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장이 '흰색 스니커즈'를 신은 사연
'젊은 세대' 겨냥 신제품 출시하며
소개 맡은 사장들 '흰 스니커즈' 바람
"편하고 젊은 감각"..매장서 옷 공수


16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 맥주 제조기 ‘엘지(LG) 홈브루’ 출시 행사가 이날 이곳에서 열렸다. 이날 제품 소개를 맡은 이는 엘지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송 사장은 평소 양복 재킷을 입던 모습과 달리 ‘캐쥬얼’한 차림으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로 줄무늬 셔츠에는 연한 갈색과 흰색이 배열됐고 소매는 두어단 접어 올린 모습이었다. 바지는 카키색과 갈색 중간쯤으로, 편해 보이는 면바지였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 ‘맥주’와 색이 조화로운 코디였다. 화룡점정은 흰색 스니커즈. 주로 20~30대가 즐겨 신는 끈 달린 ‘올 화이트’ 스니커즈였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공학도 출신으로 1983년부터 ‘엘지맨’의 길을 걸어온 송 사장은 올해 62살이다. 엘지 사풍은 꽤나 보수적인 편이다.

엘지전자 홍보팀은 이번에 맥주 마니아층 취향을 겨냥해 신제품을 내놓으며 출시 행사 콘셉트를 고심했다. 사장이 양복 재킷을 입는 건 제품 이미지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엘지전자 직원들은 행사를 앞두고 엘지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지하 1층을 향했다. 이곳엔 엘지전자 베스트샵 등 몇 가지 매장이 있는데, 엘에프(LF) 패션 매장도 있다. 엘에프 매장에서 편안한 느낌의 옷들이 ‘픽업’돼 사장실에 전달됐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그렇다고 행사장에서 반팔을 입으면 너무 격식에 맞지 않는 느낌이 들 수 있어 긴팔 캐쥬얼을 입되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며 “신제품 행사에서 사장이 재킷을 벗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흰색 스니커즈는 엘에프 해지스 제품으로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엘지전자 직원들도 이에 맞춰 캐쥬얼한 차림으로 이날 행사를 진행했다. 청남방을 입고 검정색의 편한 슬립온을 신었다. 소매는 꼭 두어번 걷었다.

‘흰 스니커즈’는 지난달 삼성전자 냉장고 출시 행사에서도 등장했다. 취향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신제품이었다. 소개를 맡은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김현석 사장은 ‘노타이’ 차림에 밝은 남색의 캐쥬얼 정장을 입었다. 흰색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스니커즈였다. 엘지 송 사장이 신은 것과 흡사한 ‘올 화이트’ 디자인이었다. 김 사장은 이어마이크를 착용하고 스툴 의자가 걸터앉아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제품을 소개했다. 전자회사가 백색가전을 넘어 개성 넘치는 ‘틈새시장’ 제품을 내놓으면서 연출된 풍경이었다.
‘흰 스니커즈 등판’의 원조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6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코나’를 발표하며 흰 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 이날 패션의 포인트는 역시 흰 스니커즈였다. 송 사장, 김 사장과 다르게 스니커즈에는 때가 잔뜩 묻어있었다. 일부 언론은 이룰 두고 “때 묻은 스니커즈”라고 표현하거나, “낡은 스니커즈로 멋을 더해”라고 평가했다가 누리꾼들의 ‘즐거운’ 웃음을 샀다. 해당 스니커즈는 젊은 층 사이 ‘힙 아이템’으로 통하는 ‘골든 구스’ 제품이었다. 새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때 묻은 무늬가 특징이다. 가격은 30만원대 안팎이다.

이날 정 부회장의 패션은 누리꾼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고, 여전히 회자된다. ‘검은 양복의 50대 남성’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에 신선한 느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호평이 많았다. 부친 정몽구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 세대교체를 예고했던 장면으로도 평가된다. 이런 분위기는 회사 전반으로 점차 확산됐다. 현대차는 올해 3월부터 직원들에 ‘완전 자율복장’을 허용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출근해도 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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