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구 170만인데, 종량제 봉투에는 한글 뿐?

2019. 9. 2. 09: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도시 서울 자치구 25곳 중 외국어 병기 종량제 봉투는 8곳 뿐
외국인 주민 "분리수거 몰랐다가 벌금 맞았다"..서울살이 고충 토로
자치구별 색상·규격 달라, 광진구는 주민설문 거쳐 연두색→흰색 교체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남자 친구가 서울에 막 온 뒤 치킨을 배달시켜 먹고 나무 젓가락과 영수증까지 담긴 종이박스를 버렸다. 이후 10만원의 벌금을 내야했다. 항의는 물론 벌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방법 조차 몰랐다.’

“나는 늘 분리수거를 원칙대로 하려는 편이다. 닭뼈는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 한 번은 치킨을 많이 배달시켜 먹은 뒤 뼈, 달갈 껍데기, 양파 껍질 등과 함께 일반쓰레기 봉투에 모아다 한꺼번에 넣어 버렸다. 그랬는데 환경미화원이 벌금을 매겼다. 뼈에 고기가 너무 많이 붙어 있으니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야한다는 거였다. 그 뒤론 내 주소와 이름이 붙은 것은 뭐든 지 학교나 공공휴지통에 내다 버리고 있다.”

페이스북에 서울 사는 외국인이 쓰레기 분리 배출의 생경함과 어려움을 토로하며 올린 글들이다. 폴카버 서울시 글로벌센터운영팀장은 “13개국어로 쓰인 서울생활 안내 책자의 한 장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할애하고, 교육 때도 자세히 안내하는데도 단속을 당해 벌금냈다는 사례를 종종 접한다”며 “한국 사람도 헤깔릴 정도로 분리배출법이 복잡하지 않나? 특히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사는 외국인은 눈치껏 버려야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겉면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적힌 가정용 일반쓰레기 봉투. [영등포구 제공]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자치구 25곳 가운데 종량제 봉투에 한글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함께 넣어 쓰레기 배출을 안내하는 구는 용산·성북·강북·노원·영등포·서초·강남·송파 등 단 8곳(30%) 뿐이다. 이 가운데 성북·영등포·강남·강북 등 4개구가 중국어까지 포함해 3개 국어를 넣으며, 나머진 영어로만 안내한다.

서울의 외국인 인구와 장기 체류는 해마다 늘며, 종량제 봉투도 ‘국제화’에 발맞춰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18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외국인 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165만명으로, 1년 새 17만명이 또 늘었다. 서울이 37만4425명으로, 광역자치단체로선 경기도(55만8197명) 다음으로 많다.

서울 자치구에선 영등포(4만9151명), 구로(4만5686명), 금천(2만7524명), 관악(2만5418명) 순으로 2만명을 넘었다. 동대문(1만9848명), 광진(1만9729명), 용산(1만9126명) 순으로 2만명을 넘보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종량제 봉투의 제작, 배포는 자치구 고유 업무이다. 외국인 주민이 많은 자치구가 외국인을 상대로 한 분리배출 안내에도 보다 적극적이긴 하다.

통계로 미뤄 인구 구성과 종량제 봉투의 외국어 병기가 반드시 비례하진 않음을 알 수 있다. 구로, 금천, 관악, 동대문, 광진은 외국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데도 종량제 봉투에 한글만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자치구는 국적이 중국동포 등 조선족이 많아 이들이 한글을 잘 알고 있어 굳이 외국어로 안내할 필요가 없어서란 설명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종량제봉투에 형형색색으로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넣을 경우 환경 오염 우려도 있다”고 했다.

광진구는 지난달 종량제봉투 개선과 관련한 주민 대상 설문을 벌였지만, 외국어 병기 요구는 없었다고 했다. 이 조사에선 가정용 일반쓰레기 봉투의 현재 색깔인 연두색을 흰색으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63%로 가장 많았으며, 분리배출 문구 안내(37%), 무단투기방지 안내(31%) 등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광진구는 오는 10월 중에 설문 결과를 반영해 가정용 일반쓰레기 봉투를 흰색으로 변경, 제작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웃 간 갈등과 오염 방지 차원에서 종량제 봉투에 외국어 안내를 표기할 것을 적극 검토하라고 자치구에 안내하고 있다”며 “하지만 종량제봉투의 종류, 재질, 규격, 색상, 생분해성 등 지침만 있을 뿐 제작부터 무단투기 단속까지 모두 자치구 고유 업무라서 강제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명절을 앞두고 단독주택 밀집지, 특히 외국인 주민이 많은 구에선 어김없이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차제에 시류에 맞춰 외국인 거주와 체류 편의를 위해 글로벌 도시 서울에선 외국어 병기 전면 실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jsha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