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고용 판치는 공사현장, '관행'이라는 다른 이름

김노향 기자 2019. 6.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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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산건설이 시공하는 경기 시흥시의 아파트 재건축현장 ‘대야역 두산위브 더파크’. 최근 이곳에서 불법체류 중인 베트남인들이 하도급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하루 12시간 넘게 장시간 노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식 취업비자가 없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보니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할 필요가 없었다.

#2. 경기도와 법무부,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공공부문 건설현장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코오롱글로벌이 시공하는 하남선 복선전철 5공구현장의 하도급업체가 외국인을 불법고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국내에서 취업이 가능한 H-2 비자로 외국인을 고용할 때 현행법상 현장 관할 노동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이 하도급업체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2년간 고용제한과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오랜 시간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묵인돼온 건설현장의 불법 외국인근로자 고용문제가 최근 논란 위에 섰다. 그 배경을 보면 크게 두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건설경기 불황과 일자리 감소에 따른 거대 노조의 반발이다. 법의 감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영세 하도급업체일수록 비용절감을 위해 낮은 인건비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외국인 불법고용이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내국인 일자리 수가 심각하게 줄어들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양대 노조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확산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다른 문제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증가다. 외국인근로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전문성과 안전의식이 부족해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도급업체의 고용체계에 대한 관리감독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단속과 처벌 강화에 나섰지만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유명무실한 법과 제도

외국인근로자의 건설현장 불법취업은 하도급업체와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발생한다. 정부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지만 공기와 비용 등을 맞추려면 현실화가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건설현장 관계자는 “저임금노동자일수록 워라밸보다는 야근수당을 더 원하는데 내국인은 법을 지켜야하다 보니 소득이 줄어들고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장시간 일하고 많은 일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평일과 주말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50일 동안 휴일 없이 출근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건설사들은 하도급업체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외국인근로자일 경우 관리의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현장마다 50~60개 하도급업체가 있는데 자재업체 등의 단순 일용직은 하루나 이틀만 일하고 잠적하기도 해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산재 사기 블랙리스트도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문제로 공유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도 “하도급업체의 잘못이고 처벌도 하도급업체가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시공사의 직접고용을 의무화했다. 대다수 현장이 불법고용을 묵인하는 실태라 관리부실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지난달 건설현장 실업자 수는 3년 새 최고 수준이었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 축소로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외국인근로자 채용에 대한 검증이 강화됐음에도 실제로는 싼값에 장시간 부려먹을 수 있는 불법채용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비노조 ‘밥그릇싸움’

불법이 아니지만 논란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일자리가 감소함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노조와 비노조간 밥그릇싸움으로 비화되는 측면이 있다.

전국건설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중 절반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남 무안의 ‘남악신도시 중흥S클래스 퍼스트뷰’와 ‘순천삼산중학교’ 건설현장에서 중흥건설 계열 중흥토건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데 대해 노조가 반발했다.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대기업 반열에 오른 데는 지역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음에도 하청업체에만 고용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현실적인 대안 없나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8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노사정 간담회를 열고 관련문제에 대한 상생방안을 논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산업이 침체돼 당장은 내국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체계를 마련한 다음에 이후 외국인 고용확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노조의 조합원 채용 강요나 집회, 고의적인 업무태만 등도 방지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건설현장 일자리 문제는 국회까지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건설현장 합법적 외국인력 활용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앞으로 건설현장의 합법적인 외국인 고용과 교육이 확대되고 불법고용에 대한 감독과 처벌은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기능 인력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공사효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선 외국인 고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현장을 나가보면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내국인은 나이든 사람밖에 없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데 젊은이들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빼앗기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는 건설현장 근로자의 신분이 확인·관리 가능한 ‘전자 인력관리제’를 올 하반기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12월 50억원 이상 공사에 전면도입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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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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