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국책硏 11년전 이미 경고했는데
"도시재생 억제·공급 위축..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요인"
소수 청약 당첨자 제외한 다수가 피해 가능성 지적도
분양가 공시제 활용·공공택지 염가 공급 필요성 제안
김현미 "이젠 도입할때..전매제한 늘려 보완" 강행 시사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 등 2곳의 국책연기관에서 11년 전 ‘상한제의 위험성’을 경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 참여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도입하자 1년여 동안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국책연기관 보고서의 골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당장의 주택가격 상승 억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민간 공급이 대폭 줄어들고 주택 품질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더욱 크며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시장과열 초래···장기적 가격 상승 요인”=국토연구원은 2008년 10월 펴낸 ‘주요 주택규제의 평가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높은 분양가로 주변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 1년이 지난 시점에서다.
연구원은 우선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될 경우 재개발·재건축사업 등 도시재생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지고 민간택지의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또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표준건축비가 적용되면 주택건물이 획일화되고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매물’이 나오면서 이를 노리는 가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에는 프리미엄이 형성돼 가수요를 발생시킴으로써 시장과열의 원인이 된다”며 “거주목적이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도 프리미엄을 위해 청약경쟁에 참여하고 일단 프리미엄을 얻으면 편법을 동원해 전매를 하게 된다”고 했다.
KDI 또한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KDI는 2008년 12월 내놓은 ‘부동산정책의 종합적 검토와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는 주택건설업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며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분양가를 규제하면 더 많은 국민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가격이 올라 소수의 청약 당첨자를 제외한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약시장의 과열도 예상되는 문제로 언급했다.
대신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도록 ‘분양가 내역 공시 제도’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 적용하도록 했던 것은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건설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했기 때문인 만큼 분양가 내역을 세세히 공개하면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등 ‘고가 분양’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행정지도 등으로 선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KDI는 “분양원가를 낮추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택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주택이 충분하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도시개발이나 산지·농지개발 등을 통해 염가의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도권 외 상당수 지방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사업자의 이익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적절한 개발이익의 분배가 가능하려면 당국이 나서서 분양원가 절감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민간택지의 경우 감정평가를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토지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할 경우 주택공급 부족의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결코 정책적 의지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낮추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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