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 방불케 한 美독립기념일 행사.. 통합 메시지에도 분열상 노출

최나실 2019. 7. 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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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의 243주년 독립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는 마치 한 편의 '트럼프 쇼'를 방불케 했다.

재선 목적으로 국가 행사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치색을 상당히 빼고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지만, 같은 시각 인근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는 등 미국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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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43주년 독립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가 4일 수도 워싱턴의 내셔널몰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화려한 불꽃놀이가 행사장인 링컨 기념관 위의 하늘을 수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의 243주년 독립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는 마치 한 편의 ‘트럼프 쇼’를 방불케 했다. “주연은 전투기와 전차 등 각종 군사장비, 진행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는 게 미 언론들의 평이다. 재선 목적으로 국가 행사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치색을 상당히 빼고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지만, 같은 시각 인근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는 등 미국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행사가 열린 워싱턴 내셔널몰의 링컨 기념관 주변은 높은 기온에다 간간히 내린 비로 인해 무덥고 푹푹 찌는 날씨였는데도 불구, 수천~수만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몰려들었다. AP통신은 이곳에서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대중 연설에 나선 건 1951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 68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243주년을 맞은 4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가 열리는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링컨 기념관 앞 레드카펫에서 지지자들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정신’과 ‘하나로 뭉친 미국’을 계속 강조했다. 그는 건국부터 서부 개척, 여성 참정권 운동과 흑인 시민권 운동 등 미국 역사의 변곡점들을 언급하며 “우리의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는 한 미국이 할 수 없는 일이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연설의 주요 대목마다 미군의 주요 전략 자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미 NBC방송은 “군대 스타일의 행사였다”며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연단에 들어서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행사장 상공을 가로지르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미 공군의 B-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등도 등장했고, 미 육군 주력 탱크인 에이브람스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도 전시됐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243주년인 4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획한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가 열린 가운데, 인근 워싱턴 기념비 부근에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의 ‘베이비 트럼프’ 풍선이 띄워져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연설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인 민주당 등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국가 행사를 ‘정치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민감한 정치적 주제를 꺼내지 않았고,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그 대신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 미국 역사의 한 구성원”이라면서 국민들을 향해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링컨 기념관에서 불과 1.5㎞ 떨어진 워싱턴 기념비 부근에서는 반전 평화단체 ‘핑크 코드’를 비롯한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로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띄우기도 했다. 또 백악관 인근 라피엣 공원에선 일부 시민들이 성조기를 불태우는 일도 벌어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십년간 비당파적ㆍ비정치적으로 치러졌던 독립기념일 행사가 올해에는 ‘친(親)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분열상으로 얼룩지고 말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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