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Leisure] 서해의 보물같은 코스를 달리다..'금빛열차' 탑승기

신익수 2019. 8.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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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이번역은 힐링, 다음역은 추억입니다

◆ 신익수 기자의 비밀여행단 ◆

"됐다." 괴성이 나왔다. 됐다. 정말, 됐다. 티켓 풀리는 순간 3분 안에 '순마(순식간에 마감)'된다고 '3분 방'의 살벌한(?) 애칭이 붙은 '온돌마루실'의 예약 확인 문자. 3분 방의 기적이다. 이 열차가 어떤 열차인가. 한반도 서해 라인을 따라 보석 같은 7개 도시만 찍는다고 '금빛열차' 명칭을 단 G(골든) 트레인. 게다가 세계 유일 '온돌마루실'과 함께 '족욕카페'를 통째 실어가는 힐링 열차다. 여행 콘셉트는 무조건 애국. 토종 마성의 열차를 타고, 애국투어의 메카 군산(전라북도)으로 내달렸다.

◆ 앉았다? 아니 누웠다!

'5호차, 온돌마루실 4.' 탑승권부터 신기하다. '10A0' 같은 좌석번호가 찍혀야 할 곳에 '온돌마루실 4'가 적혀 있다. 4호실 방이라는 뜻. 플랫폼에 서 있는데 심장이 뛴다. 방에 앉아, 아니 누워 간다니. 그것도 한국형 토종 온돌마루에. 용산역 출발시간은 8시 36분. 20분쯤 되자, '고오오' 소리를 내며 금빛 덩어리 하나가 역으로 들어선다. 금빛 래핑. 이거다. G트레인. 바로 좌석 아니, 방부터 찾았다. 사뿐히 5호차 발판을 밟고 오르자, 자태를 드러내는 온돌마루실. 대박이다. 방으로 들어가는 문부터 예스럽다. 편백나무에 정성껏 전통문양을 새겨 넣은 나무재질의 문. 게다가 미닫이다. 마치 전통 고택의 대청마루로 쏙 들어가는 기분. "삐걱." 여닫을 때 소리도 옛날 그대로다. 방 안은 더 놀랍다. 바닥은 옥돌. 옆 벽들은 모두 전통 문양을 한 편백나무 목재다. 한편에는 허리 받침용 좌식 의자가 2개 놓여 있다. 좌식 의자는 등쪽 허리를 척추를 기준으로 양옆으로 잡아주는 구조. 앉은 채 등을 살짝 뒤로 밀면, 더 편안해진다. 맨발을 올려놓자, 한여름인데도 온돌이 차다. 앞쪽 온도조절 장치 온(ON). 32도로 맞추니 이내 바닥이 뜨끈뜨끈해진다. 에어컨 빵빵하지, 바닥 따스하지, 머리만 들면 그야말로 두한체열. 더 마음에 드는 건 창문 통유리다. 마루와 높이를 거의 맞춰 누워서도 서해의 풍광이 눈에 쏙쏙 박힌다. 150㎞/h로 질주하는 열차 속에서 뜨끈뜨끈 온돌에 누워 풍경 감상이라니. 취재고 뭐고, 모르겠다. 앉았, 아니, 대자로 누웠다.

