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고 틀리고.. '재산세 고지' 이래도 됩니까

김노향 기자 2019. 7. 24.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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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퇴 후 집 한채 가진 게 전재산인데 세부담이 너무 크네요. 지난해 132만원이었던 재산세가 올해는 167만원으로 1년 새 35만원 올랐습니다. 정기적금 금리가 3%대인데 재산세는 30% 가까이 상승했죠. 직장생활을 한다면 큰 금액이 아니지만 소득 없이 연금으로 사는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 갑자기 세금을 올려버리니 큰일입니다.”

#2 “군포에 1억6000만원짜리 투룸빌라를 보유했는데 올해 재산세가 2만원 정도 올랐어요. 정부가 고가주택 위주로 세금을 올린다고 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라 다행이긴 해요. 하지만 실거주를 위해 매수했다가 지금은 팔리지도 않고 가격은 1억4000만원까지 떨어졌어요.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 재산세가 오른 건 이해가 안돼요.”

#3 “재산세를 감면받으려고 장기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잘못된 재산세가 42만원이나 나왔어요.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주택은 재산세 전액을 감면해주는 혜택이 적용되지 않은 거예요. 나이 드신 어르신이거나 정보를 잘 몰랐을 경우 제대로 항의하지 못해서 꼼짝없이 낼 뻔했어요.”

재산세의 달 7월이 정부와 지자체의 졸속행정으로 얼룩졌다. 주택 공시가격을 정상화해 공평과세를 실현한다는 정부 정책이 지지를 받지 못하고 국민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과연 무주택서민을 위한 부동산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재산세 고지를 계기로 다시 한번 논란이 가중된다.


◆중산층·서민에게 가혹했던 재산세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고지한 주택 재산세 과세 총액은 1조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과세표준이 되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각각 14.0%, 13.9% 상승해 역대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재산세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주택의 가격이나 소득, 보유수와 관계없이 주택을 보유한 경우 100% 부과되는 세금이다. 종합부동산세가 고가주택을 가졌거나 다주택자인 경우 부과하는 부자증세인 반면 재산세는 실거주 1주택자도 내야 하는 보편증세인 셈이다.

물론 공시가격에 따라 재산세를 부과하므로 집값상승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세금도 많이 낸다. 올해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가장 많은 2962억원의 재산세를 낸다. 이어 서초(1944억원), 송파(1864억원), 강서(954억원), 영등포(850억원), 마포(766억원), 용산(730억원) 순으로 주로 고가주택 밀집지역이 재산세를 많이 낸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일 경우 전년 대비 재산세 인상률이 5%, 3억~6억원은 10%로 제한된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아파트는 재산세가 최대 30% 오른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가격 평균은 올 들어 한국감정원 기준 7억~8억원대를 유지했다.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평균 68.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사실상 평균가격과 비슷한 아파트는 최대 30% 재산세가 오른 셈이다. 정부가 중산층·서민의 재산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나름의 장치를 뒀지만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주택자라도 재산세 부담이 커 조세저항이 심각하다”면서 “일각에선 재산세 상승분이 수백만원에 달해도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자산가가 불만을 제기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소득이 적은 상황에 몇만원이나 수십만원 오른 세금도 크게 느끼는 경우”라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행정에 불신 폭발

재산세 산정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서울시가 지난 10일 재산세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뒤 일부 주택 임대사업자의 항의 민원이 빗발쳤다. 다주택자는 2채 이상을 임대사업자 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임대기간과 전용면적에 따라 재산세가 25~100% 감면되는데 상당수가 누락돼 잘못된 고지서가 발송된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매일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오류 발견과 정정 요청이 발생해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는 자동화시스템이 아닌 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수기 입력에 의존하는 행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자체 공무원은 국토교통부의 임대등록시스템(렌트홈) 자료를 토대로 주택 보유수와 취득시기 등을 확인하고 행정안전부 위택스에 ‘감면 코드’를 입력한다. 납세자가 잘못된 금액을 스스로 발견해 정정 요청을 하지 못한 경우 잘못된 세금을 고스란히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임대주택 소재지가 각각 다른 경우 오류 발생률이 높아 납세자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임대사업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혜택이 2021년까지 연장되고 감면율은 기존과 동일하며 지역자원시설세 감면조항이 삭제됐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납세자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는 사상 초유의 전체 공시가격 정정사태도 일어났다. 정부가 여러 차례 확인절차를 거친 대단지아파트의 공시가격이 한꺼번에 정정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이의신청 등에 따라 공시가격을 정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져 결국 정부의 감사가 진행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과 재산세가 많이 올라 조세저항이 심한 상황에 이런 문제까지 잇따라 조세행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서 “일반적으로 재산세를 고지 받은대로 믿고 내다보니 혼선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납부금액이 늘어나 납세자들이 직접 따져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산세 오류가 아닌 단순 이의신청은 추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시가격 발표 이후 이의신청 과정을 거친 만큼 추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과세자료 누락에 따른 재산세 부과의 환급 조치에 나섰다. 감면혜택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 관할 지자체에 오류 사실을 알리면 고지서를 재발송받을 수 있다. 이미 납부한 경우라도 환급받거나 오는 9월 2차납부 시 초과분을 깎아서 고지받을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전국 지자체의 임대사업자 자료가 일괄 재정비된다. 2022년에는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수작업을 전면 자동화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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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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