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구미시장은 임금?..왕조시대 방불케 하는 정자 현판

2019. 6.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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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장으로서 은혜로운 행정을 베풀지 않는데도 시민이 사랑하고, 가혹한 행정을 쓰지 않는데도 시민이 두려워하여, 모든 일이 닦아지고 황폐한 것을 다시 일으키게 되었다."

10일 오전, 경북 구미시 신평동 신기초등학교 서쪽 언덕에 있는 정자 '갈뫼루'에는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쓴 이같은 내용의 현판(사진)이 버젓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남 전 시장은 2016년 12월, 주민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 제막식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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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남유진 전 시장이 쓴 현판
"은혜로운 행정" 운운..시대착오적

“제가 시장으로서 은혜로운 행정을 베풀지 않는데도 시민이 사랑하고, 가혹한 행정을 쓰지 않는데도 시민이 두려워하여, 모든 일이 닦아지고 황폐한 것을 다시 일으키게 되었다.”

전 시장이 남겨놓은 정자 속 글귀가 때아닌 ‘임금 코스프레’ 비판을 낳고 있다. 10일 오전, 경북 구미시 신평동 신기초등학교 서쪽 언덕에 있는 정자 ‘갈뫼루’에는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쓴 이같은 내용의 현판(사진)이 버젓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구미천과 낙동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정자는 구미시가 6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남 전 시장은 2016년 12월, 주민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 제막식도 열었다.

시민을 행정의 대상으로만 본 지엄한 현판 속 ‘말씀’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지난 5일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국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택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판 문구를 언급하며 “이런 내용이 들어가서 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홍난이 의원(민주당)도 “봉건군주가 쓴 현판 같아 황당했다. 현판 문구처럼 앞으로 시민들을 낮잡아 보는 시장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반면, 구미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성칠 구미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시의회에서 “중용 33장에 나오는 문구를 의역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이 거부반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민들이 중용을) 모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2년 동안 구미시장을 지낸 남 전 시장은 201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신반인(반은 신이고 반은 인간)이라 불러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추모사업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여 박정희 생가 주변 공원(286억원),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59억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879억원),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195억원), 박정희 대통령 동상(6억원·성금) 등이 모두 그의 재임 시절 만들어졌다. 구미에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시장이 당선됐다.

구미(경북)/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구미시 신평동 신기초등학교 서쪽 언덕에 있는 정자 ‘갈뫼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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