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꼼짝마! '집방'의 시대가 왔다

신동흔 기자 2019. 9.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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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얽힌 추억에 부동산 정보 더한 TV조선 예능 프로 '이사야사'
의뢰인 조건에 맞춰 집 구해주는 MBC '구해줘! 홈즈' 등 인기
"집이 예능 차별화 소재로 부상"

'집'이 TV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소재로 부상했다. TV조선 '이사야사', MBC '구해줘! 홈즈', EBS '건축탐구―집' 등 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을 이어 '집방(집 방송)'이 뉴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부동산 가격 폭등 시대에 '힐링'(위안)을 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집'이 방송의 새로운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TV조선 '이사야사'에 출연한 전광렬(맨 오른쪽)이 길동무 김일중 아나운서와 함께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았던 서울 쌍문동 옛집을 찾아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집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는 EBS '건축탐구—집'(위)과 MBC '구해줘 홈즈!'(아래). /TV조선·EBS·MBC

지난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이사야사'는 집에 얽힌 가족들의 추억과 재미에 부동산 정보를 더해 제공하는 이른바 '쇼양(쇼+교양)'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 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무명 시절을 견뎌내고 성공하기까지 살았던 집들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공간'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것. 지난 7월에 출연한 방송인 임하룡은 옛날에 살았던 성수동 단칸방과 자기 힘으로 처음 마련한 청파동 전셋집 등을 찾아가 어머니를 모시며 동생들과 견뎌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달여 휴방(休放)을 거쳐 4일 밤 11시 방송되는 '이사야사' 개편 첫 방송에는 배우 전광렬이 나와 아버지가 손수 지은 쌍문동 옛집을 찾아간다. 건축·인테리어·풍수지리 등 집과 관련된 분야 초청 전문가 숫자도 대폭 확대했다. 이날 방송에선 전광렬의 '인생 후반전에 살고 싶은 부동산' 발굴 과정을 소개한다.

MBC '구해줘! 홈즈'는 '집방' 예능의 원조 격이다. 지난 2월 정규 편성 결정 전에 내보낸 파일럿 방송이 시청률 6%를 찍으면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직행했다. 1인 가구, 3대(代) 7인 대가족, 외국인 가족 등 다양한 시청자의 의뢰를 받아 출연진들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 나선다. 원룸에서 전원주택, 고급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가격·평수·방 개수 등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집들이 대거 소개된다. 구석구석 둘러보며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슬쩍 들여다보는 재미가 가장 큰 흥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집의 본질에 대해 성찰을 시도하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EBS '건축탐구―집'은 예능 프로 같은 떠들썩함은 없지만, 매주 한옥이나 나무집, 직접 지은 집, 나만의 명당 등 주제를 바꿔가며 집의 의미를 탐색한다. 집이라고 하면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만 보는 세태에 대해 넌지시 비판적 태도를 취한다. 지난 7월 11일 방송된 '내가 지은 작은 집' 편에선 신혼부부가 경기도 연천에 단돈 7800만원(땅값 제외)으로 정원 딸린 예쁜 주택을 지은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SBS도 최근 '생방송 투데이'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집을 찾아가는 'TV부동산' 코너를 신설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집값에 낙담하는 서민들에게 알뜰하게 집 구하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MBN이 최근 시작한 '자연스럽게'의 경우 전남 구례에 출연자들이 '세컨하우스'를 만드는 과정이 관심을 끌었다. 원래는 유명인들의 시골 정착기를 다룬 '삼시세끼'(tvN)류의 관찰 예능으로 기획되었는데, 버려진 농가를 개·보수하는 과정에 사용된 창호, 조명 등 인테리어에 호기심을 보인 시청자 중에는 마치 '집방'처럼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방송의 소재로서 덜 조명됐던 '집'이 최근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에서 차별화 소재로 부상했다"면서 "의식주 전반에 걸쳐 TV가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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