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대상 대폭 확대..강남·과천·광명 재건축 타깃

강동효 기자 2019. 8.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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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양가상한제 12일 발표
고분양가 지역 겨냥 소급적용 개정
관리처분인가도 입주자 공고부터
전매제한 기간 늘려 '로또' 최소화
[서울경제]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확대안을 12일 발표한다. 서울 강남, 경기도 과천 등 재과열지역을 집중 겨냥했고 적용 대상 아파트는 기존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에서 ‘입주자 모집공고’ 단지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과천·광명 등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적용 대상에 들어가 정비사업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2일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위한 당정 협의를 진행한 뒤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오후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주요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오전11시로 시간도 앞당겨 발표한다.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과 지역, 전매제한 등 부작용 예방책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해 9·13부동산대책처럼 종합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날 발표는 분양가상한제 개선안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내용은 적용 지역과 대상이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의 현행 규정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해당 지역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정부는 이 기준을 1~1.5배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3개월간 서울의 물가 상승률은 -0.35%인데 기준을 1.5배로 낮추면 서울 강남권이 포함된다. 또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발생한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를 겨냥해 소급 적용 조항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규정에서는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하게 돼 있다. 정부는 이를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분부터 소급 적용하도록 고쳐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사정권에 들어오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준비하던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포함돼 정비사업의 일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으로 제기되는 ‘로또 아파트’ 문제를 줄이기 위해 기존 3~4년가량인 전매제한 기간을 5~7년으로 늘릴 것으로 보이는 등 보완대책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소급적용에...‘임대후 분양’ 퇴로도 차단>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경제보복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불안요소가 큰 만큼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과천·광명 등 최근 재과열 양상이 뚜렷한 지역 위주로 ‘핀셋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밀타격 효과가 큰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들을 소급 적용해 정책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집중 타깃은 서울 강남·과천=현재 주택법 시행령상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해야 한다. 이런 지역 가운데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한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1을 초과 또는 국민주택 규모(85㎡) 이하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1을 초과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 등 세 가지 부가조건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이 전국적으로 1%도 채 되지 않아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정부는 물가 상승률 조건을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한 방안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1.5배를 초과하는 지역으로 완화하는 형태다. 이 경우 서울 강남을 비롯해 상당수 지역이 포함될 수 있다. 또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겪은 경기도 과천을 포함해 경기도 하남·광명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한 수도권 지역도 들어갈 수 있다.

논란의 여지를 줄이고 관리의 편의성을 높이려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한정하는 방안도 있다. 이렇게 하면 물가 상승률 등의 지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대구 수성구처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최근 심각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지역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적용 대상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반포동 한신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 등 주요 재건축단지를 총망라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울 집값 회복이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통제를 하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은 3.3㎡당 4,000만원 중반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현재 HUG의 분양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는 상당수 아파트가 적용 대상이 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시행령 61조 2항은 정비사업 단지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아파트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정비사업 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와 같이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부터 적용하도록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로또 아파트’ 대책안 포함될 듯=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면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양산된다. 거주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자산증식을 위해 청약에 나서는 등 과열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청약 과열 현상을 줄이고 과도한 시세차익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4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또 70% 이상이면 3년간 전매할 수 없다. 정부는 이 기간을 5~7년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7년 민간택지 상한제 도입 당시에 수도권 민간택지의 전매제한 기간은 전용 85㎡ 이하의 경우 7년, 85㎡ 초과는 5년으로 제한한 바 있다.

◇‘임대 후 분양’ 퇴로까지 막나=건설사와 조합이 분양가상한제를 우회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적용 범위를 ‘임대 후 분양’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대 후 분양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규정 등에 따라 8년 이상 임대한 뒤 이후 자유롭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현행 규정상 HUG의 분양보증 심사와 분양가상한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 나인원한남 등이 과거 이 방식을 통해 시세에 근접한 분양가로 분양에 성공한 바 있다. 나인원한남은 HUG가 3.3㎡당 분양가 4,000만원대를 고수하자 4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해 결국 3.3㎡당 6,100만원에 분양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후 논란이 발생하자 4년 임대 후 분양을 없애고 최소 8년 의무 임대를 한 후 분양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과천 지식정보타운 일부 단지가 8년 임대 후 분양까지 고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 단지를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임대 후 분양과 관련해 최초 임대 시점을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에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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