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도시를 떠나자, 은하수 선명한 여름 가기 전에.. 캠핑은 덤이다

평창·정선·양평/강정미 기자 2019. 8.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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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은하수 관측 명당을 찾아서
지난 2일, 은하수 명당으로 손꼽히는 강원도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밤 10시쯤 촬영한 은하수. 까만 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들 사이로 신비로운 은하수가 흘러간다.

까만 밤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수많은 별과 그 사이를 흘러가는 신비로운 은하수.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별 볼 일 없는 도시를 벗어나 고요히 은하수를 보고 있노라면 우주의 장관에 마음을 뺏기고 만다.

여름은 선명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계절이다. 1년 중 은하수가 가장 높이 떠오르고, 가장 밝은 은하의 중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명당을 찾았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밤, 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밤하늘을 눈에 담으며 별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은하수 명당의 조건

도시의 불빛은 하늘의 별빛을 삼켜버린다. 은하수를 보려면 도시를 벗어나 빛 공해가 없는 어둡고 높은 지대를 찾아야 한다. 국내에선 강원도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곳이 많다.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은하수 명당이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과 평창군 미탄면에 걸쳐 있는 해발 1256m의 청옥산은 정상 부근에 '육백마지기'라고 하는 너른 평원이 있다. 탁 트인 전망과 환경은 은하수를 조망하기 더없이 좋은 장소. 은하수와 별천지 외에도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눈에 담을 수 있고 풍력발전 단지와 야생화, 전망대 등 그림 같은 풍경을 함께 즐기며 쉬어 갈 수 있다. 차박(車泊) 캠핑지로도 손꼽히는 명소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 일부가 비포장도로지만 정상 부근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은하수 명당이라고 육백마지기에서 언제나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별빛을 삼키는 건 도시의 인공 조명만이 아니다. 달이 밝으면 은하수를 볼 수 없다. 음력 월초와 말, 달이 진 뒤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타이밍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천문우주지식정보'사이트나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미리 달의 위상과 월몰(月沒)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육백마지기를 찾은 지난 2일은 음력으로 7월 2일, 월몰 시간은 오후 8시 45분이었다. 오후 8시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은하수를 기다렸지만 조건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맑은 하늘이다.

게스트하우스영월에선 은하수가 뜨는 날이면 숙박객을 대상으로‘별총총은하수투어’를 진행한다. 은하수와 함께 찍어주는 사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여름은 습도가 높고 대기가 매우 불안정하다. 모든 조건이 갖춰지는 날이 한 달에 2~3일도 되지 않는다. 이날도 야속하게 어둠이 깔리자마자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버렸다. 밤 10시가 다 되도록 뿌연 하늘을 보며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나 싶던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은하수다, 은하수!" 고개를 들자 거짓말처럼 머리 위로 별을 흩뿌려놓은 듯 긴 은하수가 떠 있었다. 구름이 걷힐수록 별과 은하수는 점점 더 또렷해졌다. 육안으로 선명히 보이는 은하수는 정말 오랜만이라 얼떨떨한 것도 잠시, 두 눈으로 우주의 장관을 만끽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는 직장인 최은석(30)씨는 "은하수를 난생처음 눈으로 봤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더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멀리까지 은하수나 별을 찾아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웃었다.

강릉 안반데기, 횡성 태기산, 태백 매봉산 등도 육백마지기처럼 산이 높고 사방이 트여 있어 은하수 명당으로 꼽히지만, 화천 광덕산 조경철천문대를 빼놓을 수 없다. '아폴로 박사'로 유명한 고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 다양한 천문 관측을 할 수 있는 천문대는 해발 1010m,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이 자리 잡고 있다. 광덕산은 천문대가 들어서기 전부터 오랫동안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찾던 곳이다. 운무와 빛 공해가 없고 사방이 트여 있는 천문대는 별을 관측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돗자리 깔고 누워 은하수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다.

밤하늘에서 은하수를 쉽게 찾는 방법은 없을까? 유주상 천문대장은 "여름에 머리 위에서 백색으로 가장 빛나는 별인 직녀성(베가)을 먼저 찾고 주변에 밝은 별 2개를 찾으면 되는데 그 별 사이를 흘러가는 게 바로 은하수"라고 했다.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은 게 은하수니, 직녀성 주변의 별 하나는 견우성(알타이르)일 터. 또 다른 별 하나는 직녀성·견우성과 함께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데네브다. 은하수 남동쪽 목성과 동북쪽 카시오페이아를 중심으로 은하수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 천문대장은 은하수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건 이달 말과 9월 초까지라고 했다. 여름 별자리와 은하수를 헤아려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도권 은하수 명당으로 꼽히는 경기도 양평 벗고개. 터널을 액자 삼아 은하수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산, 바다, 터널… 은하수 명당 곳곳에

강원도에만 은하수 명당이 있는 건 아니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허진석(27)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은하수와 별 사진을 찍어왔다. "동화책이나 과학책에서나 보던 은하수 펼쳐진 밤하늘을 마주할 땐 그저 감탄사만 나오더라고요. 도시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무수하고 아름다운 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그게 천체 사진의 매력 같아요." 그가 꼽는 최고의 은하수 명당은 경남 합천 황매산이다. 도시가 없는 곳에 우뚝 솟은 황매산은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는 밤이면 별이 와르르 쏟아질 듯하다. 해발 1108m 황매산 정상 부근은 봄이면 철쭉, 가을엔 억새가 만발한 장관이 펼쳐지는데 계절 따라 색다른 은하수를 만날 수도 있다. 해발 850m에 자리 잡은 황매산오토캠핑장까지는 차로 올라간다. 정상 가는 길이 어렵지 않고, 은하수 바라보며 야영 낭만도 즐겨볼 수도 있다.

