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설계한 신공법 적용 .. 브루나이 건설역사 새로 쓰다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나기천 2019. 7.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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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期 획기적 단축 '쾌거' / 브루나이 동서 연결 해상교 14.5km 수주 / 상판 2개씩 연결 '론칭 갠트리' 공법 시도 / 능률 4배 이상 높여 공사 '쑥쑥'.. 완공 눈앞
10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 인근 세라사 지역에 마련된 대림산업 캐스팅 야드에서 쾌속 보트를 타고 5분쯤 이동하자 멀리서 바다를 가로 지르는 긴 다리가 보였다. 다리는 당장 손에 잡힐 듯 보였지만, 이후로도 30여분을 더 달려야 교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워낙 규모가 커 멀리서도 보였던 이 다리는 대림이 짓고 있는 브루나이 템부롱대교였다.
 
교각에서 올려다본 다리의 규모는 실제 웅장했다. 총 30㎞ 길이에 해상에 지어지는 해상교 부분만 장장 14.5㎞다. 한국의 인천대교와 규모가 비슷하다. 해상교량 구간 13.65㎞에 나머지는 사장교다. 사장교를 지지하는 주탑은 'A'자 형태로 빼어난 디자인이 돋보였다. 다리 위에서는 사장교 주탑 장식을 위한 타워크레인과 도로포장을 위한 장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해상교량 구간을 모두 대림이 시공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바다에 파일을 박아 교각을 올렸고, 교각 위는 캐스팅 야드에서 제작한 상판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놓였다. 동행한 전태명 대림산업 부장은 “공사 대부분이 날씨의 변화가 심한 해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무척 까다로운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10일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 무아라 지역에서 바라본 템부롱대교 전경. 대림산업이 브루나이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이 다리는 현재 동, 서로 나뉘어 있는 브루나이 국토를 연결한다. 네모 안 사진은 6월 29일 브루나이 템부롱 CC3 현장에서 2주탑 사장교의 주경간 최종 폐합행사를 한 대림산업 현장 직원, 발주처 관계 인사 및 감리단 기념촬영 장면. 주경간 최종 폐합은 사장교의 양쪽 주탑으로부터 시공된 상판을 최종 연결하는 것으로, 이날 총 14.45㎞의 해상교량이 모두 연결됐다.
대림산업 제공
대림이 브루나이 건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템부롱대교는 단일 교량으로서는 브루나이 최대 규모다. 템부롱 교량사업은 브루나이만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분리된 브루나이 국토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을 만드는 약 2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총 길이가 30㎞에 이르며 4개의 구간으로 나눠 발주됐다. 대림은 2015년 템부롱대교의 핵심인 해상교량과 사장교 2개 구간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약 7500억원으로 올해 하반기에 준공 예정이다.
템부롱대교는 브루나이 전역을 연결해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브루나이만을 국제 물류항으로 성장시킬 전망이다. 현재 동, 서로 나뉘어 있는 템부롱 지역에서 무아라 지역으로 가려면 차로 3~4시간, 배로 1~2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템부롱대교가 완공되면 자동차로 단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템부롱대교에는 대림의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신공법이 적용됐다. 특수기중기를 사용하는 이른바 ‘론칭 갠트리’(launching gantry) 공법이다. 이 장비는 교각 위에 상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대림의 장비는 규모부터 다르다. 기존의 장비가 800t짜리 상판을 하나씩 올리는 수준이었다면 대림의 장비는 최대 1700t까지 한꺼번에 2개씩 올릴 수 있다.
상판 2개를 한 번에 들어서 교각 위에 올리는 방식은 대림이 처음 시도한 공법이다. 다리에 올려야 할 상판이 578개나 되는데 발주처가 요구한 짧은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한 고민이 만들어낸 새로운 공법이다. 새로운 장비는 대림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설계했다. 기존 장비보다 4배 이상 능률이 높아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이 공법은 사업 수주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입찰 당시 중국업체가 1~3위를 차지했고, 가장 높은 공사비를 써낸 대림산업은 4위였다. 그러나 발주처가 강조한 공기단축에 특수공법 대안을 제시한 대림이 최종 승자였다.
브루나이에는 최근에 대림이 지은 다리가 또 있다. 9일 둘러본 리파스대교다. 현재 브루나이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이 다리를 대림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리파스대교를 상공에서 바라보면 다리와 부속 건축물이 어울려 브루나이 국기 모양을 만든다.
리파스대교는 브루나이 최초의 사장교다. 반다르스리브가완을 가로지르는 브루나이강 위에 놓인 교량이다. 브루나이 국교인 이슬람 문화와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왕의 상징을 곳곳에 반영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이 다리의 주탑 높이는 157m인데, 국왕의 생일인 7월 15일의 영어식 표기인 ‘157’을 상징한다. 또 주탑은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돔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1층에는 이슬람 기도실을 만들었다. 주탑과 다리 위에서 보면 주탑과 하부 구조물이 브루나이 국기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 다리는 현재 브루나이 최대 교량이지만 곧 템부롱대교에 1위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안병욱 현장소장은 “리파스대교 공사가 템부롱대교를 위한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며 “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선보이고 발주처와 신뢰를 쌓은 게 추가 수주에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림은 2013년 여수와 광양을 연결하는 세계 4위의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를 통해서 세계에서 6번째로 현수교 기술 자립화에 성공했다. 브루나이는 해상특수교량 기술 자립화를 달성한 후 대림이 처음으로 진출한 해외시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일본업체들과의 경쟁 끝에 터키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대림은 터키에서 총 사업비 3조5000억원 규모의 차나칼레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이명한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은 “대림산업이 SK건설과 함께 팀을 구성해 터키에서 진행하는 차나칼레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며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해상특수교량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건설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다르스리브가완=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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