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전통·정성 가득한 30가지 찬.. 맛과 멋으로 채운 '남도 한 상'

기자 2019. 8. 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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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은 대원식당의 한정식. 아담한 근대 한옥집인 이 식당 한정식에는 숯불에 구워낸 삼겹살과 주꾸미를 비롯해 가오리찜, 간장게장, 전복 내장젓갈, 모둠전, 호박잎 쌈, 문어숙회 등 30여 가지 찬이 나온다.
순광식당의 낙지볶음.
포시즌 팬트리의 치아바타 빵과 커피.
아랫장 건봉국밥의 국밥.

여름 끝자락에 만난 ‘순천의 맛’- 2

숯불로 구운 삼겹살과 주꾸미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매력

돼지 부속물 가득 담은 국밥

간단하면서 넉넉한 한끼 식사

매콤하면서 깔끔한 낙지볶음

칼칼한 바지락국과 찰떡궁합

향기부터 고소한 치아바타 빵

유럽풍 베이커리 카페도 일품

순천 여행 첫날의 일정을 마친 후 저녁시간 내내 순천만습지에서 들었던 바람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소박한 잠자리를 만끽하며 그 바람소리가 너무 아쉬워 꿈에서도 들리길 소망했다. 아직도 귓가에서 맴도는 순천만습지의 시원한 바람 소리를 기억하며 순천 미식여행 마지막 날을 기록한다.

이른 아침 게스트하우스 안주인과의 커피 담화가 마냥 즐거웠다. 이러다간 아랫장 방문이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젊은 부부의 열정 어린 게스트하우스 운영 경험담은 다음에 듣기로 했다. 우산 하나 챙겨 들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나온 후 빗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세지기만 했다. 큰길 모퉁이 돌아 길 하나를 건너니 아랫장 입구가 바로 보였다. 매달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는 순천의 아랫장은 비가 제법 오는 날이었지만 장날 풍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활기찼다. 제철 농산물과 수산물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수확한 다양한 채소며 약초며 이것저것 가지고 나온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많았다. 날씨와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타인의 삶의 모습을 보니 겸허함이 밀려왔다. 젊은 시절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위대한 일상’의 모습들이 이곳 아랫장에 정말 많았다.

아랫장의 유명한 국밥집 ‘건봉국밥’을 방문했다. 3대째 가업을 이어 50년 이상 운영 중인 국밥집이다. 할머니 대에서 이미 연탄불로만 30년 장사를 했었고 이후 어머니로, 지금은 아들과 며느리가 일하고 있다. 메뉴에는 다양한 국밥 종류가 있었지만 가장 기본메뉴인 ‘국밥’을 주문했다. 머리 고기와 내장, 순대가 국밥 안에 풍성하게 들어있었다. 그리고 큰 쟁반에는 계절 야채와 김치 세 가지, 그리고 양념장과 새우젓 등이 함께 나왔다. 양념장을 넣고 저은 후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았다. 내장 특유의 향은 잘 잡혀있었다. 그리고 김치는 젓갈이 많이 들어간 듯했다. 향이 입안에 오래 머물렀지만 서로 함께하니 허전하지 않았다. 간단하지만 넉넉한 한 그릇의 국밥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이곳에 와 아침을 즐기는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맛의 믿음을 줬던 것 같다. 나와 같은 시간, 이곳에 머물렀던 많은 사람 또한 또 하나의 맛의 믿음을 이곳에 더해 주고 떠났을 것이다.

순천시청이 위치한 원도심 부근에는 오래된 식당이 많다. 그중 전통 남도 한정식으로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있어 방문했다. 지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지금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대원식당’이다. 현재 사장이 운영한 지 53년 됐다고 한다. 지인의 어머니가 운영한 시간까지 합하면 100년이 훨씬 넘는 식당이다. 아담한 근대 한옥 대원식당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넓지 않은 마당에 조성된 아담한 정원에서 묵직한 세월이 느껴졌다. 음식이 나오는 장면은 이 집의 볼거리다. 주방에서 6인 크기의 교자상에 찬을 2단으로 쌓아 올려 방까지 두 명의 직원이 함께 들어서 옮긴다. 식탁이 있는 방에는 식탁 위로, 온돌 바닥 방에는 교자상 위로 준비된 상을 얹어내는 방법으로 음식상을 낸다. 주말에는 이 집의 10대 후반 후계자가 직접 일을 도우며 상을 옮기는데 이 집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단골들은 이 모습에 더욱 박수를 보낸다. 찬 하나하나 전통과 정성이 빠지지 않았다. 그중 숯불로 구워낸 삼겹살구이와 주꾸미구이는 단연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점보다 훨씬 부드럽고 은은하게 숯불 향을 입혔다. 그 외에 가오리찜, 간장게장, 토하젓, 양태구이, 칠게 볶음 조림, 전복 내장젓갈, 모둠전, 삼채, 청각나물, 6가지 김치, 3가지 젓갈, 짱뚱어조림, 가지나물, 호박잎 쌈, 문어숙회, 고등어조림, 버섯, 고춧잎 초무침, 대갱이 무침 등 총 30여 가지의 찬이 등장했다. 요즘 한정식집을 가면 전통적이지 않거나 간혹 국적을 알 수 없는 음식 등이 함께 나와 찬수를 채우는 꼼수도 보게 되는데 이 집의 경우 아직도 오직 전통적인 방법으로 찬을 만들고 맛을 지키고 있어 두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주고 싶다. 오래된 집의 분위기를 더욱 느끼기 위해서는 대문 출입문 옆 사랑채보다 주방에서 가까운 안채에서 식사하는 것을 권한다.

