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음식으로 치유하기] 복달임 음식

2019. 7. 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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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한 해 건강 농사는 복(伏)중에 달렸다'. 이래서 일까, 예나 지금이나 삼복 더위에는 복달임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복날을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하는 날로 여기고 복날에 끓여먹는 고깃국을 '복달임'이라고 불렀다.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은 일종의 중국식 절기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진나라 덕공 2년에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낸데서 유래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따르면 복날은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로 우리 선조는 삼계탕 개장국 육개장 임자수탕 적소두죽을 즐겨 먹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임자수탕'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먹었던 보양식이다. 차게 식힌 닭육수와 볶은 깨를 갈아 섞어 면이나 채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닭고기, 달걀지단, 오이채, 미나리, 표고버섯 등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얹어 먹는다.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荏子水湯)이란 명칭이 붙었다.

조선시대 개장국은 돈이 없는 서민들의 복달임이고, 돈이 있거나 벼슬이 있는 사람들은 개고기 대신 쇠고기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만든 육개장을 즐겨먹었다고 한다. 물론 가장 더운 삼복에 냉면이나 메밀 같은 시원한 음식을 즐겨 먹기도 하지만 복달임 음식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삼계탕을 으뜸으로 친다. 닭고기로 만든 삼계탕은 성질이 따뜻하고 양기를 보충해주는 음식이다. 닭고기는 소화도 잘되고 단백질도 풍부할 뿐더러 삼계탕에 함께 들어가는 마늘 찹쌀 인삼 대추들 또한 모두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영양 덩어리로 완벽한 복달임 음식이다.

장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우리네 복달임 보양식이다. 장어는 살은 물론이거니와 뼈와 피, 기름까지 모두 약으로 사용할 정도로 유용한 식품이다. 특히 허약해진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보충해 주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장어가 팔다리 저림, 신체 허약, 여성의 하혈, 남성의 발기부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영양학적으로 볼때 장어는 불포화지방산이 매우 풍부하여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고, 단백질과 비타민A, E 등이 풍부하여 단숨에 기력과 체력을 회복하는 데 매우 유용한 음식이다. 참고로 장어 속에 들어있는 비타민 A 함량은 소고기의 200배 정도로 강력하다.

전반적으로 볼때 장어는 특히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남자의 양기를 북돋우고 중장년 갱년기 남성들의 스태미너를 돕는다. 따라서 발기부전 증상을 개선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리 기능 뿐 아니라 다리를 튼튼하게 해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장어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의 생식기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장어를 먹으면 여성의 냉증이나 산전 산후의 허약증상, 약해진 자궁 등을 보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민족인데 북한 사람들도 여전히 복달임으로 삼계탕을 즐겨먹을까? 북한에서도 닭을 복달임의 주재료로 즐겨먹기는 해도 삼계탕이 아닌 온반의 유형으로 먹는다. 이른바 평양온반이다. 실향민들이 장충동 일대에서 운영하는 평양냉면집에서 먹는 온반은 소고기를 쓰는 것과 달리, 평양에서는 닭고기 살을 가늘게 찢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 평양에선 삼복더위에 꿩백숙을 즐겨먹었으며 개성 지방에서는 닭고기를 기본으로 끓인 육수에 물고기를 넣어 끓인 개성어죽을 즐겨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개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에도 북한 조선중앙TV가 복날에 평양의 보신탕 전문식당을 소개하면서 삼복철 대표 보양식은 단고기라며 보신탕의 효능을 강조한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북한 사람들의 복달임으로 찾는 인기 재료는 단고기, 즉 개고기를 삼복철 보양식으로 꼽는 것같다. 최근 북한에서는 '쑥녹마국수' 같은 생소한 이름의 복달임도 유행한다고 한다. 즉 감자 녹말에 쑥을 섞은 국수로 감칠맛이 있어 북한 사람들이 복날에 즐겨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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