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커리·아이스크림 척척.. '배달의 천국' 인도

뉴델리=장형태 특파원 2019. 7. 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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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창 NOW] 무섭게 크는 인도 음식 배달 시장

인도와 스리랑카의 크리켓 월드컵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지난 6일(현지 시각) 오후 2시. 인도 뉴델리에 사는 수레시 싱(42) 가족은 스마트폰으로 음식 배달 앱 '조마토'를 켜고 도미노피자에서 570루피(약 9700원)짜리 야채피자 한 판, 타코벨에서 79루피짜리 야채 타코 두 개를 주문했다. 그의 가족은 모두 채식주의자다. 싱씨는 "인도의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는 크리켓 경기 중계방송을 보는 데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며 "앱을 통한 주문이 간편한 데다 할인 행사도 많아 주말마다 외식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이날 조마토에서는 크리켓 점수와 승패를 맞히면 주문 금액 전부를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열었고, 경쟁 업체인 '스위기'는 최대 40% 할인 쿠폰을 내걸었다.

장형태 특파원

배달 음식의 천국, 인도

인도가 배달 음식의 천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한 동네 노점 커리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스타벅스 커피까지 다양한 음식을 집안에서 30분이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시장 조사 기관 레드시어 매니지먼트는 인도 온라인 식품 배달 시장은 2017년 7억달러에서 2021년 25억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 배달 음식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4억3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인도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역(逆)성장하는 가운데 유일한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반면 세계시장은 같은 기간 6% 감소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음식 주문·배달 앱과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인도인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현재 인도 내 패스트푸드 업계 매출 25%는 앱을 통한 배달이 차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인도 대도시의 극심한 교통체증과 더운 날씨도 배달 문화 발달에 한몫했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체계가 미비한 인도 대도시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온 도로가 차량과 오토릭샤(삼륜 택시)로 가득 찬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차를 몰고 나가 생필품을 사는 대신 전화 한 통으로 식료품·식수·약 등을 주문해 오토바이로 배달받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특히 연 강수량의 80%가 몰리는 7~9월 몬순 기간에는 배달 업체가 배달료를 올려도 인도인들은 이를 흔쾌히 낸다. 현재 주요 배달 음식 앱 배달료는 50루피(약 850원) 안팎이다.

인도 1위 배달 대행업체 ‘스위기’(Swiggy)의 배달원이 가정집을 방문해 소녀에게 주문한 음식을 전해주고 있다. 현재 인도 패스트푸드 업계 매출의 4분의 1이 배달 앱에서 발생할 만큼 인도 온라인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위기(Swiggy)

배달 주문이 손쉬워지면서 야식(夜食)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인도 컨설팅회사 레드시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월 점심과 저녁 피크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의 배달 건수는 약 4만5000건이었으나 12월에는 8만5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야식을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대도시에 사는 1인 가구다. 레드시어는 "대졸자, 전문직 종사자, 대학생이 심야시간에 배달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녁을 8~9시에나 먹는 인도 특성상 야식시간은 더 늦다. 새벽 3시까지도 피자를 주문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토종 '빅(big)2'가 양분한 시장에 도전장 내민 우버이츠

인도 배달 시장은 토종 업체인 스위기와 조마토가 양분하고 있다. 배달 앱 초기인 2016년까지 400여개의 서비스가 경쟁했으나 지금은 각각 점유율 40%, 30% 정도를 차지하는 이 두 업체로 정리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도 2017년 '우버이츠'라는 식품 배달 서비스 브랜드를 론칭해 인도 '빅2'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스위기는 인터넷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2014년 설립했다. 스위기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남부 벵갈루루에서 사업을 시작해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 등 주요 13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했다. 배달원 숫자만 20만명이고, 월 주문 건수는 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음식점 리뷰 사이트였던 조마토는 스위기보다 한 해 늦은 2015년 인터넷 배달 서비스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주요 도시뿐 아니라 지방 중소 도시까지 확장해 인도 200여곳에서 조마토를 이용할 수 있다. 조마토 역시 지난 3월 배달 건수 3000만건을 넘겼으며 배달원 수는 23만명 정도다.

이 두 업체는 단순 음식 배달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조마토는 전국 5900여개 가맹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이 메뉴 하나를 시키면 한 접시 더 주는 유료 골드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 배송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디핀데르 고얄 조마토 CEO는 "오토바이 배송은 평균 30.5분이 걸린다. 드론을 이용하면 배송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기는 음식뿐 아니라 생필품 배송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9월 유제품 전문 배달 업체를 인수하면서 우유·과일·야채·꽃·유아용품 등 배송 품목을 늘렸다. 바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아침 식사 정기 배달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스타트업 투자 큰손들도 연 15%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 배달 음식 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언론 재벌 네스퍼스 등은 지난해 12월 스위기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인도 전체 레스토랑 산업이 최근 5년간 투자받은 8억43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조마토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등 15개 투자사로부터 지난해까지 4억43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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