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회 1인시위..정읍 시민들, 소싸움장 막아냈다

2019. 7. 16.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물학대 논란 등을 빚은 전북 정읍시의 소싸움장 건립 계획이 최근 무산된 데는 지난 2년여 동안 투쟁한 정읍지역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다.

시민들은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며 소싸움장 건립 백지화를 이끌어 냈다.

1인 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주부 최은희(51)씨는 2017년 6월1일 정읍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싸움장 최종 용역보고회에 갔다가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 2년 만에 건립계획 백지화
의회도 "결정난 사안" 밀어붙였지만
'동물학대 반대 시민행동' 결성
포기 않고 '소싸움 도박장' 이슈화
시민 힘으로 정읍시정 바꾼 첫 사례
2017년 10월31일 소싸움장 건립을 반대하는 1인 시위 100회를 맞아 기념 촬영했다. 정읍시민행동 제공

동물학대 논란 등을 빚은 전북 정읍시의 소싸움장 건립 계획이 최근 무산된 데는 지난 2년여 동안 투쟁한 정읍지역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다. 시민들은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며 소싸움장 건립 백지화를 이끌어 냈다. 시민이 정읍시정을 바꾼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읍시는 그동안 추진해 온 ‘부전지구 농촌테마공원 조성사업’에서 소싸움장 건립계획 부분을 백지화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시는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자락의 부전동 일대 터 5만8천여㎡에 사업비 113억원을 들여 민속소싸움장과 축산체험장 등 축산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싸움장 건립을 반대해온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용해 관련 사업을 포기했다. 대신 문화공연장 등을 세울 방침이다.

정읍 시민들이 투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7년 5월15일이다.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을 결성해 15개 단체가 참여했다. 시민들은 돌아가며 1인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축산테마파크의 핵심이 ‘소싸움 도박장’이란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 2년여 동안 255회의 1인 시위를 했다. 1인 시위 소식을 ‘쇠똥구리 통신’이란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과도 나눴다. 도지사와 도의원에게는 관련 의견서를 보냈다. 정읍시에는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12월 관련 예산 5천만원을 삭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7년 6월 정읍시 공무원 등에게 보낸 소싸움장 반대 내용의 손편지.

어려움도 있었다. 1인 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주부 최은희(51)씨는 2017년 6월1일 정읍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싸움장 최종 용역보고회에 갔다가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시의장은 이미 결정이 끝난 사안이라고 했고, 시장도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는 찬성단체의 폭언·폭행으로 몸과 마음이 멍들었다. 찬성단체들은 “정읍의 사계절 관광지화에 기여하고 주민소득과 고용창출 효과가 클 것이다. 해당 시설은 소싸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도 할 수 있는 다목적경기장으로, 도박장이라는 반대쪽의 주장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일부에서도 그만 투쟁을 접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잘못된 행정과 찬성하는 소싸움업자의 폭력에 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그럴수록 더욱 투쟁하는 마음을 다잡았어요.” 최씨가 그해 6월4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한 이유다.

소싸움장 건립이 백지화된 지금, 시민들은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시민들은 “동학농민혁명에서 농민군이 관군과 싸워 대승을 거둔 정읍 황토현전승일(5월11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올해, 잘못된 소도박장(소싸움장) 건설추진의 시정을 시민들이 바로잡은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학은 사람을 하늘처럼 귀하게 여기라고 했지만 동시에 동물과 자연환경까지 사람과 똑같이 귀하게 대하라고 했습니다. 시민승리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고 한 사인여천의 동학 정신이 여전히 정읍 땅에 면면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시민 한명 한명이 녹두꽃으로 피어나 정읍을 새롭게 변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최씨가 웃으며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