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인터뷰>"수사권 조정으로 檢·警 협력관계 정립..10만 경찰 통제 제도적 장치 마련할 것"
- 취임 1년 민갑룡 경찰청장
윤석열 총장 檢警협력 발언 듣고
선진 수사권 조정 모델 희망 품어
대통령 국정운영에 정보 꼭 필요
정보경찰 폐지보다 개선으로 가야
임기內 국가수사본부 출범 계획
누구나 관리자 되도록 교육 구상
오는 24일 취임 1년을 맞는 민갑룡(사진) 경찰청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어느 정도 갈무리 지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선진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의 도구로 활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는 정보경찰 문제와 관련해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 외에 다른 정보 기능은 정리를 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 중심제에서 경찰의 정보가 대통령에게까지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혀 현재의 틀을 크게 흔들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영향력을 키운 민주노총 등의 집회·시위 현장에 대해 “타인을 해하거나 공적 질서를 혼란시켜서는 안 된다”며 헌법상 지켜야 할 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에서 (경찰이) 조용한 승자가 된 것 같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라는 대업을 이룬 것 아닌가.
“아직 안 끝났다. 이제 마무리가 돼야 한다.”
―수사권 조정은 지난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는데, 법안 처리가 몇 분 능선에 와 있다고 보나.
“여당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수사권 조정은 90% 끝난 거 아니냐’고 평가한다. 조금 더 마무리가 돼야 할 것 같지만, 다행인 건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도 검경이 협력 관계라고 언급하기도 해 수사권 조정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갈무리 지어졌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윤 총장이 그 정도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로 경찰과 검찰 간에 서로 굉장히 좋은 발전적인 형태와 관계를 정립하면서 양 조직을 위한 그야말로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선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조직이 크면 비위가 없을 수 없다. 과거 경찰 사례를 보면 비위가 종종 있었는데 10만 경찰을 어떻게 다 통제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충분히 통제 가능하고 통제돼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들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필요하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경찰 내에서는 수사와 수사 외의 부서가 결합돼 있으니 수사를 하지 않는 다른 부서에서 영향받는 것들을 분립시키자는 취지에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설치하고자 한다. 또 국수본 내에도 실제 수사를 하는 부서와 수사를 통제하는 부서를 또 두자는 것이다.”
―분립된 국수본 라인에서 수사과장을 하던 사람과 경찰청 라인의 다른 부서장을 하던 사람 모두 경찰서장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승진 문제에서 두 조직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인지 우려된다.
“오히려 지금 선진국들에서 경찰 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현재 우리 정부안으로 마련된 국수본 체제가 일반적 형태다. 내부의 객관성·중립성을 유지시켜주는 장치를 두면서 구체적인 업무를 그 안에서 책임지고 하도록 한다. 일반적인 운영은 책임지고 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사만 계속하다가 서장도 하고 싶고 청장도 하고 싶다면 미국에는 ‘커맨더 코스’가 있다. 수사만 하다가 서장이 하고 싶다면,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리스트를 하고 싶은 것이니 조직 관리자가 갖춰야 할 일반적 교육을 받는 것이다. 관리자가 되고 싶으면 제너럴리스트 조직 매니저로서 일정 자격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갖추라는 것이다.”
―검찰 측도 우려하는 게 정보경찰이다. 민 청장은 국회 답변 중에 “정보경찰을 없애면 손발을 자르는 것과 같다”는 얘기도 했고 사실 정보경찰의 정보보고가 아직도 청와대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냐, 어떤 것들이 문제냐를 탐지하는 기능으로서 정보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 임무를 벗어나 다른 방법 또는 불순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 아니겠나. 그래서 정보경찰 개혁 방안을 잡았고, 경찰 임무 외에 다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그런 입법안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의원 입법을 통해 상정했다. 하나의 정부, 국가조직이 움직이려면 어떤 조직이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라면 그런 정보가 대통령에게 올라가야 한다.”
―법질서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현 정부 들어와서 영향력이 많이 커졌다. 최근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됐다 풀려나는 일까지 벌어져 더 강경하게 나올 것 같다. 경찰도 그만큼 강경하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법과 원칙을 언급했다. 이제 우리도 사회성숙도에 따라서 생활 속에서 정립돼 있는 법과 원칙을 찾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집회·시위 모습이니까 새로운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물리력 행사기준,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인권보호 감시단 등의 체계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경찰들이 강하게 법을 집행하면서 사소한 위법도 법의 이름으로 다 체포하고 그랬지만, 그러면 법의 과잉이나 직권남용과 같은 강한 반발이 생기면서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이제는 정·반·합의 원칙을 찾아야 한다. 민주노총 등 몇몇 사례가 있지만, 과거에 비해 집회·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쓰는 일도 현저히 줄었다. 막무가내로 쇠파이프나 화염병을 사용하는 게 줄어들어 왔다. 여기서 조금만 더 우리가 ‘합’을 잡아내면 세계가 인정하는 법질서를 확보할 수 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타인을 해하거나 공적 질서를 혼란시켜서는 안 된다는 헌법상의 몇 가지 선이 있다. 그걸 어길 때는 강하게 조치를 가하는 것이 안정된 합의질서를 찾아가는 길일 테지만, 각기 이 부분에 대해 조금씩만 각성한다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질서가 생겨날 것이다.
방승배·김수민 기자 human8@
■ 민갑룡 경찰청장
△1965년, 전남 영암 출생 △신북고 △경찰대(4기)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전남 무안, 서울 송파경찰서장 △경찰청 국민안전혁신추진 TF단장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경찰청 차장 △제21대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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