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서 한판 붙는 '네이버 vs 카카오'..중국 '페이전쟁' 닮은꼴?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진용 갖춰 응수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페이'(간편결제) 시장에서 맞붙는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분야의 경쟁력을,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키워왔다.
양사가 출발점은 달랐지만 중국 간편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와 같이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결국 같은 시장에서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1월 사내독립기업(CIC)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금융 플랫폼 사업 확장에 나선다.
이에 한 발 앞서 카카오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았고, 카카오페이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인바이유, 온라인 증권사 바로투자증권 등의 인수를 추진하며 보험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신용카드나 계좌정보를 등록해놓고 네이버에서 쇼핑을 할 때 간단한 인증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쇼핑을 등에 업은 네이버페이는 결제 편의성과 포인트 충전 시 추가 보상 등의 혜택을 앞세워 월 결제자수 1000만명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내에서 제공하는 선물하기, 쇼핑하기, 주문하기, 이모티콘 구매 등을 비롯해 카카오T 등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를 연결하는 실타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카카오톡 앱에서 간편송금, 투자, 환전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두 회사는 각자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데 특화된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간편결제를 교두보로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의 경쟁구도를 연상시킨다.
노점상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 중국 간편결제 시장은 알리페이와 위쳇페이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간편결제에서 쌓은 데이터를 양분삼아 대출, 투자, 보험, 은행, 신용평가 등 다양한 금융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의 결제 편의를 높이기 위해 2003년 처음 등장했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통해 축적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즈마신용'을 비롯해 알리페이에 남아있는 잔액을 투자할 수 있는 '위어바오', 자산관리 플랫폼 '자오차이바오', 재테크 플랫폼 '마이쥐바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들을 모아 2014년 출범한 앤트파이낸셜은 기업가치가 1500억달러(약 177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이다. 네이버는 새로 출범할 '네이버파이낸셜'의 사업 모델로 앤트파이낸셜을 꼽고 있다.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 분사 소식을 전하며 '테크핀'이란 용어를 앞세운 것도 알리페이의 행보를 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테크핀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2016년 처음 언급한 용어다.
네이버는 알리페이와 같이 트래픽과 데이터 경쟁력에 기반한 금융상품 확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월 1000만명에 달하는 결제자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 이용자들을 통해 쌓은 검색·클릭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알리페이와 경쟁 중인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위챗페이는 위챗 내 예약, 주문,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는 역할을 한다. 위챗페이는 알리페이보다 한 발 늦게 시작했지만, 위챗 내에서 중국 세뱃돈 풍습을 재현한 '홍바오'가 인기를 끌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같은 메신저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홍바오를 벤치마킹한 '뿌리기'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텐센트는 2013년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를 설립하고 알리페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위챗페이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며 앤트파이낸셜에 버금가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키워냈다.
카카오가 앞으로 카카오뱅크 대주주에 오르면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로 이어지는 텐센트의 성장 공식을 따라갈 채비를 마치게 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 내에서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관리 서비스 등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수익모델을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의 경쟁구도에 대해 증권시장은 우선 네이버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분사를 발표한 직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경쟁자를 만나게 된 카카오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주가의 흐름은 네이버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것일 뿐, 카카오뱅크가 수익성을 이미 검증받은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을 확보한 카카오가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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