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부터 멋집까지.. '백화점 떴다방'이 떴다

석남준 기자 2019. 7. 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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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만 장사하고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
고객 불러 모으는 효과 톡톡

"한국 백화점은 '떴다방'이 경쟁력이에요."

대구 월배시장에서 시작해 녹차와 바나나 등을 넣은 절편으로 인기를 끈 '돌쇠떡집'이 지난 4월 현대백화점 울산점에서 연 팝업 스토어. 떡을 맛보려는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공세로 미국·일본 백화점들이 줄줄이 도산, 폐업하는 상황에서 한국 백화점이 그나마 선방하는 이유를 묻자 백화점 업계의 한 인사는 이렇게 답했다. '백화점 떴다방'은 아파트 청약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이동식 중개업소(일명 '떴다방')처럼 짧은 시간 동안 생겼다가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를 의미한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쉴 새 없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며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새로운 걸 찾아야만 '핵인싸'(무리의 중심)가 되는 시대에 팝업 스토어가 백화점의 집객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화점 떴다방은 식품관을 넘어 패션, 명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집객(集客) 효자 된 팝업 스토어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하 1층 식품관 중앙 약 330㎡(100평) 공간을 팝업 행사장 전용 공간으로 쓰고 있다. 통상 식품관 입점 업체는 백화점과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이곳에선 공간을 4개로 나눠 다양한 브랜드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장사를 하고 사라진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식품관이 새 단장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이곳을 거쳐 간 브랜드만 50여 개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15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있는 식품관(고메이494)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새 브랜드가 문을 열고 있다.

백화점들이 잇따라 식품관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건 새로운 게 없으면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이 내놓은 자구책 중 하나가 팝업 스토어"라며 "짧은 기간 진행하기 때문에 정식 입점보다 흥행 리스크가 적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식품관 팝업 스토어를 채우는 건 대부분 전국 각지의 맛집이다. 현대백화점 양희지 델리 바이어는 업무 시간에 인스타그램 등에서 맛집을 찾고, 식당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쏟아지는 맘카페를 기웃거린다. 양 바이어는 "매달 맛집을 최소 20곳 이상 직접 찾아다니며 팝업 스토어 입점을 타진한다"고 말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도 앞다퉈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지난해 8~9월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서 신발 팝업 스토어를 연 모습. /롯데백화점

팝업 스토어는 입점 업체와 백화점 양쪽에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평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행을 떠나지 않고선 맛볼 수 없는 지방 맛집 음식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아 긴 줄을 선다"고 말했다.

입점 업체 입장에선 백화점 팝업 스토어가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것을 넘어 사세 확장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백화점에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강릉 꼬막 비빔밥 맛집 '엄지네 포장마차'는 현대백화점 15개 점포를 돌아가면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작년에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경기떡집''흑화당' 등은 반응이 좋아 이후 백화점에 정식 입점했다.

콧대 높은 명품도 떴다방 앞에 무릎 꿇다

식품관뿐 아니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지난해 9월 5층 여성 캐주얼 매장 한가운데 '스타일바자'라는 이름의 팝업 스토어 공간을 마련하고,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3개월마다 교체하며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손문국 상품본부장(부사장)은 "현재 목표 매출 대비 11.4%를 초과 달성했다"며 "계속해서 그동안 백화점을 찾지 않던 고객들까지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콧대 높은 명품도 백화점 떴다방의 파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존심이 세 명품관 밖에서는 어떤 행사도 하지 않던 명품 브랜드가 이제는 먼저 백화점에 팝업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팝업 스토어의 영향력이 세졌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가 온실(매장) 속에만 있던 명품 업체들까지 밖으로 불러낸 것이다. 루이비통은 17일부터 31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다. 루이비통은 한 공간이 아닌 5개 층에서 팝업 스토어를 여는 파격을 택했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신제품을 백화점 내 여러 층에 공개하는 국내 첫 프로젝트"라며 "한정판을 포함해 향수, 시계, 주얼리 등 전 부문을 팝업 스토어에서 공개한다"고 말했다. 프라다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펜디는 지난 5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1층 팝업 스토어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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