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우주비닐' 그린백, 한국에 온 사연

박정웅 기자 2019. 6. 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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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유 S2글로트레이드 대표
친환경 유대인 브랜드 도입, 아시아시장 주도

케이티 유 S2글로트레이드 대표. /사진=박정웅 기자
“나사(NASA)에서 쓴 우주비닐이 한국에 상륙했다.”

홈쇼핑에 ‘우주비닐’이 등장했다. 안 파는 게 없다는 홈쇼핑이라곤 하지만 낯선 우주비닐이라니. 결과는 완판이었다. 2017년 9월 미국 데비 마이어(Debbie Meyer)의 그린백(Green Bags)과 그린박스(Green Boxes)는 ‘우주비닐’ 타이틀로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데비 마이어는 유대인인 데비 마이어 여사의 이름을 딴 친환경 용기 브랜드다. 채소와 과일의 저장 수명을 연장하는 게 그린백과 그린박스의 특징이다. 우주비닐의 신비를 체험한 소비자들의 후기가 잇따랐다. ‘시금치 2주간 깜빡했는데… 이젠 밭으로 보내야 할까요’, ‘겉절이, 2~3주 지났는데 그대로예요’, ‘한달에 음식쓰레기봉투 10개 쓰는데 9개나 남았어요’ 등의 체험기부터 ‘동안 비닐로 쓸까요’, ‘팩으로만 부족하니 차라리 통으로 만들어주세요’ 등 재기발랄한 댓글이 이어졌다.

마법의 저장용품, 데비 마이어를 한국에 소개한 케이티 유 S2글로트레이드 대표를 만났다.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유통업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친환경 제품, 더구나 라이선스를 받기 하늘에 별 따기라는 유대인 브랜드를 어떻게 들여왔을까.

◆데비 마이어 상륙배경 ‘신조·신념·신뢰’

먼저 유 대표의 15년 미국생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의학(박사 수료)을 공부했다는 것. 그의 건강사전에 ‘양약’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아프면 병원과 약국보다 한의원을 찾았다. 자연친화적인 내추럴 테라피에 관심이 많은 만큼 건강한 먹거리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두 아이의 엄마다.

개인 신조와 더불어 신념도 그의 등을 한의학으로 떠밀었다. 해외 선교활동을 하는 그는 현지인에게 가장 도움되는 것으로 치료를 꼽았다. 제조약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은 물론 현지인의 몸에 맞는 현지 자연재료를 활용한 요법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데비 마이어의 상륙배경에는 신조, 신념 외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신뢰’다. 데비 마이어는 마이어 여사가 운영하는 가족회사다. 그린백과 그린박스는 미국에서만 한해 1억개 이상씩 팔리는데 제품은 오로지 미국에서만 생산한다. 돈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우위에 둔 유대인 회사의 자존심이랄까.

미국에서도 진입이 까다롭다는 유대인 네트워크와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비결은 ‘사람’에 있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의 남편(재미교포)과 가까운 동료가 유대인었다는 점이다. 그의 남편 형제는 모두 미국 사관학교 출신으로 국내 방송에서도 화제를 모은 적 있다.

마이어 여사는 먼저 유 대표에게 한국 판권을 줬다. 데비 마이어의 제품이 아시아로 나간 첫 사례다. 유 대표는 “홈쇼핑 론칭 등 한국 판매상황을 본 마이어 여사가 감동을 했다. 물건을 아끼는 것, 마케팅하는 것을 보고 약속한 그 이상을 하니까 아시아 총판권까지 내줬다”고 말했다. 마이어 여사가 국내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고사하고 유 대표의 손을 잡은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그린백과 그린박스 등 데비 마이어의 친환경제품들. /사진=박정웅 기자
◆착한 제품, 그리고 ‘더 나은 삶’

현재 그린백과 그린박스는 미국에서 한해 1억5000개 이상씩 판매된다. 지난 10년간 연간 1억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스테디셀러다.

“데비 마이어 제품을 처음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죠. 우리나라에 들여오면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보다 싱싱한 생물을 오랫동안 먹을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린백과 그린박스는 곧 건강, 경제, 환경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착한 제품’인 셈이죠.”

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그린백과 그린박스의 핵심은 제올라이트에 있다. 식물은 숙성과정에서 나오는 에틸렌가스가 노화를 촉진해 식물을 빨리 상하게 만든다. 그린백과 그린박스의 제올라이트 성분이 이 에틸렌가스를 흡수해 채소와 과일의 노화속도를 지연시킨다는 것.

“그린백과 그린박스의 저장 시험인증은 글로벌 시험성적 기관(SGS)에서도 확인되죠. 이를테면 일반백(팩)의 균이 1000개 퍼지는 시간에 그린백은 300개 정도로 균의 번식을 억제합니다. 채소, 과일뿐 아니라 치즈나 생고기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 대표는 그린백과 그린박스 공급자에 앞서 소비자다. “바나나는 9일 동안 반점이 생기지 않은 채로 보관할 수 있어요. 파프리카는 3주 정도 신선도가 유지되는데 한달가량도 거뜬합니다. 또 하나 있어요.(웃음) 김치인데 김치냉장고처럼 오래 보관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데비 마이어의 그린백과 그린박스는 지난해 온오프라인마켓을 한국시장으로 확대했다. 남은 건 이제 아시아 총판권이다. 유 대표는 올 하반기 일본, 중국, 베트남 등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다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현지 생산제품만 있는 공급의 한계가 있다.

유 대표로부터 아시아 진출 청사진을 들어봤다. “제품이 낯선 곳에서 우수성을 인식하고 신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린백과 그린박스는 유행을 타는 제품이 아닌 스테디셀러입니다. 미국에서 들여온 최소한의 물량으로 차근차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야 결실을 맺는 교육에서처럼 말이죠.”

거창할 것 같았지만 한국 론칭 사례처럼 담백한 설명이 이어졌다. “세계 도처에서 카피제품이 나오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핵심 성분인 제올라이트를 앞세운 것인데 비밀은 특허에 있습니다. 제올라이트 성분이 다양하고 함량도 다른데 마이어 여사가 일부러 특허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린백과 그린박스를 몰라서 안 쓰지 한번 써보면 계속 쓸 수밖에 없다”는 유 대표. 그의 자신감은 유대인인 마이어 여사와 닮은 듯했다. 다른 점도 있다. 젊은 한국인으로서 너른 아시아시장을 책임진다는 것. 유 대표는 마이어 여사의 신뢰에 힘입어 한국에 아시아 공급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보다 건강한 한국산 그린백과 그린박스가 아시아의 저장용품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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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 기자 park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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