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알싸, 향긋한 냄새에 '아찔'

춘천(강원)=박정웅 기자 2019. 8. 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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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순이가 꼬셨나, 살가운 춘천여행
소설 속 밀당 '전지적 시점', 먹을거리는 '1인칭 시점'

호반의 도시 춘천의 상징인 의암호 소양강처녀와 스카이워크. /사진=박정웅 기자
춘천은 교통 접근성이 좋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닿는다. 특히 준고속열차인 ITX청춘과 경춘선 전철이 들어오면서 춘천을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 역과 가까운 도심에는 둘러볼 데가 많다. 춘천의 새 랜드마크가 된 소양강스카이워크가 대표적이다. 도심 복판의 명동닭갈비골목은 인파로 가득하다.

조금 더 나가면 ‘호반의 도시’ 춘천을 제대로 확인할 데가 있다. 친환경 목재로 제작된 킹카누로 의암호를 둘러볼 수 있다. 또 새침데기 ‘점순이’의 풋풋한 행각을 엿볼 수 있는 김유정문학마을도 있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감자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김유정의 <동백꽃>

김유정 생가와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탐방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점순이가 ‘꼬신’ 김유정 문학여행

춘천의 소설가 김유정은 대표소설 <동백꽃>으로 기억된다. <동백꽃>은 소박한 농촌마을 아이들의 풋풋한 애정을 그렸다. 점순이의 닭싸움에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김유정의 고향은 금병산 자락의 실레마을(증리)이다. <동백꽃>에서처럼 김유정은 담백하면서도 해학적으로 고향과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김유정이 춘천의 자랑인 점은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알 수 있다. 역명에 사람 이름을 붙인 건 이 김유정역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곧 실레마을이다. 금병산이 실레마을을 고즈넉하게 품었다. 실레는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움푹한 떡시루를 닮아서 붙여진 지명이다. 실레는 김유정의 고향이며 마을 전체가 작품의 무대다. 아니나 다를까. 실레마을은 온통 ‘김유정’ 천지다. 김유정문학촌, 김유정우체국, 김유정농협이 눈에 띈다. 또 밥집이나 편의시설의 이름도 그렇다. 김유정과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이름과 줄거리를 잇댄 것. 또 있었다. 실레마을 여행에 첫발을 내디딘 곳은 김유정역이다.

인명을 역명에 붙인 국내 유일의 김유정역. /사진=박정웅 기자
김유정은 스물아홉의 짧은 생애에 30여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그중 <동백꽃>을 비롯해 <봄봄>, <만무방>, <소낙비> 등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레마을 사람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의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실레이야기길에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얘기가 펼쳐진다.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동백꽃),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가을),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총각과 맹꽁이),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봄봄),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산골) 등이 정겹다. 소설 속 인물들의 자취를 찾으며 길을 걷는 것은 김유정과 실레마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김유정생가는 점순이와 닭싸움이 가장 먼저 반긴다. 입구 왼쪽에 <동백꽃>의 익숙한 조형물이 있다. 김유정생가는 단출하다. ‘ㅁ’자 구조의 초가집으로 김유정의 조카와 마을사람들의 증언과 고증으로 2002년 복원됐다. 조카인 김영수씨가 집의 구조와 크기 등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어서 복원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직접 그린 평면도가 김유정생가의 벽면에 붙어있다.

'ㅁ'자 구조의 김유정생가의 초가지붕. /사진=박정웅 기자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생가

‘ㅁ’자 구조의 김유정생가는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라 한다. 집의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려는 가난한 마을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깃들었다. 이런 고심은 봉당의 굴뚝에서도 피어난다. 마당 안쪽에는 지붕보다 훨씬 낮은 굴뚝이 있다. 밥 짓는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게 하려는 뜻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 김유정생가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좋다. 가물가물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소설의 내용을 되살릴 수 있다. 또 전지적 시점에서 김유정의 삶과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순이의 닭싸움이 반기는 김유정생가. /사진=박정웅 기자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동백꽃>)

그런데 동백꽃은 붉은데 왜 노랗다고 했을까. 실레마을 곳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동백은 우리가 아는 그 동백이 아니라 생강나무인 것. 이곳을 비롯해 강원 사람들은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 했단다. 생강나무는 봄에 산수유가 필 때 잎이 나기 전 앙증맞은 노란 꽃을 피운다.

