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워.. '취급주의' 필요한 현대인 형상화

이경택 기자 2019. 8. 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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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질맨의 후라질은 영어 프래질(FRAGILE)과 우리말 비속어 '우라질'의 합성어로 여기에 히어로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같이 맨을 붙여 만든, 작가만의 캐릭터이며 지금 시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존재다.

후라질맨은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과는 달리 사회에서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도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연약한 존재로 작가는 특히 소외, 고립, 상처 등의 대명사로 그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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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작가의 작품 ‘날 따라 해봐요’(116.8×91.6㎝, 장지에 먹, 2019). 후라질맨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김지훈 ‘후라질맨’ 전시회

7일부터 동덕아트갤러리

소외·고립·상처 감정 담아

‘취급주의(Fragile)’ 키워드로 현대의 인간, 사회, 관계에 대해 깊이 탐구해온 김지훈 작가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대체 무슨 일이죠”라는 타이틀로 ‘후라질맨’ 연작을 선보이며 현대인의 위기를 다시 한 번 진단한다.

후라질맨의 후라질은 영어 프래질(FRAGILE)과 우리말 비속어 ‘우라질’의 합성어로 여기에 히어로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같이 맨을 붙여 만든, 작가만의 캐릭터이며 지금 시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존재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 현장이나 비행기, 자동차 사고 등과 같은 인간의 부주의나 실수로 일어난 사건 현장에 후라질맨은 방호복을 입고 머리에는 컬러콘을 쓰고 등장한다. 그러나 사고현장에서 후라질맨의 모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로 그려진다. 후라질맨은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과는 달리 사회에서 스스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도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연약한 존재로 작가는 특히 소외, 고립, 상처 등의 대명사로 그를 내세운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김 작가의 작업은 초기에는 한자나 한글, 영어 등의 텍스트를 사용해 직접적인 관계 속 취급주의를 받아야 하는 인간을 표현했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그것에서 비롯된 형상은 전혀 없이 상징적인 글자만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었다. 근래에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이 처한 상황에 집중해 자유로운 상상을 자극할 수 있도록 세부적 묘사는 없애고 색이 강조된 줄무늬 배경과 후라질맨으로만 보여주고 있다. 진지함과 익살이 함께 존재하는 그의 작품 속 후라질맨은 개성 가득하며 튀는 존재이지만 나약하기도 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진과 퍼포먼스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작가는 서울대 미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동양화과 석·박사 과정까지 끝냈으며 10여 회의 개인전과 20여 회의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 서울대, 교원대, 목원대 등에 출강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특히 현대는 어느 때보다 취급주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가깝거나 멀거나 공적이거나 사적인 관계에서 조금은 더 세심하게 마음을 살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라질맨이 그 중요성을 일깨워 줬으면 합니다.” 전시는 7일부터 12일까지.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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