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9일 한 시대 막을 내리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오래 전 '이날']
[경향신문] [기타뉴스][오래 전 ‘이날’] 8월19일 한 시대 막을 내리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한 시대 막을 내리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을 비롯한 모든 매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2009년 8월 18일 86세를 일기로 서거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그는 참혹한 전쟁, 군부독재, 복잡한 국제정세 등의 격랑 속에서도 우리가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해 조금씩 전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던 지도자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만 10년이 된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님이 떠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의 곳곳에서 당신을 만난다”면서 “국민의 손을 잡고 반발씩, 끝내 민주주의와 평화를 전진시킨 김대중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는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평생을 한반도의 민주주의와 평화에 헌신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그의 서거를 다룬 보도들을, 그가 남긴 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학교에 있는 내게 볼 일이 있어 찾아오셨는데 일본말을 못했다. 나는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면 안되었기에 결국 아무말도 못하고 헤어졌다. 학교가 끝나고 아버지에게 무슨 용무였는지 여쭸지만 아예 말씀을 안했다. 더 이상 여쭐 수도 없었고, 그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1938년 ‘조선어 수업’이 폐지된 후 ‘소년 김대중’이 겪은 일. 1999년 낸 자서전.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우리가 우리의 적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자. 그래서 사랑하는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의해 1980년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후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
· “나는 일생에 5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 2005년 특별강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5번의 죽을 고비’를 살펴보자. 첫번째 죽음의 위기는 50년 한국전쟁 때 찾아왔다. 그는 당시 목포 흥국해운 사장이었고 정치범으로 목포 형무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패주하던 북한군은 이들을 감옥에서 끌어내 총살하려 했으나 전황이 급박해지면서 급하게 철수했다. 그렇게 첫번째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두번째는 1971년 5월 전남 무안군 국도에서 당한 교통사고. 사고를 일으킨 덤프트럭은 공화당 의원 소유였고 운전사는 도주했다. ‘정적 제거’ 의혹이 일었지만 끝내 영구미제로 남았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일본에서의 피랍과 대한해협 수장 위기였다. 미 국무부의 개입과 압박으로 가까스로 또 고비를 넘겼다. 마지막은 신군부가 조작한 ‘내란음모 사건’ 으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일이다. 미국의 지미카터 전 대통령, 교황 바오로 2세,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 등이 그의 구명에 나섰고 그는 또다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국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
·“아놀드 토인비나 버트란드 러셀의 책과 종교서적을 잃다가 ‘감옥에 안왔으면 이런 진리를 모르고 죽었을 텐데’ 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
-감옥에서의 독서를 회상하며
·“겨울을 견디고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인동초와 같았다”
-자신의 인생 역정을 돌이켜보며 했던 말. 훗날 ‘인동초’는 그의 별칭이 됐다.
· “대화의 요체는 수사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는 심리학에 있다.”
-1969년 7월19일 ‘3선개헌 반대’ 시국강연회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1992년 14대 대선과정에서의 연설
·“한줌도 안 되는 특권층들이 국민 대다수를 지배하고 수탈하는 지역패권주의로부터 각 지역이 동등한 대우를 받자.”
- 1995년 국민회의를 창당하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 대통령 당선인 시절 전두환 ·노태우 사면과 관련해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
-1998년 4월 영국 런던대에서 한 연설. 이때를 전후해 그의 통일관을 일컬어 ‘햇볕정책’이라 부르게 됐다.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
·“이명박 정부 사람들이 ‘잃어버린 10년’이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 모든 잘못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2008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발전의 극점이라고 할까, 최고 정점에 도달한 하나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2008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 “민주주의가 반석에 섰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정치라는 것이 가난하고 서러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나.”
-2009년 1월 민주당지도부 신년하례식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해
·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2009년 5월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 “평생의 민주화 동지를 잃었고 민주정권 10년을 같이한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
-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후
· “국민은 지금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서민경제가 전례 없이 빈부격차가 강화돼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남북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있어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슬픈 것”
-2009년 5월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울역 분향소에서 조문한 후
·“마음 속 피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우리가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방관하면 악의 편.”
- 2009년 6월11일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특별강연에서
·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사태가 급변해 제2의 냉전시대가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슬프다.”
- 2009년 10월 생전 마지막 인터뷰인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그의 삶과 그가 남긴 말을 통해 일제시대, 한국전쟁 시기, 군부독재, 민주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한국사의 굴곡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항구적 평화의 정착, 민주주의를 향한 그의 열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오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 그리고 그의 정신을 잠시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요.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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