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동백꽃' 점순이가 '꼬신' 춘천여행

춘천(강원)=박정웅 기자 2019. 7. 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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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김유정의 고향, 춘천 실레마을
인명 붙인 국내 유일의 김유정역, 온마을이 ‘김유정’

'ㅁ'자 구조의 김유정 생가. 초가지붕 가운데 구름이 멈춰서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감자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김유정의 <동백꽃>

김유정은 대표소설 <동백꽃>으로 기억된다. 점순이의 닭싸움이 인상적인 <동백꽃>은 소박한 농촌마을 아이들의 풋풋한 애정을 그렸다. 김유정의 고향은 금병산에 안긴 춘천의 실레마을(증리)이다. <동백꽃>에서처럼 김유정은 담백하면서도 해학적으로 고향과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김유정이 춘천의 자랑인 점은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알 수 있다. 역명에 사람 이름을 붙인 건 국내에선 이 김유정역이 유일하다.

◆금병산 자락 실레마을, 온마을이 ‘김유정’

강원 춘천시 실레마을의 김유정생가. /사진=박정웅 기자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곧 실레마을이다. 금병산이 실레마을을 고즈넉하게 품었다. 실레는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움푹한 떡시루를 닮아서 붙여진 지명이다. 실레는 김유정의 고향이며 마을 전체가 작품의 무대다.

아니다 다를까.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고향답게 ‘김유정’ 천지다. 김유정문학촌에서부터 김유정우체국, 김유정농협 등이 눈에 띈다. 또 밥집이나 편의시설의 상호도 김유정과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이름과 줄거리를 잇댔다. 깜빡했다. 실레마을 여행에 첫발을 내디딘 곳 역시 김유정역이다.

경춘선 김유정역. 인명을 붙인 국내 유일의 역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김유정은 스물아홉의 짧은 생애에 30여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그중 <동백꽃>을 비롯해 <봄봄> <만무방> <소낙비> 등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레마을 사람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의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실레이야기길에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얘기가 펼쳐진다.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동백꽃)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가을),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총각과 맹꽁이)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봄봄)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산골) 등이 정겹다. 소설 속 인물들의 자취를 찾으며 길을 걷는 것은 김유정과 실레마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실레마을에는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김유정생가와 김유정전시관, 김유정이야기집, 이야기쉼터, 민속공예 체험방, 기획전시실, 야외무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중 김유정생가와 김유정이야기집은 유료 관람이다.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생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압축한 점순이와 닭싸움 조형물. 오른쪽 인물은 성인인 된 김유정을 상징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김유정생가는 점순이와 닭싸움이 가장 먼저 반긴다. 입구 왼쪽에 <동백꽃>의 익숙한 조형물이 있다. 김유정생가는 단출하다. ‘ㅁ’자 구조의 초가집으로 김유정의 조카와 마을사람들의 증언과 고증으로 2002년 복원됐다. 특히 조카인 김영수씨가 집의 구조와 크기 등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어서 복원에 도움이 됐다. 직접 그린 평면도가 김유정생가의 벽면에 붙어있다.

김유정생가는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ㅁ’자 형태로 집을 짓고 기와집 골격에 초가를 얹었다. 집의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려는 가난한 마을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이러한 배려는 봉당의 굴뚝에서도 피어난다. 마당 안쪽에는 지붕보다 훨씬 낮은 굴뚝이 있다. 밥 짓는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게 하려는 뜻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김유정생가 툇마루에 걸쳐앉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좋다. /사진=박정웅 기자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 김유정생가는 툇마루에 걸쳐앉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좋다. 가물가물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소설의 내용을 되살릴 수 있다. 또 전지적 시점에서 김유정의 삶과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동백꽃>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과 금병산. /사진=박정웅 기자
레일바이크 실루엣과 우산 조형물. 김유정역 인근에는 레일파크가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팁 하나. 동백꽃은 붉은데 왜 노랗다고 했을까. 김유정생가나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등 실레마을 곳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동백은 우리가 아는 그 동백이 아니라 생강나무인 것. 이곳을 비롯해 강원 사람들은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 했단다. 생강나무는 봄에 산수유가 필 때 잎이 나기 전 앙증맞은 노란 꽃을 피운다.
실레마을에는 춘천의 걷기여행길인 봄내길이 있다. 봄내길은 총 7개 코스로 이뤄졌는데 이중 1코스가 실레이야기길이다. 김유정문학촌-실레마을길-산신각-저수지-금병의숙-마을안길-김유정문학촌 5.2㎞ 구간이며 2시간이면 충분하다. 금병의숙은 김유정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촌계몽운동을 펼친 곳이다. 김유정역 오른쪽에는 강촌역을 오가는 레일바이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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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강원)=박정웅 기자 park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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