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장 갔더니.. 아직도 눈치 보는 내 신용카드

심혁주 기자 2019. 8. 2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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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변한다. 대형마트의 확산으로 사라지던 시장이 문화라는 특색을 입고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시장이 우리 곁으로 온전히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머니S>가 전통시장에 부는 변화의 흐름을 살피는 한편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시장’의 재발견-③] 전통시장 활성화, 남은 문제는?

“서울에 시장이 300개가 넘게 있다고요? 광장시장, 망원시장 말고는 모르는데….”

지난 8월1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22세 대학생 강모씨는 한손에 식혜를 들고 친구와 시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평일 낮 시간에도 광장시장은 관광객과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보다 앞서 주말이었던 8월17일 기자는 용산구에 있는 한 전통시장을 찾았다. 광장시장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다. 과일가게 앞에서 수박, 복숭아를 고르는 손님들을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거의 없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채소를 사고 있던 손님 김모씨(56·여)는 “재료가 조금만 필요할 때 가끔 시장에 온다. 아무래도 오래, 많이 장을 보려면 자동차가 있어야해 대형마트가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광장시장, 망원시장, 풍물시장 같은 전통시장이 각자의 방법으로 활성화에 성공했다. 그간의 단점을 극복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관광지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통시장은 여전히 세월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전통시장 현대화, 금융혜택 등 지원에 나섰는데도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건 왜일까. <머니S>는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손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 한 시장 모습. /사진=심혁주 기자

◆고질적 문제 ‘주차장’

“주차할 데가 없어서 차타고는 안와요.”

가족과 함께 전통시장을 찾은 직장인 한모씨(45·남)는 전통시장의 문제점으로 주차난을 꼽았다. 그는 “좁은 길에 위험하게 주차할 바에야 그냥 걸어오는 게 마음 편하다”며 “차가 없으니 시장에 와서 음식을 사먹거나 과일 조금 사는 거 아니면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전통시장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주차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8월부터 1년간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전통재래시장 관련 민원 1203건을 분석했다. ‘시설이용 불편’ 관련 내용이 전체의 50.2%로 가장 많았고 ‘활성화를 위한 건의’(11.8%), ‘물품 구매 및 결제 관련 불편사항’(11.5%) 순으로 나타났다.

시설이용과 관련해선 ‘주차 및 도로 이용 불편’이 258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점 및 무단적치물로 인한 통행 불편’ 민원이 119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외 대중교통시설 불편 67건, 쓰레기·악취 등 환경시설관리 불만 64건, 위법건축물관리 요구 46건, 소방·전기 등 안전시설 문제점을 지적한 민원도 23건으로 나타났다.

주차장 보급률도 수치로 확인된다. 2017년 서울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은 전국 평균(72.0%)에 한참 못 미치는 41.7%에 불과했다. 올 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전국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형마트와 비교해 시장과 매우 근접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차장이 생기더라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역시 ‘주차금지’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갓길에는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 한 시장 인근 갓길에 주차된 차량. /사진=심혁주 기자

◆“카드 말고 계좌이체 됩니다”

한 점포에서 과일을 3000원어치 구매했다. 편의점이나 마트였으면 당연히 카드를 꺼내들었겠지만 시장이라는 이유로 카드사용이 망설여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사용이 되는지 묻자 계좌이체를 요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통시장 관련 민원 중 22.5%는 신용카드 사용거부를 꼽았다. 지역화폐, 카드형 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발전되고 있지만 카드사용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가 발길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않지만 현금결제를 더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 상인은 “가격이 적은 경우는 손님들도 그냥 현금을 주고 간다”며 “수수료가 낮긴 하지만 그래도 현금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현행 카드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0.8%, 중소가맹점은 3억~5억원 1.3%다. 서울시는 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를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재래시장에서 만큼은 실효성이 낮아보였다.

◆제로페이, 이용 힘들어

“제로페이요? 어르신들은 뭔지도 몰라요.”

상점마다 붙여어는 제로페이 QR코드를 보고 한 상인에게 ‘제로페이 많이 쓰느냐’고 묻자 이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날 역시 대부분의 손님은 결제수단으로 현금을 택했다.

지난 6월 하루 평균 제로페이 결제금액과 이용 건수는 1억6947만원, 8945건으로 나왔다. 출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용·체크카드로 하루 평균 2조원이 넘는 금액이 결제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다.

서울특별시의회가 지난 5월에 실시한 ‘제로페이 사업 활성화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조사’ 결과다. 가맹점은 ‘수수료 무료’(96%)를 장점으로 꼽았지만 단점으로는 ‘소비자의 인지도가 낮음’(56.0%), ‘결제과정이 복잡함’(22.0%), ‘고령층이 이용하기 어려움’(13.0%) 등을 꼽았다. 고령층 이용자가 많은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가 활성화될 수 없는 이유다.

시장 세군데를 둘러봤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겠지만 접근성(대중교통 이용시)과 가격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시장은 위생이 안 좋다는 인식도 해소될 정도로 현대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중소형시장은 광장시장에서 느꼈던 북적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시장 안에 있던 한 가게에는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한 상인은 “(시장에) 그냥 나와서 앉아 있는 거지. 요즘 사람들이 시장에 오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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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혁주 기자 simhj09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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