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는 '기승전결' 없으면 망한다

홍성용 2019. 6.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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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뒤로 넘어져도 합격만 하면 된다' '모로가도 합격만 하면 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스펙은 더 이상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린 자소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자소서로 합격을 만들어 냅시다. 합! 격!

영화 `기생충`
[현직 기자가 코치하는 특급 자소서-12] 우리나라에서 소위 '먹히는' 영화는 대부분 스토리의 완결 구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도 스토리 구조가 탄탄하다. 줄거리 검색을 해보면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 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라고 나온다. 자, 관객들은 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서 절정을 찍고 결론을 맺느냐가 중요하다.

영화 '올드보이'를 기억하는가. 왜 대체 최민식이 15년 동안 감금되서 만두를 먹어야 했는지 관객들은 궁금한 것이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길래 무려 한 사람을 15년 동안 감금시킨다는 것인가. 시작과 동시에 '꿀잼'을 보장하던 드라마들이 회차를 거듭하며 '폭망'해가면 가차 없이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린다. 우리나라의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다른 어떤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보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자소서가 잘 읽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승전결'을 갖추는 것이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자소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기승전결'이 필요하다. "제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이런 어려운 일이 나타났어요. 힘들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방법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그때 제가 바로 이런 강점을 가졌는지를 알았습니다. 이 회사에서 이 강점은 요렇게 쓰일 수 있습니다. 저 뽑아주세요." 한 편의 서사가 있어야 글이 쉽게 읽힌다. 예시를 보자.

[토론 무식자, 토론 우승을 거머쥐다] 기: 대학 3학년 때 모교 공학경진대회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팀장으로서 3명의 팀원을 이끌었습니다. 본선 진출자팀은 총 10팀이었습니다. 상대 팀들 다수가 토론동아리 출신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이 많이 위축됐습니다. 본선 대회까지 10일여가 남은 상황에서 토론을 준비해보지 않은 팀원들 모두가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습니다. 승: 10여 일간 매일 4시간씩 토론준비에만 40시간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자료 검색과 정리, 토론을 진행하는 화법 등 기술적인 문제까지 모두 다뤄야 했습니다. 먼저 토론 주제였던 '고령운전자들 운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조선·중앙·동아 등 유력 일간지 3곳의 지난 1년간의 '고령 운전자'와 관련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고령 운전자와 관련한 논문 13편도 함께 참조했습니다. 그 결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 '자기과신' 및 '노화로 인한 반응속도 둔화'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고, 해결책으로 '60세 이상 운전면허 5년 주기 재시험' '시야각 감소에 따른 시트조절' 등을 준비했습니다. 토론 화법과 관련한 기술적인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주제에 대한 근본 공격', '자료에 대한 근거 공격', '프레임 바꾸기' 등 역할극을 정해 팀원들과 '모의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초시계로 제한시간을 정해놓고 발언 시간을 맞췄고, 토론회에 관심 있는 지인들을 초청해 '마구잡이식 질문'에 대처할 힘도 길렀습니다. 그 결과 예선은 쉽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전: 결선은 본선과 달리 3일간의 준비시간을 줬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본선 때 가장 부족했던 점을 분석했습니다. 결선을 대비해 토론 전 과정을 촬영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예측 어려운 토론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논리들에 대한 대응책을 모두 개발해놓자 지난 본선보다 훨씬 여유가 생겼고, 유머와 조크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 심사위원들은 토론동아리가 아님에도 괄목할 만한 결과를 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워했습니다. 결국 토론회 최종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숙련된 경험자들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한 자료조사와 치밀한 대응논리의 개발, 또 팀원 간의 적극적 소통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기아자동차를 합격한 지인의 예시다. 토론 무식자로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토론준비에 40시간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고, 논문 13편 참조 및 모의토론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결국 최종 우승까지 이끌어냈다. 이렇게 기승전결로 구성해야 눈에 들어온다.

문항별 답변이 모두 독립적으로 놀아서도 안 된다. 유기적으로 하나의 책과 같은 느낌을 줘야 한다. 나에 대한 얘기를 1장, 2장, 3장, 4장으로 풀어놓는 느낌으로 항목 4가지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홍보면 홍보, 영업이면 영업, 개발이면 개발 등 각 직무와 산업 직군이 필요로 하는 능력에 집중해서 유기적인 글을 쓰는 것이다.

가령 기획파트로 글을 쓴다고 가정하면 1) '본인의 성장과정'에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계획을 세웠다가, 수정하고 다시 세워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익숙했다는 내용으로 쓰고, 2) '지원동기'에는 이 회사가 그런 기획능력을 어떤 회사보다 더 갖춘 회사라 맘에 들었다고 써야 한다. 3) '대외활동'은 특정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복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것으로 쓰고, 4)'입사 후 포부'는 2020년형 기획은 이렇다는 식으로 나만의 철학이나 계획을 늘어놓는 형태가 돼야 한다. 각 항목이 오로지 나의 기획과 관련한 경험과 능력을 표현하는 데 온통 관심을 쏟아내는 형태다. '기승전결' 잊지말자.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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