순천시청 인근 ‘순광식당’은 순천뿐 아니라 전라도 인근에서도 낙지볶음으로 유명한 집이다. 일요일에 문을 닫아 이튿날 월요일에 다시 방문했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산낙지 탕탕탕’이지만 현재 금어기인 이유로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오는 사람들마다 산낙지 탕탕탕을 찾는 통에 일하는 직원은 “금어기라 탕탕이는 안 돼요. 낙지볶음이 돼요”라고 계속 외치면서 일할 정도였다. 낙지볶음은 우선 시각적으로 눈맛을 이끌었다. 아주 매콤했다. 하지만 그 진지한 매운맛이 끝까지 일정하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끝 맛은 깔끔했다. 찬으로는 북어고추장무침, 연근조림, 메추리알, 오이새우, 꽈리고추볶음, 토하젓, 파김치, 김치, 바지락국 등이 나왔는데 그중 내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은 파김치와 바지락국이었다. 파김치는 보기보다 전혀 맵지 않았고 파김치 특유의 구수한 맛이 오히려 낙지볶음의 매운맛을 중화시켜 줬다.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바지락 맑은국은 입맛을 더욱 자극해주는 조력자였다. 낙지볶음과 즐기니 그 칼칼함과 매콤한 맛의 지속력이 증가되면서 맛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내공 있는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기분 좋게 이 집의 구석구석을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됐다. 특히 주방 입구를 쳐다보니 다듬어 놓은 파들이 어찌나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던지 그 모습이 참 예쁘고 깔끔했다. 파김치를 담그려 준비해 놓았나 보다. 주방이든 식사공간이든 어느 곳이든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는 이 집은 분명 맛을 존중하는 곳이다. 마당에는 어느덧 한 무리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 단체 손님들로 가득 찼다.

오래된 맛집이 많이 모여 있는 순천시청 부근에 아주 멋진 장소가 새로 생겨 반가웠다. 사실 이런 멋진 곳이 순천에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 베이커리 카페 & 키친을 표방하는 ‘포시즌 팬트리’. 이곳은 건물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숨어있다. 순천으로 귀향한 세련된 마케터 부부는 3층짜리 허름한 건물을 사들여 ‘빌라 드 순천(Villa de Suncheon)’이라고 이름 짓고 3층은 문화 다목적 홀로, 2층은 디자인 호텔로, 지하는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으로 개발 중이다. 건물 1층에 ‘포시즌 팬트리’를 지난해 오픈해 벌써 주변의 랜드마크가 됐다. 출입문에 들어서자마자 유럽풍 오픈 주방 오븐에서 풍기는 고소한 빵 굽는 향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집 김주형 대표는 “버터와 밀가루, 그리고 초콜릿 등 모두 프랑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 원두는 성격이 다른 두 종류를 사용하고 있었고, 시그니처 빵 메뉴는 ‘치아바타’이다. 부드럽고 고소하며 씹는 맛이 좋은 치아바타는 서울에서 가장 실력 있는 베이커리 셰프들을 스카우트해 온 덕분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방문해서 이곳의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건물 전체 층의 개발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차근차근 완성해보려 합니다.”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많은 경험을 누렸던 김 대표는 “시각적인 곳에만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베이커리 카페의 본질인 ‘맛’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벌써 오픈한 지 1년이 돼 가는데 주말에 이곳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 부부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빌라 드 순천의 마스터 플랜이 성공적으로 순항하길 기대한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끝자리 2·7일은 아랫장

주말밤에는 맛난 야시장

끝자리 숫자 2일 혹은 7일에 열리는 순천 아랫장(061-741-3334)은 전남 순천시 장평로 60에 자리하고 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 등 주말 밤에는 음식특화 야시장이 선다. 가족 동반 방문객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며 오후 10시까지 푸드코트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아랫장에서 국밥으로 유명한 ‘건봉국밥’(061-752-0900)은 장평로 65에 있다. 다양한 국밥 8000원, 막창국밥 9000원, 모둠수육은 2만5000원이다. 오전 6시 30분부터 식사가 가능하다.

풍성하고 제대로 된 남도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대원식당’(061-744-3582)은 장천동 장천2길 30-29에 있다. 수라상 3만 원, 대원상은 4만 원이다. 계절마다 새조개, 참꼬막, 전어회, 전어구이, 능이버섯탕을 시가에 팔고 있다.

낙지볶음을 즐길 수 있는 ‘순광식당’(061-745-6331)은 중앙5길31에 있다. 낙지볶음은 2만 원, 9월 금어기가 풀리면 이 집의 별미인 산낙지 탕탕탕 가격이 1인 2만 원, 계절별미 능성어 지리탕은 1인 1만5000원이다. 일요일은 휴무다. 유럽풍 베이커리 카페 & 키친 ‘포시즌팬트리’(061-743-5386)는 장천2길 22에 자리한다.

시그니처 빵 치아바타 5500원, 전통 바게트 4000원, 크루아상 3500원, 커피 4500원, 라테 5000원, 아침마다 준비하는 100% 착즙 주스가 8000원이다. 커피, 케이크뿐 아니라 빵을 기본으로 한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다.

본문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순천시 원도심 문화거리에 조성돼 있으며 청수정 마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청수정 마을카페’(061-752-5280)는 금곡동 114-2번지에 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 9000원, 엄마밥상이 7000원이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좋아 순천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2시까지 점심만 판매한다. 일요일, 공휴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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