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무, 시든 잎.. 서울식물원은 투병 중

정지섭 기자 2019. 6. 21.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반 공개한지 9개월만에 잎 누렇게 변색되고 일부 폐사
장식물로 변한 죽은 나무 - 서울식물원 온실에 있던 시지기움 쿠미니(염부나무)의 폐사된 몸통에 장식물이 꽂혀 인테리어 장식으로 세워져 있다. /정지섭 기자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마곡동 서울식물원의 식물들이 병들거나 죽어가고 있다. 서울식물원은 7개월 임시 개방을 거쳐 지난달 1일 공식 개장했다. 일부 관람객은 "식물원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6일 찾아간 서울식물원에선 관람객 동선을 따라 누렇게 변색하거나 가지만 남은 식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백목련과 청공작단풍은 잎사귀가 떨어져 나가 앙상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주목 잎은 노랗게 늘어졌고, 만리화도 대부분의 잎이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강인한 수목으로 알려진 만병초의 잎은 변색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온실 안에 있는 모링가나무는 최근 폐사해 뽑혔다. 식물원 온실에서 자라던 '시지기움 쿠미니(염부나무)'도 죽었다. 서울식물원 측은 염부나무를 온실 밖으로 옮기고 폐사한 나무의 몸통 곳곳에 알록달록한 장식물을 꽂아 인테리어용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염부나무 부근의 느티나무와 야광나무는 가지 절반에서 잎이 떨어져 나갔고, 밑동에는 여러 개의 주사기가 꽂혀 있었다.

서울식물원 측은 "토양과 온도·기후 등이 낯선 곳에 식물들을 정착시키다 보니 일부 식물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식물원은 여의도공원 면적의 2.2배 규모 부지(50만4000㎡)에 식물 3100종을 보유하고 있다. 바오밥나무, 항아리야자, 빅토리아수련 등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지중해 식물과 열대식물이 있다.

일반 공개 9개월 만에 식물원 나무가 죽어나가자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우선 열대식물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분뜨기(뿌리가 노출되지 않게 주변의 흙까지 함께 퍼오는 것)를 하지 않아 폐사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는 "나무는 옮겨올 때 반드시 분뜨기를 해야 하고, 2~3년간 양묘장에서 적응 과정을 거친 뒤 옮겨 심어야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식물원은 외국 나무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원래 뿌리에 남아 있던 토양을 완전히 제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물원 조성 공사를 담당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식물 검역을 통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왼쪽 사진)누렇게 타들어가는 잎 - 서울식물원 야외에 심어놓은 만병초 잎이 생기를 잃고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서울시는 홍보 현수막 - 서울시청 옆 서울도서관 외벽에 서울식물원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지섭 기자·오종찬 기자
애초 서울식물원 입지 자체가 문제였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서울식물원 자리는 원래 논이었다. 2015년 11월 착공 전부터 일부 식물·조경 전문가가 습기가 많아 식물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서울식물원이 착공 3년 만에 문을 연 것도 지나치게 일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식물원은 일반 개방 전까지 식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데 서울식물원은 유난히 이르게 개장했다"고 했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식물원인 용인 한택식물원의 경우 1979년 조성 공사부터 일반 공식 개방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포토]공개 9개월만, 폐사된 나무들 보여…잇따라 민원 제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