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2개 마을서 시작한 '100원 택시'..대중교통 사각을 밝히다 [조례를 찾아서]

이상호 선임기자 2019. 7. 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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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충남 아산시 ‘마중택시’

지난 19일 충남 아산시 방현1리 주민 김성균씨가 마을회관 앞에서 택시 요금 100원을 내고 이용하는 ‘마중택시’에서 내리고 있다. 아산시는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중교통 사각지대 주민들에게 100원 택시를 이용해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적자 심해 버스 운행 어려운 지역 택시 활용해 주민 교통 불편 덜어 선심성 예산·선거법 위반 소지는 주민들에게 100원 부담하게 하고 운영비 적게 드는 점 알려 해소 아산시 조례로 시작된 공공형 택시 전남에선 광역단위 운행되며 주목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전국 82개 군 전체 지역으로 확대 고령 주민의 복지서비스 개선 기대

지난 19일 오후 충남 아산시 방현1리 마을회관. 구불구불한 좁은 농로를 따라 택시 한 대가 마을회관 쪽으로 들어왔다. 택시 뒷좌석에는 45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 최고령 주민 김성균씨(88)가 앉아 있었다. 한 손에 검은색 약봉지를 든 김씨는 힘겹게 택시에서 내리면서 “병원에 갔다가 시내 딸집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며 “이 택시가 없었다면 오늘 같은 하루는 무척 힘들었을 텐데, 시청과 택시기사 덕분에 편안하게 다녀왔다”고 했다.

김씨가 이날 버스정류장에서 마을회관까지 택시를 이용하고 낸 요금은 100원이다. 김씨는 평소 버스정류장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땐 버스요금 정도인 1100~1400원을 지불한다. 나머지 요금은 아산시가 내준다. 아산시는 버스가 닿지 않는 마을 주민의 교통편익을 위해 2012년 11월부터 ‘마중택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 사각지역에 택시를 활용한 일종의 교통복지 시책이다.

주민 유재호씨(74)는 “마중택시 제도 도입 이전에는 버스가 하루 3번 마을에 들어왔는데 버스 도착시간에 맞춰 읍내에 나가거나 볼일을 봐야 하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마을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주로 병원이나 농협(은행)에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에는 한 번에 4명까지 탈 수 있지만 이용 횟수는 마을별로 제한돼 주민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로 연락해 함께 외출하기도 한다”며 “예전에는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를 놓치면 버스정류장까지 3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특히 여름에는 더워서 걷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마중택시 남용을 막기 위해 마을별로 주민 수와 교통여건 등을 고려해 하루 8~16회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아산시 방현1리 마을회관 정자 앞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그들은 “마중택시 덕분에 시내에 나가는 것이 너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아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마중택시는 적자가 심해 버스 운행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시작됐으며, 버스를 운행하는 것보다 예산이 훨씬 덜 든다”며 “이용하는 주민들도 만족하고, 예산의 효율성도 높은 시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마중택시’ ‘희망택시’ ‘100원택시’ ‘행복택시’ 등으로 불리며 전국 농어촌지역 및 도농복합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공형택시 정책은 아산시가 원조다. 인구 30여만명의 도시에서 시작된 시책이 전국으로 확대돼 오지마을의 대중교통 환경은 물론 그들의 생활환경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산시는 2012년 11월1일부터 2개 마을을 대상으로 마중택시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두 마을 주민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전국 처음으로 자치단체가 택시요금을 지원하는 것에 “선심성 예산”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거기에 불특정 다수에게 무료로 택시요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도 있었다.

그러자 아산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현실적으로 대중교통을 투입할 수 없는 주민을 대상으로 특정했고, 무료가 아닌 이용주민이 100원을 부담하는 대안을 내놓아 선거법 위반 문제를 해결했다. 선심성 논란도 적자노선에 버스를 투입해 운영비를 지원하는데 드는 예산보다 택시비 지원금액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적극 알려 해소했다.

아산시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13년 7월23일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명은 ‘아산시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 교통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다. 조례 목적은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교통복지 증진을 위해 필요한 기본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이동편익 증진에 기여함을 위함이다’라고 규정했다. 2개 마을에서 시작된 아산시의 마중택시는 현재 11개 읍·면·동 80개 마을에서 운영 중이며, 한 해 이용 건수는 약 6만5000여건에 이른다.

공공형택시 조례는 충남 서천군이 아산시보다 약 2개월여 앞선 같은 해 5월31일 제정했지만 정책 도입은 아산시가 수개월 먼저 시작했다. 공공형택시 제도는 이후 2014년 6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출마 당시 ‘100원택시’라는 이름으로 공약했고,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광역 단위로는 처음으로 전남지역 19개 시·군에서 공공형택시를 운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공공형택시는 2014년엔 정부의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원택시’라는 이름으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지난해부터 기존 18곳에서 전국 82개 군(郡) 전체 지역으로 확대돼 사업비 일부를 국고에서 분담하고 있다. 97개 도농복합시 지역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원한다. 올해 100원택시 사업에는 예산 72억원이 편성됐다. 공공형택시의 사업비 부담은 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이지만 국비와 도비가 각각 5000만원, 1500만원 이내로 제한돼 이용객이 늘수록 시·군비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업비 부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공공형택시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이 단순한 대체 교통서비스 제공 차원을 넘어 농촌마을 교통사각지대 해소로 농촌지역 고령 거주민의 의료·문화·복지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지역개발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맞춤형 정책으로…지방에서도 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세상 만들어야”

아산시장 재직하며 ‘공공형 택시’ 첫 도입한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

“지방의 혁신 사례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튼튼하게 만드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2010년부터 8년간 충남 아산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택시를 활용해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새로운 교통복지 정책을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청와대 복기왕 정무비서관(51·사진). 그는 지난 2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조각조각 모여 큰 힘이 되고, 결국 국민들이 지방에서도 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와야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며 지방분권과 자치의 시대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 비서관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오지지역 주민과 승용차 운전이 어려운 농어촌 노인들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공공형택시(100원택시)’ 정책을 처음으로 자치단체 시책으로 시행한 인물이다.

‘100원택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취임 직후 전남지역에서 전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주목받았지만 이 총리보다 복 비서관이 2년가량 앞선 2012년 11월 아산시에서 ‘마중택시’라는 이름으로 먼저 추진했다.

복 비서관은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일하면서 농촌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중교통 불편 문제였다”며 “운행할 버스는 한정돼 있고, 농촌 지역 버스는 모두가 적자운행이어서 업체들의 보전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택시에서 해결책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중택시’라는 이름을 붙인 배경에 대해서는 “어릴 적 버스정류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시골마을에 살았는데 직장에 다니는 누나의 밤 퇴근길에 가끔 마중을 나갔다”며 “그때 기억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복 비서관은 “마중택시 시범 운행 당시에는 선거법 저촉 여부를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대중교통 사각지역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고, 예산도 버스 투입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성공적인 정책으로 이끌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큰 가이드라인은 중앙정부가 세우고, 지역별로는 구체적 특성을 살리는 것이 바로 맞춤형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미래에 부응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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