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코스모40' 폐공장 재생사업.. '생태중심 도시'로 변신중

박희제 기자 2019. 6.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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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 재활용 성공모델로 꼽히는 인천 서구 가좌동 ‘코스모40’이 인천시와 서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요가교실과 골목길 투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 서구 제공
인천지하철 2호선 석남역에서 가까운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은 현대화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수십 년간 노점들이 1개 차로를 사실상 점거한 채 영업해 오고 있어서다. 시장 앞으로 차량이 통행하기 힘들 정도이니 주차는 언감생심이었다. 서구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4층짜리 주차타워를 짓기로 했다. 당초 박스 형태였으나 최근 1층에 노점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변경됐다. 하태석 서구 총괄건축가가 “박스형으로 지으면 주차난은 해소되겠지만 상권의 동선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주차타워 1층을 점포와 청년창업공간으로 꾸미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실무자가 받아들인 것이다.

올 1월 구청장 직속으로 임명된 하 총괄건축가는 한국인으로 제2호의 영국 왕립건축사 출신으로 서울시청 신청사 설계에 참여했다. 그가 2007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설계한 버스정류장 플로우디자인 작품은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실렸다. 기초단체에서 총괄건축가를 둔 것은 이례적이다. 서구가 사람과 생태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 문화 미시사(微示史)의 현장으로 바꾸다

9일 오후 2시 서구 가좌동 공장지대의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에 시민 약 50명이 모였다. 이곳에서 무료로 열린 ‘골목&건축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코스모40은 2016년 다른 지방으로 이전한 옛 코스모화학공장 건물 45개 중 40번째 건물의 뼈대와 내부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이색 공간이다. 민간이 주도한 폐공장 재생사업의 성공 모델이다.

양수인 건축가가 코스모40의 1층에서 3층까지 안내하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던 건물을 되살린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줬다. 탐방객들은 기존 콘크리트 기둥 밖에 철재기둥을 덧대어 현대미를 가미한 모습에 “아주 기발한 건축기법”이라며 감탄했다.

넓이 100m² 남짓한 1층 기계실은 소(小)전시실로 단장돼 재개발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2, 3층 전기공급 제어실과 중앙관제센터에는 공장이 가동되던 때 설비를 그대로 뒀다. 바닥의 기계 받침돌과 천장의 대형 크레인도 원형대로 보존돼 전시 프로그램과 어울려 활용되고 있었다. 카페가 들어선 3층 곳곳에는 산뜻한 디자인의 폴딩도어(아코디언 주름처럼 접고 펼칠 수 있는 문)를 설치했고 회의실도 있었다.

코스모40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해 초부터 의류 일러스트레이션 출판 공연 등의 다양한 창작품을 판매하는 ‘인천 크리에이티브마켓’을 시작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 사진전, 전시·토크 라이브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올 초 인천시와 서구문화재단의 공공프로그램 지원 대상에 선정돼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요가교실을 열고 매달 한 차례 골목길 투어를 무료로 한다.

코스모40 주변에는 도서관 등으로 변모 중인 300년 된 청송 심씨 고택 ‘관해각’, 예술공간으로 바뀐 40년 된 중국집 ‘예술반점 길림성’, 유명 커피전문점 ‘빈브라더스’가 있다. 특히 예술반점 길림성에서는 그동안 미술전 사진전을 비롯해 작가와의 대담, 작은 음악회, 어린이를 위한 ‘원 데이 아트클래스’가 열렸다. 서구는 올해 말 개관 예정인 ‘청소년문화의 집’과 이들 공간을 연결하는 약 500m 구간을 보행자 중심 디자인거리로 꾸밀 계획이다.

김현주 서구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코스모40이 있는 가좌동은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개통식이 열린 현장이면서 영창악기, 서진악기 같은 세계적인 악기공장, 화학공장단지로 대변되는 산업화의 현장이기도 하다”며 “이런 역사를 기억하는 가좌동 주민 6명의 미시(微示)생애사 채록 같은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석남동 상생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가좌3동 더불어마을 시범사업을 비롯해 원도심 활성화사업 등 약 10개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 스마트 에코시티 조성 시동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른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과 인근의 연희공원은 대규모 시설과 아기자기한 정원에 산책로가 있지만 시민들이 즐겨 찾지는 않는다. 한 해 100만 명 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찾는 경인아라뱃길에서 2∼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중간에 도로가 가로막혀 있어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가 다니기 어렵다.

서구는 이 같은 불리한 환경을 최대한 극복해내며 경인아라뱃길∼수도권매립지 야외정원∼아시아드주경기장∼청라호수공원을 잇는 문화생태관광벨트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생태도시를 만드는 토대가 될 ‘서구 스마트에코시티 구현을 위한 기본 조례안’이 다음 주 제정될 예정이다. 이 조례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생태계 보전과 도시·공간 환경에 활용해 주민이 도시정책 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하는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협의체와 위원회가 구성된다.

주차시설을 지을 때도 가장 편리한 지점에 자전거와 전기차를 세워두는 공간을 두고 자동차보다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하는 생태도로망이 들어선다. 공공 건축물은 권위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개방적이고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짓고 수직정원이나 옥상정원을 갖춘다. 이런 공법을 민간 건축물로 확산시켜 나간다. 주택 사이사이에 텃밭과 정원을 갖춘 포켓공원 가꾸기 운동도 펼친다.

서구는 스마트에코시티 정책을 전담할 공간지원팀을 건축과에 신설했다. 김승민 건축과 실무자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편히 다닐 수 있도록 도로 곳곳에 생태다리와 토끼굴 같은 통로를 많이 만들기로 했다”며 “호응이 뜨거운 ‘서로e음카드’ 플랫폼을 활용해 관광지, 문화공간, 카페 등을 안내하고 할인 정보를 알려 주민들이 정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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