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상어와 돔배기

강호원 2019. 7. 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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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배기.

영남 내륙지방에서 제사상에 올리는 숙성시킨 상어고기다.

상어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영남만의 풍습은 아니다.

상어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전통은 2000년도 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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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배기. 영남 내륙지방에서 제사상에 올리는 숙성시킨 상어고기다. 산적이나 탕 요리의 재료로 쓴다. 제사를 지낸 뒤 조림을 하면 맛이 일품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상어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영남만의 풍습은 아니다. 제주도에서는 생 상어고기를,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숙성시킨 상어고기를 올린다고 한다. 그래도 상어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은 영남이다.

돔배기는 왜 생겨났을까. 지리적 환경의 소산이다. 간고등어와 비슷하다. 소금을 잔뜩 뿌려 절인 안동 간고등어. 옛날에는 소금절임을 하지 않으면 이내 상해 내륙에서는 고등어 한 마리 먹기 힘들다. 상어고기를 숙성시킨 것은 그 때문이다. 숙성된 상어는 간이 잘 배지 않는 일반 상어고기와는 맛도 다르다.

상어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전통은 2000년도 더 됐다. 사서삼경 ‘시경(詩經)’의 잠(潛)에 나오는 문구, “잠에는 물고기가 많다. 상어도 다랑어도… 이를 올려 제사를 지낸다(潛有多魚 有?有? … 以享以祀)”. 전(?)은 잉어를 뜻하기도 하지만 상어를 이르는 말이다. 주로 철갑상어를 가리킨다. 상어는 주로 봄철 제사상에 올린다고 한다. 돔배기는 영남 유생에 이르러 생겨난 걸까.

8일 제주도 함덕해수욕장에 상어가 나타났다. 해변가 가까이 올라왔다. 큰 소동이 벌어졌다. 뭔가 사냥거리를 보고 얕은 물가까지 올라오지 않았을까. 영화 ‘죠스’의 으스스한 공포가 되살아난다. 출몰 신고가 접수되자 해수욕장은 전면 통제됐다고 한다. 하와이 해변에서나 벌어질 일이 제주도에서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상어 안전지대는 아니다. 1959년 이후 상어 사고는 7건이나 있었다.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예나 지금이나 상어는 가까이 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돔배기도 없었을 테니.

해양 먹이사슬 최상위에 자리한 상어의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인간의 탐욕 탓이다. 중국요리 삭스핀 재료로 쓰이는 상어 지느러미를 얻기 위해 포획을 남발한다. 지느러미가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들. 처참하다.

돔배기 몇 조각을 제사상에 정성스레 올리는 우리의 전통. 아름다운 전통마저 싸잡아 욕먹을까 걱정스럽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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