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스펙' 대입 자소서에 기재.. 高大 "논문 하자땐 입학 취소"

박세미 기자 2019. 8. 22.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국 의혹 확산] 조국 딸 지원 당시 모집요강, 자소서와 기타 증빙자료 요구
전문가 "논문도 냈을 가능성".. 조국 측 "논문 제출 안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려대 입학 전형 당시 자기소개서를 통해 문제가 된 각종 논문·인턴십 실적을 제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법무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전날 "조씨가 지원한 입학 전형에서는 교과 성적이 아닌 연구 활동 내역 등은 평가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자기소개서에 논문을 언급하긴 했지만 '제1저자'라고 적거나 논문 원문을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고려대는 "논문 작성에 하자가 있었다면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0년도 고려대 입학사정관 전형 백서'에 따르면, 조씨가 지원했던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주요 전형 요소로 자기소개서와 함께 '기타 증빙 자료'를 적시하고, 학업 외 활동을 '제출 서류 목록표'에 일일이 적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목록표에는 수험생이 제출한 서류명과 서류 내용, 발행 기관과 총 쪽수까지 적도록 돼 있다. 모든 증명서는 원본을 제출하되, 사본을 제출할 경우 원본을 가지고 대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원본 대조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본 서울 사립대 입학사정관 A씨는 "이 전형에 지원하면 당연히 자신이 제1저자로 등록된 의학 논문은 물론 한국물리학회 수상 경력 등을 전부 서류 목록표에 넣고 구체적인 내용도 적었을 것"이라며 "규정에 따라 당연히 원본도 제출했을 것"이라고 했다.

단국대 의대 연구과제 내역서, 조국 “딸 부정입학 의혹은 가짜 뉴스” - 단국대 의대 연구팀이 수행한 한국연구재단 연구 과제 내역. 연구 종료 시점이 2007년 6월 1일로 등록돼 있다. 실제 연구 종료 시점은 2007년 6월 30일이다(왼쪽 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서울 종로구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장관 후보자로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딸 부정입학 의혹은 명백한 가짜 뉴스”라고 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연합뉴스

실제로 조씨가 고려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도 한영외고 재학 당시 참여했던 각종 인턴십 활동, 논문 실적 등이 꼼꼼하게 기재돼 있었다. 고교생 신분으로 2주 인턴을 했다는 이유로 '제1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단국대 의학 논문에 대한 언급은 물론,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 인턴십,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하는 '여고생 물리캠프' 장려상 등의 이력도 모두 포함됐다.

조씨는 자기소개서에서 "환경, 생태, 보건 등에 관련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수학, 생물, 물리 등 이과 계열 과목의 공부와 인턴십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려대가) 고교 시절부터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습 경험을 갖춘 지원자(조씨)를 놓치는 것은, 미래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환경생태학자, 환경분야 국제기구 요원 한 명을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조씨는 2014년 부산대 의전원에 낸 자기소개서에서 대학시절 쌓은 각종 스펙을 학년별로 정리했는데, 1학년 때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분자인식연구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성인병 관련 약물 실험을 준비하고 영어 논문 자료를 분석했다"고 적었다. 2학년 때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통역 및 수술실 보조 의료 봉사를 했다. 부산의 한 병원 외과 과장님이 책임자였다"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한 학기 공부하면서 캐나다와 한국의 의료 체제를 비교했다"고 했다. 4학년 때는 "우간다 소재 의료지원단체와 협정을 맺고, 2013년 8월 해외 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는 "의전원 입학을 위해 잘 짜인 코스를 밟은 느낌의 자소서"라고 했다.

'가족의 인맥(人脈)'을 적극 활용하려 한 흔적도 있었다. 부산대 의전원 측은 당시 자기소개서 양식에 '부모나 친·인척의 직장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술은 금지함'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조씨는 "여러 집안 어른들 중 부산대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시는 분이 많다" 등의 문장을 썼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진학 후인 2015년 서울 대치동 A학원 등지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조교'로 일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고려대 측은 21일 "논문 작성에 하자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씨에 대한 서면이나 출석 조사를 진행하고, 학사운영규정의 입학취소사유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절차를 거쳐 입학 취소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5만원에 팔리던 조국딸 자소서… '논문 보도' 후 사이트서 사라져

조씨는 2010년 대학·의전원 입시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들을 각종 양식 샘플을 유료로 제공하는 사이트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자신의 대학 입시 자기소개서에는 건당 6000원, 의전원 입시 자기소개서에는 건당 5만원의 가격을 각각 책정했다. 조씨 자기소개서들은 본지의 부정 입학 의혹 보도가 나온 21일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