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주정심 밀실회의'서 지정 논란
정성(定性)적 판단 기준 모호해
'공정성' 논란에 '정부 거수기' 지적
위원 및 회의 내용도 모두 비공개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확정했지만 최종 지정 여부는 주거정책심의원회(이하 주정심)를 통해 주관적인 성향이 강한 ‘정성(定性)적 기준’에 맞춰 정하기로 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커졌다. 주정심은 위원장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져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회의 내용은 모두 비공개이다보니 어떤 기준으로 왜 지정하는지 알 길이 전혀 없이 시장에 의구심만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민간택지 상한제, 주정심 지정 기준 논란
국토부는 지난 12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행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격,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관련 법령은 입법예고 및 법제체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성남 분당구·하남,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은 ‘분양가 상한제’가 지정되면 일정 가격 이하로 새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 받는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위한 정량(定量)적 요건(필수요건+선택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상한제를 바로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각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국토교통부의 재량적 판단 하에 주정심 안건에 지정 여부를 올려 ‘정성(定性)적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정하는 구조다. 즉 분양가 상한제 적용의 최종적인 키는 ‘주정심’이 쥐고 있는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 교수는 “실제 지정 여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별도로 이뤄지는 만큼 적용 시기는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언제 지정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내부에서 사업 속도를 놓고 갈등 및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서울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과 아직 입주자모집공고하지 않은 정비사업장은 총 76곳, 7만2000가구가 규제 사정권에 들게 됐다.
이처럼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 밀실에서 분양가 상한제 지정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깜깜이 지정’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정 기준 역시 정부가 밝힌 대로 ‘정성적 판단’이라는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다보니 공정성 문제는 물론 정부의 입맛대로 특정 지역만 골라 안건에 올리는 지역간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인해 주택공급 위축, 전월세 불안 등 여러 부작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집값 안정을 이유로 대책을 강행했다”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라고 한 만큼 어떤 정성적 평가에 의해 지정하는지 수요자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정책적 일관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심 회의 내용 공개해야”
주정심의 상한제 지정에 관한 공정성 시비가 기우게 그치지 않는 건 이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주정심은 이번 분양가 상한제 지정 여부를 이외에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주택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정책들을 결정짓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껏 어떤 정성적 판단하에 지정하는 게 모든게 감춰져있다보니 사실상 정부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집값 급등기에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조정대상지역 정량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아예 주정심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올해 6월까지 주정심은 총 11차례 열렸는데, 대면 회의는 한 번만 열렸으며 나머지는 모두 서면 심의로 대체됐다. 모든 안건은 원안 가결됐다. 김현아 의원은 “현재 주정심은 사실상 정부 정책에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서면 회의가 아닌 대면 회의를 원칙으로 하도록 하고, 심의 결과에 대해서 공개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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