 기준인 4만원을 훌쩍 넘는다.

대신 일반 브랜드 제품이 없었다. 라면이 먹고 싶었는데 농심 '신라면'이나 오뚜기 '진라면'은 없고 돈코츠 라멘, 안동참마쌀국수 등만 있다. 마치 '백화점 식품관' 같았다.

마감 시각인 오후 11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니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문 앞에 배송돼 있다. 7개 물건이 3개의 박스에 담겨 왔다. 아이스박스 2개와 종이박스 1개. "다음 배송 시 수거해갑니다"라고 안내가 적혀 있었지만, 다음 주문 때까지 집에 두기엔 부담스러웠다. 포장을 풀었다. 무화과 6개 중 하나는 터져 있었고, 바나나는 바로 먹기엔 덜 익은 편. 주문 제품 중 '그래놀라 검은콩'은 빠져 있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과일의 경우 최대한 맛있는 상태에서 먹을 수 있게 완숙 이전의 제품을 배송한다"며 "아이스박스와 종이박스의 경우 다음 주문 시 문 앞에 내놓으면 수거해간다"고 말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벽제갈비 한우설렁탕을 개봉했다. 내용물을 냄비에 넣어 끓이기만 하니 식당에서 먹던 맛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개봉한 오리지널 생연어도 소스가 함께 들어 있어 바로 먹기 편했다. 다만 가격 대비 양은 적은 편.

이렇듯 마켓컬리의 최대 장점은 간편식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물회', 다이어트를 위한 단백질빵 등 다른 곳에서는 사기 어려운 제품이 많다.

반면 기존 브랜드 제품이 없는 것은 단점이었다. 고소득 1인 가구나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적합해 보였다.

신의 한 수 알비백 'SSG닷컴 새벽 배송'

오후 11시. SSG닷컴 새벽 배송 주문을 위해 이 앱을 열었다. 주문 마감 시각이 마켓컬리보다 한 시간 늦은 자정이라 저녁 약속이 늦게 끝나도 주문하기 편하다.

다음 날 아침을 위한 간편식을 클릭했다. 피코크의 새우볶음밥, 노브랜드 칠리 새우 등 이마트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많았다. 이마트에서만 살 수 있었던 제품들을 새벽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어 반갑긴 했지만 마켓컬리처럼 충동 구매를 불러일으키는 특식은 적었다.

저녁으로 먹을 노브랜드 냉동 차돌박이, 간식으로 먹을 샤인머스켓 포도와 사과, 피코크 생초콜릿 다크 등을 구매했다. 최소 주문 금액은 4만원으로 마켓컬리와 같다. 결제 시 그동안 쌓아놓은 신세계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다음 날 오전 6시. 새벽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왔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대형 천가방이 하나 있었다. SSG닷컴에서 자체 제작한 '알비백'이었다. 가방을 열어보니 소고기와 과일, 과자 등이 모두 담겼다. 지퍼만 열면 물건이 나오니 정리하기 편했다.

이렇듯 SSG닷컴 새벽 배송의 가장 큰 장점은 '알비백'이다. 마켓컬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했다. 샤인머스켓(1송이)은 9000원, 무화과(6개)는 4000원 더 쌌다. 마켓컬리 샤인머스켓의 경우 줄기가 제거된 제품이긴 했지만, 굳이 9000원을 더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바나나도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배송됐다.

이마트 PB 상품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평소 이마트 제품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수 있지만, 아닌 경우에는 선택권이 적었다. 노브랜드 제품의 경우엔 저렴한 반면 기본 용량이 컸다. 과자도 묶음 판매 제품이 많았다. 4인 이상의 가족에게 적합해 보였다.

자취생에게 최적화된 'GS프레시'

오후 9시 GS프레시를 이용하기 위해 'GS샵' 앱을 켰다. 여기서 배송지를 입력하니 '오늘 22:30까지 주문 시 새벽 7시 도착'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새벽 배송 창이 열렸다. GS프레시 관계자는 "기본 마감 시각은 오후 11시지만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육·과일 등 코너는 SSG닷컴 새벽 배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트 PB 상품 대신 GS25 PB 상품이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과자·견과류·가공식품 등에 소용량 낱개 제품이 많았다. 캔커피 하나, 핫바 하나도 구입 가능했다. 최소 주문 금액도 마켓컬리와 SSG닷컴보다 1만원 적은 3만원이었다.

저녁 식사용으로 한우 대패등심, 간식으로 진라면과 캔커피, 바나나와 캐슈넛 등을 구매했다. 주문 시 GS홈쇼핑을 통해 쌓은 포인트로 할인받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배송됐다는 문자가 왔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큰 종이박스 하나가 배송돼 있었다. 개봉하니 냉동 소고기는 은박 패키지에 별도로 담겨 있었다. GS프레시 관계자는 "은박 패키지는 아이스박스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특수 제작한 물품으로, 다음 주문 시 앞에 두면 수거해간다"고 말했다.

이렇듯 GS프레시의 가장 큰 장점은 소용량 낱개 판매다. 반면 충동 구매를 불러일으키는 특식이나 간편식 종류는 적었다. 평소 대형마트를 가기엔 부담스러워 편의점이나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자취생들에게 최적화된 것 같았다.

최다 물건·전국 배송 '쿠팡 새벽 배송'

오후 11시 쿠팡 새벽 배송을 이용하기 위해 '쿠팡' 앱을 켰다. 쿠팡 관계자는 "취급 상품 수는 200만 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로켓프레시 외 문구류 등도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면에서 쉽게 찾을 순 없었다.

평소 쿠팡의 로켓 배송을 이용했던 입장에서 제품군 중 눈에 띄는 건 없었다. 견과류·갈비탕 등도 저렴한 대신 양이 많았다. 다른 업체들과의 동일한 비교를 위해 정육 코너에서 소고기를 선택했다.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하니 '로켓와우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네 곳 중 유일한 유료 회원 시스템으로, 월 회비 2900원이다. 대신 최소 주문 금액은 1만5000원으로 제일 저렴했다.

호주산 부챗살 소고기, 구이용 버섯모듬, 아스파라거스 등을 구입했다. 오전 7시 배송 문자를 받고 문을 열어보니 박스가 없었다. 배송 문자 사진을 열어보니 1층 경비실 앞에 상자가 있었다. 주문 시 배송 장소를 '문 앞'이라고 적었고, 평소 로켓 배송도 문 앞에서 받았던지라 황당했다.

쿠팡의 최대 장점은 최다 상품 수, 최소 주문 금액이다. 네 곳 중 유일하게 전국 배송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유일하게 휴무 없이 새벽 배송을 진행한다. 대신 유료 회원으로 운영되는 건 단점이었다. 그래도 물건 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대가족에게 적합해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와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가 새벽 배송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용 고객 386명 중 만족한다는 대답은 74.9%, 재이용 의향이 있다는 대답은 65.8%로 대다수였다. 앞으로도 새벽 배송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새벽 배송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고객 만족도가 높아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업체가 새벽 배송 외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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