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일본에선 어른들도 '학교 급식' 먹어요

강기준 기자 2019. 6.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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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맛·영양·가격 뛰어나 전세계가 주목하는 日급식
학부모 "레시피 공유해라" 성화에 '덕후'도 등장
인터넷엔 급식 레시피 5700개
/AFPBBNews=뉴스1

만든지 며칠은 된듯, 생기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소. 고기보단 기름범벅 튀김옷이 더 두터운 돈까스. 밍밍한 맛에 건더기도 별로 없는 국까지. 학창시절 '학교 급식'하면 흔히 이러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인터넷에선 '혜자 급식'이 나온다는 학교가 뉴스거리가 되고, TV에선 '고교급식왕'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아직 우리나라의 급식 문화 개선은 먼 일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선 '고교급식왕' 같은 프로그램도, 어느 학교 급식이 특별히 맛있다는 게 화제가 되기도 힘듭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급식 레시피를 책으로 내달라고 아우성이고, 급식 메뉴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등 '덕후'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엄마 도시락보다 급식이 좋아요"
/사진=트위터 캡처.

"오늘 점심은 당근튀김 밥에, 참치, 야채 스프링롤, 장국이구나. 굉장히 맛있겠다!"

일본의 대표적인 요리 레시피 사이트 '쿡패드'의 초대 편집장인 코타케 키코씨의 초등학교 4학년 딸은 매일 아침 냉장고에 붙은 급식 메뉴표를 확인합니다. "오늘은 엄마가 도시락을 해줄까?"라고 물어도 급식이 더 좋다고 대답합니다. 이 종이표에는 메뉴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양사들이 정성껏 쓴 손메모가 곁들여져 있습니다. 예를들어, "참치와 야채스프링롤은 6학년 학생 9명이 요청해 포함했습니다"라는 식입니다. 학교 급식실 앞에는 카드 형태로 레시피를 적어 비치하기도 합니다. 그날의 메뉴가 마음에 든 학생은 이를 집으로 가져와 부모님에게 또 해달라고 조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요리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메뉴에 포함시켜주고, 심지어 직접 고안한 메뉴도 영양사들의 평가를 거쳐 괜찮으면 전교생이 맛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 지난 70년간 급식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급식 레시피는 인기입니다. 고베시는 급식 레시피를 전부 알려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쇄도하자 내년 1월 인기 레시피를 엄선해서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고, 도쿄 북부의 아다치구 역시 아예 베스트 급식 메뉴를 풀러컬버전의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습니다.

'맛, 영양, 가격' 모두 잡은 급식
/사진=로이터통신.

전세계에서도 일본 급식은 '롤모델'로 여겨집니다. 한끼에 우리돈으로 약 2800원정도,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메뉴지만 평균 21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 등 엄청난 공이 들어가 맛과 영양, 가격 모두 잡았기 때문입니다.

외신들도 일본 급식은 종종 조명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마치 고급 식당에서 나올법한 건강한 메뉴들이 '레스토랑'이 아닌 '교실'에서 나온다"고 평가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본 급식은 한끼에 2달러50센트로 매우 저렴한 데다가 지역에서 자란 쌀, 야채, 생선, 스프 등 영양도 매우 잘갖춰져 있다"고 했습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일본 급식은 문화, 영향, 지속가능성이 모두 합쳐진 풍부한 경험의 장"이라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은 아주 기초부터 건강한 점심메뉴를 제공한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급식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냉동재료가 없습니다. 제철에 맞는 신선한 식재료와 지역 농산물로 식단을 채웁니다. 고지방류도 사절, 빵 같은 탄수화물도 최대한 줄입니다. 일본에선 세계 2차대전 당시 식재료가 부족했던 경우를 빼곤 쌀을 못먹었던 경우를 빼곤 이후 대부분의 식단에 쌀이 포함됩니다. 후식도 과일이나 요거트류로만 한정됩니다. 튀김이 나올 땐 학생들이 1~2조각만 먹도록 섭취량을 통제합니다. 이런 건강 재료를 조리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직접 만듭니다. 급식업체가 트럭에 한가득 냉동식품을 싣고 오면 이를 데워서 내놓는 식은 일본에선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어른들도 "급식 먹자" 덕후질
/AFPBBNews=뉴스1

급식이 맛과 영양 모두 충족시키자 일본에선 어른들도 급식 메뉴를 따라 만들어 먹는 것이 인기입니다. 일본 최대 레시피 사이트 쿡패드에서 '급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5700여개 이상의 학교 급식 레시피가 올라와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비빔밥' 레시피도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쿡패드측에 따르면 이러한 레시피 소비자는 대부분 학부모와 바쁜 직장인들이라고 합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급식을 집에서도 먹길 원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간편하게 영양을 챙겨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합니다.

'어른 급식' 열풍에는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식품기업인 아지노모토는 힘입어 지난달부터 '어른들을 위한 급식' 메뉴를 개발하고 웹사이트에 메뉴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역시 바쁜 직장인이 간편하면서도 손쉽게 영양과 맛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업체는 일부 제품은 직접 판매할 계획입니다.

고베시청은 급식에 대한 인기가 커지자 지난 1월 한시적으로 시청 본청사 레스토랑에서 급식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엔 한국식 비빔밥 메뉴도 포함됐습니다.

일본으로 교생실습을 온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도 일본 급식이라고 합니다. 알렉시스 샌본은 교도통신에 "미국 카페테리아는 기름지거나, 영양소가 없는 음식만 가득한데 놀라운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영양소까지 골고루 갖춘 급식을 보고 놀랐다"며 "집에서도 이를 따라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전세계서 어린이가 가장 건강한 日
'전세계에서 어린이가 가장 건강한 나라', '전세계에서 어린이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 초고령화, 저출산 말고도 일본을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입니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2015년 발표된 논문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어린이'에 대한 연구는 일본 어린이들의 기대 수명은 전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캐나다는 11위, 영국은 23위, 미국은 32위에 그쳐, 선진국 중에선 일본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오래 사는데는 먹는 습관이 크게 기여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일본은 1976년부터 2000년까지 비만아동 증가율이 연 0.1%에 불과해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디언지는 "일본 정부에서는 학교 급식이 전세계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자랑하는데 이는 절대 허풍이 아니다"라면서 "후쿠로이시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학생들의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가장 우수한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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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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