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도 가뿐'.. 전기자전거 타보니

양연호 2019. 8. 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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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자전거 '팬텀 마이크로 20'

[뉴스&와이] "차라리 내려서 걸어갈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오르막을 만났을 때 누구나 한 번쯤 드는 생각이다. 함부로 도전했다가는 경사로 중간쯤부터 엉덩이를 치켜들고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야 한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금세 땀으로 뒤범벅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오르막길이 반가운 자전거가 있다. 평지에서처럼 똑같이 페달을 밟을 뿐인데 '위윙~' 소리와 함께 모터가 돌기 시작하면서 힘겹던 페달이 가벼워진다. 최근 가벼운 외출이나 출퇴근용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 중인 전기자전거 얘기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기자는 평소 주말에 지인과 약속이 잡히면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애용하는 편이다. 자전거로 편도 30분 이상 소요될 때에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지만 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를 본 순간 강북에서 잡힌 약속 장소까지 호기롭게 전기자전거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삼천리자전거의 20인치 접이식 전기자전거 '팬텀 마이크로'

◆ 전기자전거는 전동스쿠터가 아니다

전기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스쿠터와 일반 자전거의 중간 버전쯤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외관상 자전거 형태를 띠고 있지만 페달은 거들 뿐 실상 모터가 모든 주행을 책임지는 '이상적인' 자전거 말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어디까지나 페달이 중요한 동력(動力)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자전거에 더 가깝다. 모터와 배터리가 페달링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조금 더 편하게 탈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전기자전거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법적으로 자전거 범주에 들어가려면 모터가 지원하는 속도가 시속 25㎞ 이하여야 한다. 그보다 빠른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의 범주를 벗어난 스쿠터가 되는 것이다.

전기자전거 구동 방식은 '파스(PAS·Power Assist System)'와 '스로틀(Throttle)' 두 가지가 있다. 파스 방식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그 힘을 감지해 모터가 작동하는 원리다.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모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를 이용해 동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페달링이 필요하다. 반면 스로틀 방식은 오토바이처럼 자전거 핸들 오른쪽에 장착된 그립을 당기면 모터가 작동한다, 페달링 없이 모터로만 주행하기 때문에 자전거라기보다는 전동 스쿠터에 더 가깝다.

따라서 파스 전용 방식이 적용된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도로 주행이 가능하지만 스로틀 전용이나 파스·스로틀 겸용 제품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구분돼 자전거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서 가벼운 운동도 즐기고 싶다면 파스 전용 전기자전거를, 일반 차로를 이용하며 오토바이처럼 편한 주행을 원한다면 파스·스로틀 겸용 제품이 적절하다.

파워 어시스트를 3단계로 설정하고 페달을 밟으니 최대 속도가 24km/h 부근에서 형성됐다.

◆ '위윙∼' 오르막길도 시속 15㎞로 거뜬

기자가 이용한 삼천리자전거 20인치 접이식 전기자전거 '팬텀 마이크로'는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작동해 전기적 어시스트가 들어오는 파스 방식 전기자전거다.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달리다 전기자전거로 쓰려면 자전거 왼쪽 손잡이에 부착된 LCD 디스플레이에서 'ON'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된다.

전기모터의 힘(파워 어시스트)은 5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1단계로 설정 시 1회 충전으로 최대 50㎞를 주행할 수 있다. 1단계는 저속·평지 주행 시 사용하며 5단계는 고속·경사로 주행 시 설정하면 된다. 숫자가 커질수록 모터가 더 높은 출력을 내는 셈인데, 그에 따라 주행 가능한 거리도 바뀐다. 파워 어시스트 모드는 LCD 디스플레이의 화살표 스위치를 이용해 바꿀 수 있다.

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파워 어시스트를 1단계에서 3단계까지 조절해가며 페달을 밟아봤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니 최고 속도는 시속 24㎞ 부근에서 형성됐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자전거에 승차하면 주로 뒷바퀴 쪽에 하중이 실리는데, 팬텀 마이크로는 모터가 뒷바퀴 허브 쪽에 위치한 후륜 구동 방식이라 페달이 돌아갈 때마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부드럽게 밀어주는 느낌을 받으며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오르막이 나타나자 전기자전거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일반 자전거는 경사로에 다다르기 20m쯤 전부터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최대한 탄력을 받으며 돌진해야 에너지를 되도록 덜 소모하며 경사로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텀 마이크로는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파워 어시스트를 올리자 평지에서와 동일하게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슝슝~' 치고 나갔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니 디스플레이에는 시속 15㎞ 속도가 찍혔다. 평지보다는 조금 더 힘 있게 페달을 밟아야 했지만 일반 자전거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도 기존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팬텀 마이크로를 절반으로 접은 모습.

◆ 레저·근거리 이동 수단으로 '딱'

팬텀 마이크로는 차체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트포스트 내장형' 배터리를 장착해 외관상 일반 자전거와 차이가 없는 콤팩트한 디자인과 휴대·보관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또한 접이식 자전거의 장점을 살려 지하철이나 KTX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쯤 접힌 상태로 휴대한 채 승차가 가능하다.

약속 장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접이식 자전거의 장점을 느껴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접으니 가로 63㎝, 세로 79㎝로 경차에도 가뿐히 실을 수 있는 크기로 변했다. 다만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전거 특성상 무게가 상당해 지하철 역사를 오르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유의해야 할 점도 있었다. 파워 어시스트 모드를 이용할 때는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모터가 작동하며 가속이 돼 좁은 골목길이나 번잡한 곳에서는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다. 속도나 토크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 놓은 출력으로 모터가 동작하기 때문이다. 또 전기자전거를 타다가 신호등에서 대기할 때 습관적으로 페달 위에 발을 올려놓는데, 이때도 발을 땅에 내려놓고 브레이크를 꽉 잡고 있는 것이 안전해 보였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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