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맹꽁이가 보내는 SOS [기고]

김길우 사단법인 두꺼비친구들 모니터링팀장 2019. 6. 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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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멸종위기 맹꽁이·금개구리 등
ㆍ청주 구룡산 ‘양서류 보고’인데
ㆍ시는 민간공원으로 개발하려 해

청주 구룡산의 맹꽁이.

옛말에 ‘개구리 울지 않는 곳에서는 아이를 낳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왜 이런 말이 생기게 되었을까? 개구리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양서류 중에서 개구리류는 유생 시절엔 물속에서 생활을 하고 성체가 되면 물과 뭍 두 곳에서 생활을 한다. 유생 시절엔 아가미호흡을, 성체 시절엔 기관지호흡과 피부호흡까지 하니 개구리가 있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물, 뭍, 공기가 모두 깨끗하다는 뜻이다. 또한 개구리 울음소리(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와 못 듣고 자란 아이는 정서와 감수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생태적으로 깨끗한 지역에서 아이들을 키우라는 말이 ‘개구리 울지 않는 곳에서는 아이를 낳지 말라’는 말로 바뀌어 전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충북 청주 도심 한가운데 구룡산이라는 큰 도시공원이 있다. 산 주변에는 국내 양서류 19종 중 9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2종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와 금개구리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곳곳에서 양서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기후변화도 있지만 인간의 개발행위가 큰 몫을 차지한다.

생태계의 다양한 동식물 중에서 전문가들은 왜 특히 양서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양서류는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중간적인 위치이기 때문에 이들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붕괴될 위험이 높다. 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양서류는 물, 땅, 공기까지 깨끗한 지역에 사는 종이기 때문에 환경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종이기도 하다. 국내 양서류 중 절반 정도가 살고 있는 구룡산 주변은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하며, 사람이 살아가기에도 좋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양서류 서식처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살기에 좋고, 높은 산도 아니기 때문에 개발을 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2020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자연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구룡산도 여기에 포함되어 개발될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정부나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한 뒤 20년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해당 부지를 공원에서 자동 해제토록 한 제도다. 공원에서 해제되면 땅 주인들은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민간공원개발 방식인데 청주시청은 구룡산에 이 방식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민간공원개발이란 도시공원 대부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면적 5만㎡ 이상인 도시공원에 한해 민간사업자가 30%를 개발하고 나머지 70%는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을 하겠다는 것이다. 70%를 기부채납한다는 말만 들으면 대단히 많은 공원을 지켜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개발이 이뤄지는 30%가 바로 양서류들이 살아가는 곳을 포함해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들이다. 이런 30%가 개발된다면 나머지 70%의 공간도 도시공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단체들뿐 아니라 청주시민 다수와 생태 전문가들이 구룡산에 민간공원개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다.

구룡산을 포함한 수많은 도시공원이 위기에 놓인 상황에 대해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숲에 불이 났는데 모든 동물이 숲에서 도망을 갔다. 하지만 작디작은 벌새는 멀리 호수에서 물을 한 모금씩 머금고 불이 난 숲 위에 쏟아붓는 것을 반복했다. 다른 동물들은 벌새에게 “왜 무의미한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벌새의 대답은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라는 것이었다.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도 모자라 국내에선 광범위한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숲에 불이 났을 때 벌새에게 다른 동물들이 말했던 것처럼 이런 위기상황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벌새가 노력한 것처럼 다른 동물들도 함께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다면 무의미한 일은 의미 있게 바뀌지 않을까. 그리고 청주 구룡산에서 불을 끄는 노력의 시작은 바로 민간공원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다.

구룡산의 두꺼비와 맹꽁이들은 우리에게 호소한다. “‘무의미한 일’들을 ‘의미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불을 끄지 않으시렵니까?”

김길우 사단법인 두꺼비친구들 모니터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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