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Journal] 핸드백 대신 빅 백팩..必환경이 바꾼 스트리트 패션

이윤재 2019. 8. 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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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유물이던 백팩이
여성들 패션아이템 부상
노트북등 디지털 용도서
텀블러 공간까지 필수로
美서 시작된 소확행 열풍
'100m 마이크로 산책'도
백팩 유행 부추기는 요인
노스페이스 여성 모델이 빅 백팩 `빅샷`을 메고 있다. [사진 제공 = 노스페이스]
#30대 워킹맘 윤씨는 원피스·운동화 차림에 백팩(backpack)을 메고 출근한다. 출근 전 카페에 들른 윤씨는 모닝커피를 주문하며 텀블러를 건넨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챙겨 회사 인근 양재천으로 나간다. 윤씨는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마친 후 가벼운 산책을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나만의 점심'을 즐기는 윤씨에게는 이 순간이 바로 힐링의 시간이다.

#요즘 서울 핫플레이스인 성수동·익선동 등에서는 커다란 백팩을 메고 있는 젊은 여성들 모습이 낯설지 않다.

대학생 김씨는 "텀블러·노트북 등이 필수품이 되다 보니 요즘엔 여학생도 큰 백팩을 선호한다"며

"스트리트 패션과도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등하교는 물론 여행 갈 때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필(必)환경' 화두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라이프스타일 역시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필환경이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움직임으로, 서구 사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운데서도 환경에 대한 공동체 의식 또한 매우 높아 이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것이 바로 대표적 사례다. 이렇게 소박하지만 필환경 시대의 가치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소비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백팩이 유행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젊은 세대가 몰리는 온라인 패션 편집몰 무신사의 가방 부문 인기 랭킹을 살펴봐도 이 같은 트렌드가 확연히 나타난다. 제품 대부분이 모두 가로 30㎝ 이상, 세로 45㎝ 이상으로 성인 남성에게도 넉넉한 사이즈의 빅 백팩이다. 다양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외부 포켓이 많고 스트랩, 벨크로, 버클 등 디테일이 다양한 디자인적 특징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네이키드니스 앱솔루트, 블랙야크 BAC어택팩40, 나우와 누깍이 컬래버레이션 한 백팩. [사진 제공 = 무신사스토어·블랙야크·나우]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노스페이스 '빅샷(BIG SHOT)'이다. 노스페이스의 헤리티지를 구현한 빅샷은 지난 5월 중순 무신사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품절 사태를 빚으며 예약 판매를 진행할 정도다.

빅샷 인기에는 어글리 슈즈로 대변되는 뉴트로 열풍에 부합하는 투박한 멋과 함께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텀블러 휴대 문화에 어울리는 외부 수납 공간 등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노스페이스 '미르(MiiR) 텀블러'도 덩달아 인기다. 이 제품은 미국의 사회적기업으로 수익금 일부를 물·건강·식품 분야에 기부하며 '착한 텀블러'로 유명한 미르와 컬래버레이션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백팩이 유행하는 배경에 '친환경' 트렌드가 작용하면서 착한 텀블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미르 텀블러를 함께 구매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는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최근 다양한 필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인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은 최근 페트병 리사이클 원단을 적용한 '샷팩(SHOT PACK)'을 선보였다. 500㎖ 페트병 약 18개를 재활용한 이 제품은 노스페이스 고유의 스타일을 새롭게 해석했다.

뉴에라 '캐리어 백팩'도 인기가 높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레벨3 유저에게 지급하는 가방과 유사한 디자인을 갖춰 '3렙 가방'이라고도 불린다.

뉴트로 열풍에 따라 그레고리 백팩도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 6월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국 단독 리미티드 에디션인 '데이팩 메쉬'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커버낫의 올해 봄여름(SS) 대표 제품인 '코듀라 어센틱 로고 럭색'은 빅로고가 특징인 제품으로 코듀라 원단을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사이드 포켓 등을 통해 수납성을 높였다.

블랙야크 'BAC어택팩40'은 등판이 뜨는 구조인 자체 개발 '야크에어링' 등판 시스템을 적용해 열기를 빠르게 배출해줘 더운 날씨에 제격이다. 100%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탁월하다. 한국인 신체 사이즈에 최적화된 구조와 웨빙스트랩으로 착용감이 좋다. 또 물건을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변형 티어드롭형 디자인으로 다양한 용품을 수납하는 데 편리하다.

지속 가능한 라이프웨어를 콘셉트로 하는 나우(Nau)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업사이클 브랜드 '누깍(Nukak)'과 협업한 백팩 컬렉션으로 눈길을 끈다. 협업 컬렉션은 '재생'과 '공존'의 의미를 담아 다 쓴 카이트서핑 세일을 소재로 했다. '100m 마이크로 산책(Micro Walks)' 붐 역시 백팩의 인기를 부추기는 문화다. 몇 해 전 미국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작은 변화를 매일 담아내고 관찰하려는 움직임으로 이른바 '현미경 탐험'이라고도 불린다. 백팩이라는 아이템은 '100m 마이크로 산책'에 꽤나 어울릴 수밖에 없다. 백팩 속에 들어 있는 책 한 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 등은 '나의 산책'을 풍성하게 만드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 팀장은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불편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소비시장까지 강타하면서 소비 그 자체가 작지만 즐거운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패션이 단순히 입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가치를 대변하는 한층 복합적인 형태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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