지역마다 색다른 은하수 명당이 기다린다. 충남 태안에선 바다 위로 쏟아지는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고남면 장곡리 운여해변은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하다. 해변 남쪽에 소나무를 심어놓은 제방이 있는데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고여 마치 호수처럼 그림 같은 반영을 만든다. 붉게 타오르는 낙조가 비친 모습도 아름답지만 은하수와 별이 쏟아지는 밤 풍경도 환상적이다. 경남 고성 상족암군립공원에서 만나는 은하수도 특별하다. 바다와 맞닿은 상족암 바위는 해안 침식 작용으로 깎이고 깎인 모습이 상다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었다. 상족암 해식동굴은 썰물이면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동굴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 신비로운 인생 샷이 완성된다. 상족암 바닷가에는 1억5000만년 전 이곳에 서식한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다. 여기서 은하수를 본다면 지구의 신비에 한 번 더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수도권에도 은하수 명당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 벗고개다. 터널을 배경 삼아 은하수 관측과 출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차량 통행이 드물고 주변에 인가나 가로등 같은 빛 공해가 거의 없어 별과 은하수를 관측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터널 안과 터널 위, 터널 앞 공터 등 사진을 찍거나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로 알려진 양평 구둔역도 은하수 명당 중 하나다. 철길과 멈춰 선 열차, 폐역의 아날로그 풍경과 은하수가 더해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깨끗한 밤하늘을 자랑하는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바라본 수많은 별과 은하수.
시민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천 조경철천문대에서 촬영한 은하수.

밤하늘에도 '품질 등급'이 있다

은하수를 보기 위해선 어두운 곳으로 가야 한다. 빛 공해가 없는 깨끗한 밤하늘이라고 인증받은 곳이라면 은하수를 볼 확률이 더 높아진다.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390만㎡를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국제밤하늘공원은 국제밤하늘협회가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가진 지역을 선정해 지정하는데 밤하늘 품질에 따라 골드, 실버, 브론즈 등 3등급으로 나뉜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등급은 실버로, 빛 공해가 심하지 않아 육안으로 은하수나 유성 등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별 관측이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별빛 예보'를 참고하면 별 볼 일이 더 많아진다. 공원 안에 있는 영양반딧불이천문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성수기를 맞아 오는 18일까지는 오전 10시에서 밤 11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는 1999년 횡성군이 별빛보호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인가가 드물고 산세가 좋아 밤이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한 이곳에민간 천문대인 천문인마을이 있다. 치악산 해발 650m에 자리 잡은 천문인마을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천체 관측과 체험 캠프 등을 즐길 수 있다. 인근의 횡성 별빛마을 서울캠핑장은 옛 월현분교를 활용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별과 함께 호젓한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오후 10시면 모든 불을 끄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별 구경에 나설 일이다.

은하수와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스냅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삼춘스냅’이 제주에서 촬영한 ‘은하수 스냅’.
은하수 스팟으로 손꼽히는 경남 고성 상족암에서 촬영한 은하수.

은하수 투어, 스냅 촬영으로 색다른 추억도

은하수를 만나는 색다른 방법도 있다.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게스트하우스영월의 '별총총은하수투어'다. 은하수 뜨는 날 게스트하우스 숙박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야간 투어로 영월 인근의 청옥산 육백마지기, 태백 바람의 언덕, 강릉 안반데기 등 잘 알려진 은하수 명당 말고도 투어만의 비밀 장소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대학생 김지은(23)씨는 "은하수를 보러 가고 싶어도 차가 없어서 쉽지 않았는데 한 번에 다양한 은하수를 만나고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 특별한 여행이 됐다"고 했다. 특히 은하수, 별을 배경 삼아 찍어주는 멋진 인생 사진은 투어의 하이라이트. 돗자리를 펴고 누워 밤하늘 보며 별똥별을 기다리는 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숙박·투어 예약과 문의는 게스트하우스로 하면 된다.

은하수와 함께 촬영하는 ‘은하수 스냅’ 사진도 인기다. 제주도에서 삼춘스냅을 운영하는 박창열(41) 대표는 “최근 2년 새 20~30대 여성, 커플 고객들의 촬영 문의가 많아졌다”며 “날씨 변화가 잦은 제주에선 촬영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은하수가 뜨는 시간에 맞춰 새벽에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촬영하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스냅 촬영지는 1100고지나 마방목지, 새별오름 등 유명 은하수 명당이 아니라 제주 동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이다. 은하수와 함께 제주의 밤하늘과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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