실레마을에는 춘천의 걷기여행길인 봄내길이 있다. 봄내길은 총 7개 코스로 이뤄졌는데 이 중 1코스가 실레이야기길이다. 김유정문학촌-실레마을길-산신각-저수지-금병의숙-마을안길-김유정문학촌 5.2㎞ 구간이며 2시간이면 충분하다. 금병의숙은 김유정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촌계몽운동을 펼친 곳이다. 김유정역 오른쪽에는 강촌역을 오가는 레일바이크가 있다.

의암호에서 킹카누 체험을 하는 탐방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호반의 도시를 가까이 만나는 킹카누

의암호 킹카누는 사람과 자연을 잇는다. 힘찬 함성으로 함께 노를 젓거나 자연 깊숙한 곳을 찾을 수 있어서다. 물의 계절인 여름, 시원한 춘천여행을 완성할 수 있는 게 킹카누다. 그 풍광은 캐나다의 호수 못지않다.

물길로 킹카누는 자체 제작한 친환경 킹카누가 돋보인다. 플라스틱 합성수지 소재의 다른 카누와는 차원이 다른 것. 킹카누에 몸을 실은 여행객은 각양각색이다. 가족이나 단체를 비롯해 외국인관광객도 눈에 띈다. 뭍을 잠시 떠난 물길에서 색다른 춘천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의암호 킹카누 체험은 호반의 도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해양수산부의 해양관광벤처로 선정된 물길로는 킹카누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특성화 레저관광 10선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청소년수련활동인증 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올해는 겹경사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관광지’로 선정됐고 지역관광 혁신 일자리창출 공모사업에서 1위를 차지한 것.

킹카누는 노젓기가 생명이다. 또한 서로의 호흡도 중요하다. 양쪽에서 일사분란하게 노를 저어야 빠르게 나아갈 수 있어서다. 노 젓는 데는 ‘원팀’이 돼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노젓기에 목숨까지 걸 이유는 없다. 촌각을 다투는 카누 선수가 아니거니와 다른 이들의 어깨에 도움을 받으면 된다. 느긋할수록 붕어섬이며 삼악산이며 자연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

물길로는 킹카누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의암호와 의암호 주변을 잇댄 캠핑, 자전거, 애니메이션박물관 투어가 있다. 또 청소년 인성을 위한 카누캠프, 카누힐링트레킹, 숲힐링캠프를 운영한다. 아울러 수상안전교육도 실시한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의 아찔한 추억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춘천의 새로운 여행명소다. 소양제2교 맞은편 춘천호반에 2016년 개장한 국내 최장의 스카이워크 교량(140m)이다. 호반의 소양강처녀상과 물고기상을 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는 바닥이 투명한 유리여서 호수 쪽으로 나아갈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유리의 파손 예방을 위해 반드시 덧신을 신고 입장해야 한다. 유리바닥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장관이 스카이워크의 매력이다. 입장료는 2000원인데 춘천지역 전통시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춘천사랑상품권(2000원권)으로 되돌려준다. 무료인 셈인데 여행 만족도를 높이면서 지역경제도 돕자는 뜻을 담았다.

소양강스카이워크에서 아찔한 추억을 담은 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호반의 도시’ 춘천의 또 다른 이름은 ‘맛의 도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편안한 맛의 막국수와 닭갈비가 있기 때문이다. 막국수와 닭갈비는 입에 착착 감기는 맛에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명동닭갈비골목 등 춘천 어디서나 춘천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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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강원)=박정웅 기자 park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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