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순간' 첫방] 느리게 흐른 청춘들의 하루..옹성우의 변화를 기대해

김하진 2019. 7. 23. 06: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다른 학원물과의 차별화를 하나 꼽자면, 10대부터 20~30대까지 시청층을 넓히고 싶었어요. 기존 작품보다 느린 호흡, 잘 쓰지 않느 음악 구성과 편집점에 차별화를 뒀습니다. ‘호흡이 느린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 10~30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될 거예요.”

지난 21일 처음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극본 윤경아, 연출 심나연)은 연출을 맡은 심나연 PD의 말처럼 급하지 않고 천천히 흘러갔다. 보통의 드라마가 첫 회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빠른 전개와 인물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열여덟의 순간’은 등장인물의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에 더욱 신경 썼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거리도 서서히 좁히면서 감정을 중심으로 비췄다.

심 PD의 말처럼 유영하듯 느리게 흐른 ‘열여덟의 순간’의 첫 회는 여느 학원물과는 확실히 달랐다. 생소함에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생각할 여유의 공간을 비워두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었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의 앞날의 변화와 성장을 주목하게 했다.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 소년 준우, 수빈과 휘영을 만나다

‘열여덟의 순간’은 18살이 된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어머니와 살고 있는 최준우(옹성우 분)를 중심으로 그와 인연을 맺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식이다.

첫 회에서는 반에서 학습부장을 맡을 정도로 똑 부러지는 성격의 유수빈(김향기 분)과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콤플렉스를 잔뜩 안고 살아가는 반장 마휘영(신승호 분)을 비롯해 사회 초년생인 부담임 오한결(강기영 분) 등이 준우와 엮였다. 천봉고등학교에 전학 온 준우는 교복도 없이 학교를 찾았다. 휘영이 마련해준 교복을 입고 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다른 사람의 교복을 입은 탓에 이름표도 자신의 것으로 바꾸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학교가는 길에 우연히 본 준우에게 호감을 느낀 수빈은 수행평가도 자신의 조로 들어오게 하며 마음을 썼다. 그런 수빈의 행동이 휘영은 못마땅했다. 유치원부터 같은 곳에 다니며 자란 두 사람. 수빈은 휘영을 그저 죽마고우 정도로 생각하지만, 휘영은 수빈을 짝사랑하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전학생’으로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준우의 학교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막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절도 등으로 강제전학을 당한 준우는 전학온 지 하루 만에 도둑 누명을 썼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준우는 휘영이 있는 학원으로 배달을 갔다.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학원 강사의 요청에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나오는 순간, 휘영이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렸다”며 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준우는 그가 꺼낸 것이 시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후 학원 강사는 준우가 자신의 시계를 훔쳤다며 학교를 찾았고, 준우는 누명을 썼다. 이 과정에서 휘영은 준우를 두둔했다. 나서서 학원 강사를 말리며 준우를 보호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후 한결에게는 “준우가 시계를 훔친 게 맞는 것 같다”며 태도를 싹 바꿨다. 이를 문 너머에서 준우가 들었고, 이후 두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준우는 휘영에게 “네가 훔친 거 다 안다. 왜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휘영은 확 달라진 눈빛으로 준우를 향해 “쓰레기”라며 도발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차갑게 바라봤다. ‘열여덟의 순간’의 첫 회는 냉기가 흐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끝이 났다.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 옹성우의 변화가 기대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저마다 다른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들을 차례로 비추며 ‘열여덟의 순간’은 막을 열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불려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는 준우 앞에 선 수빈은 “언제까지 그렇게 존재감 없이 살 것이냐”며 ‘최준우’라는 이름표를 달아줬다. 다른 사람이나 ‘전학생’으로 불린 준우가 이름을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수 있을지, 도둑 누명에서 벗어나 다시 전학가게 될 위기에서 빠져나올지 주목된다.

Mnet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옹성우는 생애 첫 드라마인 ‘열여덟의 순간’에서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공허하고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눈빛부터 수빈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껴 피식 웃는 귀여운 모습, 휘영을 살벌하게 바라보며 따지고 드는 면까지 첫 회에서만 여러 가지 얼굴을 드러내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극중 준우가 변화하면서 배우로 2막을 연 옹성우의 발전도 기대된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향기 역시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했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여주인공은 단연 김향기밖에 없었다”는 심나연 PD의 선택은 탁월했다. 여기에 웹드라마 ‘에이틴’과는 다른 느낌을 낸 신승호 역시 온화한 미소와 살기가 느껴지는 싸늘한 눈빛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