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취향 따라 변신, 여기는 '인공지능 하우스'
'화이트 큐브'가 움직이네~ 집이야 로봇이야?
새하얀 큐브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 주소지는 맞는데 여기가 집이 맞나? 대문을 찾아 헤매다 겨우 벨을 눌렀더니 하얀 외벽이 조금씩 움직였다. 굳건한 벽처럼 보이던 집의 입면은 38개의 조각으로 여닫는 '키네틱 파사드'(Kinetic Facade)로 구성됐다. 파사드가 움직이자 문이 열렸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최근 움직이는 집이 들어섰다. 하태석(49·작은 사진) 스케일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살림집이자 '리빙랩'이라 부르는 실험 공간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집주인 상태에 반응하는 집이다. 주인의 움직임을 따라 조명이 하나씩 켜지는가 하면, 손동작에 따라 바닥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하 대표가 직접 지은 당호(堂號)는 '아이엠하우스(IMhouse)'. 대지 면적 262㎡, 연면적 204㎡. "보통 집은 지으면 끝나는데, 이 집은 짓고 나서도 끝나지 않았어요. 소프트웨어를 넣고 계속 업데이트하는 데 6개월 걸렸죠. 살면서 계속 보강했고요."
그는 "집사 같은 집을 짓고 싶었다"고 했다. "주인이랑 10년 같이 지내면 눈치 봐서 알잖아요. 지금 커튼을 열어야 하는지 닫아야 하는지, 불을 켜야 할지 말지…. 집이 그걸 알아서 해주면 좋겠다 싶었죠."
아이엠하우스는 스스로 변한다. 외벽과 내부에 부착한 센서가 빅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집내부는 7가지 모드를 비롯하여 다양한 조합설정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 제어도 할 수 있다. 명상·퇴근·시네마·파티 등 모드를 누르면 집이 그에 맞춰 변한다. 그가 '시네마'를 누르자 대형 창문이 스크린으로 변하고 조명이 꺼지면서 순식간에 거실이 실내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동작만으로도 컨트롤이 가능하다. 손을 하늘로 올리면 조명이 켜지고, 팔을 내리면 바닥이 서서히 내려가는 식이다. 그는 "방탄소년단 팬인 초등학생 아들이 가장 좋아한다"며 "친구들을 불러 '시네마' 모드로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바닥을 위아래로 움직여 가며 무대를 만들어 즐긴다"고 했다.
하태석의 어릴 적 꿈은 발명가였다. 뭔가를 상상하고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았다. 그는 "과거의 기술이 아니라 당대의 기술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건축가가 제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르 코르뷔지에 선생이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했어요. 지금 시대에 이 말을 재해석한다면 저는 '집은 살기 위한 로봇'이라 생각해요. 선생의 시대는 2차 산업혁명 이후 기계주의 시대였지만, 지금 시대의 집은 거주자의 삶을 위해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고 적응하는 로봇이 돼야 하지 않을까. 집사처럼 내 요구를 알아서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집이요."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죠. 개성이 투영된 게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집에서 수동적으로 살면서 개성 없이 획일화돼 소외된다고 생각해요. 아이엠하우스는 앞으로 얼마든지 진화할 수 있을 겁니다. 집주인의 컨디션, 날씨에 따라서 공간을 스스로 바꾸는 집으로 거듭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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