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쉼표' 찍은 분양가상한제..효과 놓고 논란 여전

김서온 2019. 8. 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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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단지 선호현상 '지속', 높은 호가 이어질 것"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이르면 이번 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행 시기가 다소 연기될 전망이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정부 관계부처와 당정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유력했던 분양가상한제 발표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전력을 쏟고 있으며, 당정 내부에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특히 최운열 의원 등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과 일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있다. 최 의원은 "상한제 시행보다 부동산 거래세를 대폭 낮추고 보유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란 공동주택의 분양가격을 산정할 때 일정한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게 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게 하는 분양가 규제제도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고분양가 후폭풍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가격 통제 뿐 아니라, 택지비, 직·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등 7개 항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발생한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슈가 처음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과 기존 핵심입지 지역의 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규제로 공급자의 이익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니 소비자 잉여가 늘어난다. 로또 청약 등 열풍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굳이 집을 사지 않고 분양을 받으려는 대기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이어 "그러나 장기적으론 주택 공급감소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또 부동산시장 정보가 엉뚱하게 굴절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재건축 규제를 강남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인식할 경우 오히려 집값 불안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의 에너지가 강할 경우 정보는 언제든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최근 서초그랑자이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또 아파트로 불리면 높은 경쟁률 속에 순위 내 마감한 것은 물론 입지도 좋았지만, 강남권 마지막 선분양, 공급축소 등의 영향이 컸다"면서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당장은 분양가를 잡는 데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결국에는 시세와의 격차로 로또 아파트를 낳고 또 공급감소로 집값 급등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2일 김현미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면서 제도의 확대적용의 필요성을 시사하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기준을 개정하는 주택법 시행령이 이번주 입법 예고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토부와 정부가 빠르게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나선 것은 금리 인하에 따른 풍부한 유동자금의 부동산 유입과 강남권 재건축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시장 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위 회의실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같은 경우 1.5% 저금리와 1천170조원(2년 미만 단기예금)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며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낮은 이자 비용과 유동성이 승수효과를 일으키며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금리 인하 시기와 맞물려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까지 확대·적용되더라도 강남권 단지들의 선호현상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더라도 민간 신규분양시장이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선호현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일부 수요는 상가와 오피스텔,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전이될 수 있으나, 최저시급 인상,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오피스텔 대량 입주를 통한 공급과잉 현상으로 역세권 등 일부 시장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이어 "정부의 강력한 여신·양도세 규제가 주택시장의 단기투자 유입수요를 제한하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한강변 등 공급의 희소성이 있는 곳이나 수요가 많은 토지시장 등 일부는 가격 안정이 쉽지 않다"면서 "경기 위축과 높은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에 거래량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겠으나 높은 호가가 유지되는 고원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의 추가 보조정책을 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 역시 분양가상한제 부작용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보유세를 잡거나, 1·2기 신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해 강남만큼 살기좋은 주거지를 만들거나, 일반 서민이 내집 마련을 할 수있게 대출규제를 조건에 맞게 완화해야하는데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 또 남의 배 불려주는 일만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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