◆ 건식? 습식? 골라 잡으세요

서해금빛열차 족욕칸 모습. [사진 제공 = 코레일관광개발]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군산, 익산'. G트레인의 정차역. 그야말로 서해 드림팀이다. 기자가 찍은 곳은 군산. 일본 잔재가 남아 요즘 같은 반일 분위기에 딱 맞는 '다크투어리즘(역사의 아픈 흔적을 보며, 애국심을 키우는 테마여행)' 코스다. 용산역에서 소요 시간은 대략 3시간. 온돌방 누워가기 신선놀음이 지루해질 즈음, 족욕카페(3호차)로 향한다. 온돌마루실이 통째 옮겨와 있는 것도 유일한 일인데, 열차 내에 족욕카페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벌떡, 일어나 족욕칸으로 이동. 지나는데 옆방이 보인다(온돌마루칸은 완전 밀폐형이 아닌 부분 오픈형 방이다). 친구들과 함께 온돌마루에 누워 소담소담 얘기를 나누는 아줌마 부대. 놀랍다. 모두 6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포스팅돼 화제를 모은 '온돌마루실 테트리스(조각을 내려 맞추는 테트리스 게임)' 인증샷처럼, 여섯 분이 묘한 자세로 다 누워계신다. 흥미로운 광경. 족욕칸은 현장 접수다. 사우나처럼 타입은 두 가지. 건식과 습식 입맛대로다. 기자는 습식 도전. 나무향이 기분 좋게 퐁퐁 솟아오르는 나무통에 앉은 뒤 발을 넣었다. 물 넘침을 방지하기 위한 비닐팩이 인상적. 앉은 뒤 앞쪽 수도꼭지를 틀면 이내 온천수가 쏟아진다. 온도 조절은 마음대로. 다음은 '온천족욕제' 투입. 은은한 향과 함께 족욕제가 풀리며 부드러움이 종아리를 타고 퍼져나간다. 절로 마음까지 풀리는 느낌. 이때 눈을 감으면 안된다. 고개를 살짝 들면 바로 통유리 창. 족욕칸은 창을 향해 좌석이 마련돼 있으니 고개만 들면 역시나 풍경이 쏙쏙 박힌다. 150㎞/h의 속도로 밀려나는 풍경. 여행전문이랍시고 끌려다니며 혹사당했던 두 발의 호사. 이런 게 힐링이다.

◆ 다크투어리즘 메카 군산 나들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인증샷 명소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11시 30분 군산역 도착. 군산 투어의 동선 잡기는 쉽다. 옛 군산세관의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근대역사박물관부터 시작하면 된다. 대부분 군산 핫스폿들은 여기서 성인걸음으로 15분 내에 다 둥지를 틀고 있다. 다크투어리즘 넘버원 방문지는 신흥동 히로쓰 가옥.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등 애국물 영화와 함께 '타짜' '닌자 어쌔신' 등의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핫스폿이다. 일제강점기 1925년에 지어진 후 고스란히 남았고, 지금은 수탈의 현장으로 보존돼 있다. 2층 본채 뒤 슬며시 숨겨져 있는 히로쓰의 옛 금고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엄청난 양의 고급 양주와 함께 조선의 귀중품이 보관돼 있었다고 알려졌다. 지척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도 찍고, 바로 향한 곳은 '뉴트로(NEW+RETRO)' 트렌드 덕에 확 떠버린 경암동 철길마을. 철길 양쪽으로 도열하듯 이 마을이 들어선 건 1944년 4월 4일이다. 군산시 조촌동에 소재한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의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당시 철길의 정식 이름은 페이퍼코리아선. 페이퍼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잇는 총연장 2.5㎞의 철길이다. 묘하게 마을 사이를 철길이 통과해 갔고, 경암사거리에서 원스톱 주유소에 이르는 약 1.1㎞ 구간이 뉴트로와 힙트로의 명소로 남아 있다.
군산시 경암동 철길마을 풍경. 기찻길 옆으로 추억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요즘은 아예 철길 양옆으로 옛 교복 대여 가게와 7080 추억의 달고나·쥐포 같은 과자를 파는 현대판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 한결 화려해진 기분. 이미 연탄 달고나 가게 주변은 까만 옛 교복으로 환복한 아줌마 여행족들이 점령하고 있다. "아저씨, 전 별모양이랑 하트모양 찍어주세요" "야, 달고나 뒷면에 침 바르고 뽑기 하면 반칙이야". 옛날 그대로인 추억의 멘트. 군산은 늙지 않는다. 추억도 늙지 않는다. 다만 업그레이드될 뿐이다.

▶▶ 서해금빛열차 100배 즐기는 Tip

세계 최초 온돌마루를 장착한 서해금빛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해 총 7량 254석. 매일 1회 용산역을 출발해 장항선을 따라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군산, 익산 등 서해 7개 지역을 왕복한다. 5호차 온돌마루실은 최소 3인부터 6인까지 예약 가능. 황토마루실(3·5·7·9실)과 온돌마루실(2·4·6·8실) 두 종류다. 족욕카페는 3호차. 온천족욕제(온궁)를 사용한 온천습식(4석)과 건식(4석)을 선택할 수 있다. 승차권만 구입해 자유여행을 할 경우 용산~익산 편도 기준 주중 2만3800원, 주말 2만7400원. 온돌마루실은 객실당 4만원이 추가된다.

[군산 =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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