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슬펐던 피츠제럴드..그를 위로한 헤밍웨이

박창영 2019. 8.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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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의 서 / 섀넌 매케나 슈미트·조니 렌던 지음 /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1만5800원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만 사랑에는 성공하지 못한 남자 개츠비의 이야기다. 1차 세계대전 승리 후 풍요롭지만 공허했던 미국 부유층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걸작은 사실 작가 자신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피츠제럴드는 꿈속의 이상형 젤다 세이어와 결혼했지만 아내에게 인정받진 못했다. 헤밍웨이에 따르면 어느 날 피츠제럴드는 자신에게 와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바로 피츠제럴드의 아내가 "당신은 어떤 여자도 침대에서 만족시켜줄 수 없는 무능한 남자"라며 남편 성기 크기를 문제 삼았다는 내용이었다.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스콧의 속옷 아래를 본 헤밍웨이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젤다가 미친년"이라고 토닥여줬다고 한다.

'미친 사랑의 서'는 세계적 대문호들의 미친 러브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T S 엘리엇, 애거사 크리스티, 빅토르 위고 등 작가 101인의 실화가 서로 '미친 정도'를 두고 경쟁한다. 위대한 문학을 쓴 작가들의 '위대하지만은 않았던' 사생활을 추적한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문학계의 러브스토리에 한해서는 아무래도 진실이 픽션보다 더 이상한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 같다."

'위대한 유산'을 쓴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처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소문이 난 원인은 디킨스 자신이 제공했다. 그는 아내 캐서린과 별거에 들어간 뒤 혼인 생활의 파탄에 자신의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려는 여러 해설을 시도했다. 이 국면에서 처제 조지나는 언니가 아닌 디킨스의 편을 들며 불륜설에 불을 지폈는데, 결국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처녀막 검사를 받아야 했다.

101인의 작가 이야기는 피츠제럴드와 디킨스의 사례처럼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자극성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스캔들'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 작가들 실수에서 '보편성'을 발견해냄으로써 독자에게 사유할 지점을 마련해준다. 이를테면, 책에 등장하는 상당수 작가가 사랑에 실패하는 출발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상대를 보고 품었던 환상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부터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내 콘스턴스와 공동작업을 펼쳐나갈 정도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자랑했지만 아내가 임신하자 "형태가 망가지고 뒤틀리고 흉측한 것에 욕정을 느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며 절망한다.

때로는 이들을 정신병으로, 또 죽음으로 몰고 간 이런 관계가 없었다면 세상에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을까. 이 작가들이 자기 인생에서 소재를 발굴하고, 소설의 결정적 한 장면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이자크 디네센은 이를 한마디로 함축한다. "모든 슬픔은 이야기로 풀어내면 견딜 수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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