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게임방이 있는 꿈의 집 왕십리 뉴타운 아파트 리모델링
5년째 왕십리 뉴타운에 살고 있는 박종옥 씨 가족은 올해 초 같은 단지 내 50평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인테리어는 이번이 두 번째. 5년 전의 30평대 아파트는 아이들을 위한 인테리어였다. 남매 방을 복층으로 디자인해 아기자기한 놀이공간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사이 남매는 훌쩍 자랐다. 중학교 3학년인 첫째 딸아이는 집에서 쉬고 싶어 하고, 5학년인 막내아들은 장난감보다 컴퓨터를 더 좋아하게 됐다. 박종옥 씨는 이사를 결정하고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두 번째 인테리어를 준비했다.
박종옥 씨는 소호디자인의 포트폴리오를 수년째 지켜봤다. 그녀는 첫 상담에서 디자이너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호디자인의 디자인 콘셉트를 오래전부터 파악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분야든 전문가의 말이 옳다”는 그녀의 신조도 반영됐다. 디자이너를 전적으로 믿겠다는 집주인과의 소통은 주방에서 시작됐다. “인테리어의 중심이 거실에서 주방과 다이닝 룸으로 이동하는 추세예요. 요리를 잘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모이는 대화의 장이 되니까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눈길이 가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디자이너는 다이닝 룸을 겸한 주방을 만들기 위해 구조를 개선하고 마감재를 까다롭게 골랐다. 짙은 그레이 컬러의 스페인산 세라믹을 아일랜드와 식탁의 상판, 벽면에 적용해 디자인의 중심을 잡았다. 벽면에 있던 쿡탑을 중앙의 아일랜드로 옮겨 요리 중에도 가족과 눈이 마주치도록 했다. 그레이, 화이트, 우드가 조화된 시크한 주방의 또 다른 매력은 넉넉한 수납공간. 싱크대와 마주하는 벽면까지 합하면 서랍장만 30개에 달한다. 박종옥 씨는 물기가 금세 마르는 세라믹 상판과 여유로운 수납공간을 주부인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한다고. 조만간 20명이 넘는 손님을 한 번에 치를 집들이엔 주방에 출장 뷔페를 차려야겠다며 행복한 고민을 내비쳤다.
거실은 집의 중심인 주방과 대칭을 이루면서도 가족이 모이는 또 다른 구심점이다. 현관에서부터 시작된 짙은 우드의 스트라이프 아트 월이 거실 벽면을 감싸고 창가엔 루버셔터를 설치했다. 처음엔 루버셔터와 식물이 놓인 거실을 휴양지처럼 꾸미기 위해 북유럽풍의 민트색 소파를 놓았다. 하지만 스크린을 설치하고 거실을 영화관처럼 사용하기 위해 고민 끝에 리클라이너 소파로 교체했다. 검정색 소파가 투박해 보이긴 해도 누우면 금세 피로가 녹아내릴 만큼 편안하다고. 그 대신 루버셔터 바로 앞엔 심플한 패브릭 소파를 배치했다. 자연광이 은은하게 드는 창가의 풍경이 청량하다. 박종옥 씨 가족은 주말마다 거실에 모여 최신 영화를 함께 즐긴다. 인테리어를 통해 맞벌이 부부와 사춘기 자녀의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TV, 게임기, PC가 놓인 가족실은 막내 차지다. 놀거리로 가득한 멀티미디어형 가족실에 “친구들을 매일 부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여간 마음에 드는 눈치다. 시공 전의 집은 마치 운동장의 트랙처럼, 집 전체가 베란다로 둘러싸인 구조였다. 이 때문에 평수에 비해 집 안이 좁아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소호디자인은 주로 창고로 쓰이던 베란다를 대부분 철거하고 단열 시공을 했다. 확장된 가족실의 창가에 밝은 우드 프레임을 둘러 따뜻한 느낌을 더하고 책상을 우드로 맞춤 제작했다. 벽면은 블랙, 화이트로 투톤 컬러의 벽지를 시공해 안정감을 주었다. 박종옥 씨 부부는 PC 2대를 창가 쪽에, 맞은편에 TV를 두고 아이가 좋아하는 축구팀 로고가 새겨진 의자를 선물했다.
디자이너에게 인테리어를 맡겨도 집주인은 바쁘다.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각종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필요한 가구들도 부지런히 알아봐야 한다. 가족은 침실 바닥에는 타일 대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마루 시공을 요청했다. 부부의 공간은 특별히 일본의 부티크 호텔처럼 아늑하게 꾸미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안방은 거실에 적용된 디자인 요소들이 한층 부드럽게 반영됐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루버셔터가 창가를 채우고, 침대 헤드가 놓인 벽면엔 직선미가 강조되는 스트라이프 아트 월이 놓였다. 올리브와 골드 컬러가 적용된 드레스 룸, 블랙의 시크한 욕실까지 포인트 컬러를 달리해 세련된 부부만의 공간으로 완성됐다. 가족은 이전 집에서 주로 붙박이 형식의 가구를 사용했다. 짐만 달랑 들고 이사하는 상황이 돼 아이방의 책상과 침대를 새로 구매했다. 아이들의 방에는 더블 침대와 붙박이 옷장, 책상, 책장을 들였다. 책, 옷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수납공간은 넉넉히 확보해뒀다. 박종옥 씨는 있을 건 다 있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지금의 인테리어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
기획 : 김의미 기자 | 사진 : 김덕창 | 디자인‧시공 : 소호디자인(031-704-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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