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모자, 고이접어 가방에 쏘~옥

최보윤 기자 2019. 6. 25.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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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등 천연 소재로 만들어.. 접고 말아도 원래 형태로 돌아와
모양 틀어지면 스팀으로 살짝
따가운 햇살이 정수리를 콕콕 찌르는 무더위가 시작됐다. 1년 중 낮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의 위력이라도 과시하려는 듯, 몇 분만 걸어도 한증막 한가운데 서 있는 양 땀이 줄줄 흐른다. 급한 대로 '손부채'라도 가동하려는데,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는 여성들이 보인다. 손수건인가 했더니, 손바닥만 한 사이즈로 돌돌 말아 넣은 모자! 휴대할 땐 접거나 말아서 가방 속에 넣었다가 다시 펼치면 제 모양으로 돌아오는 천연 소재 모자가 센스 있는 사람들의 패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얼굴을 덮는 긴 챙이 특징인 ‘플로피 해트’로 여름 패션을 완성한 마이클 코어스의 2019봄여름 의상(사진 왼쪽), 끈으로 모자를 돌돌 말아 가방에 넣어 보관하거나 액세서리처럼 걸 수 있는 ‘롤러블 해트’(사진 가운데). / 마이클코어스· 헬렌 카민스키·르베이지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모자 상품군 신장률이 전년 동기간 대비 10.5% 올랐다. 마다가스카르섬 야자수 잎에서 추출한 라피아 모자로 잘 알려진 호주의 '헬렌 카민스키'는 간편하게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롤러블 해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지사(紙絲)로 불리는 탄력 있는 종이 재질(셀룰로오스)을 다량 사용해 통기성에 내구성을 높인 네덜란드 모자 전문 브랜드 '브론테' 역시 입소문이 났다. 브론테를 취급하는 서울 한남동 편집매장 '플랫폼 플레이스' 직원은 "구겨지거나 접혀도 원래대로 잘 돌아오고 휴대가 간편해 찾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접을 수 있는 '폴더블 밀짚모자'를 내놓은 프라다나 밀짚 소재를 주요 테마로 휴양지 패션을 선보인 로에베 폴라 이비자, 긴 챙이 특징인 '플로피 해트'를 내세운 마이클 코어스, 넓은 밀짚 챙을 마치 술(fringe)처럼 처리한 샤넬 등도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접었다 펼쳐서 써도 되는 모자의 인기는 남성들이 더 주목해볼 만하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과 오프 화이트의 '2020 봄여름 파리 남성 패션쇼'를 가득 메운 밀짚모자와 버킷해트(벙거지 스타일 모자)는 말 그대로 '패션의 완성'이었다. 1990년대 인기였던 버킷해트나 챙이 짧고 둥근 형태의 파나마해트는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돼 보여 '중년 남자=중절모'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패션템'이다. 또 아이보리나 베이지, 갈색 등 천연 소재가 갖는 뉴트럴(중립적인) 컬러여서 비슷한 색상의 의상과 연출하면 그게 바로 최근 인기인 '어시(earthy)' 패션이 된다.

방수 기능을 첨부한 '라이트 스트로(straw)' 소재가 개발되긴 했지만 대부분 물에 취약한 건 단점이다. 헬렌 카민스키 관계자는 "라피아 소재는 상대적으로 바닷물이나 빗물에 강하긴 하지만 대부분 천연 소재 모자의 경우 세탁을 하면 모양이 망가질 수 있다"며 "접어두었다가 모양이 틀어지면 살짝 스팀을 쬐어 모양을 잡아주면 원래대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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