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이 떨어지는 재무제표, 결국 기업 가치도 떨어뜨린다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67] 퀴즈를 풀어볼까요?
다음 [그림1]과 [그림2]는 상장된 ○○기업의 재무상태표와 재무제표 주석사항입니다. 재무상태표와 주석사항을 비교해서 이상한 점 3가지를 찾아보세요. 힌트는 빨간색 박스에 있습니다.
회계업계에 처음 들어가면 신입 때 주로 듣는 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와꾸'를 맞추어야 한다." "레퍼(refer) 잘해라." 아시다시피 '와꾸'는 일본어입니다. 틀, 테두리 같은 우리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레퍼(refer)는 레퍼런스(reference)의 약자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1]에 나온 재무상태표는 상장기업의 2018년 숫자입니다. 명색이 상장기업인데 안타깝게도 틀이 안 맞고 재무상태표에 대한 정보를 주석사항에서 찾는 게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디가 문제인지 같이 찾아보자는 취지로 퀴즈를 내봤습니다.
일단 재무제표 정보이용자 입장에서 불편한 첫 번째 이유는 재무상태표는 원 단위인데, 주석사항은 천원 단위라 그럴 것입니다. 금액 단위를 통일해야 보기 편하고 재무상태표와 주석사항을 맞춰보는 것도 쉽겠지요.
틀이 안 맞는 것은 [그림2]의 재고자산 주석사항이 그렇습니다. 제32(당)기의 반제품과 원재료의 평가전 금액에서 평가충당금을 더한 숫자가 장부금액과 안 맞습니다. 같은 해의 재고자산 평가전 금액의 합도 실제로 계산해보면 합계 금액과 안 맞습니다. 장부금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제31(전)기의 평가충당금 합계를 실제 내보면 합계금액과 차이가 납니다. 장부금액도 그렇습니다.
즉 재무제표 주석사항의 가로 합, 세로 합이 안 맞습니다. 1천원 차이이고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만 신입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와꾸'를 맞추라고 잔소리를 듣는 이유는 재무제표 정보이용자에게 숫자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사실 예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림1]의 재무상태표에서 보는 것처럼 웬만한 계정과목은 다 '기타~'로 묶였습니다. 기타유동채권, 기타유동금융자산, 기타유동자산…. 이 계정과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려면 재무제표 정보이용자는 주석사항을 반드시 찾아봐야 합니다. 그런데 재무제표 주석사항 숫자들이 재무상태표와 금액 단위도 다르고 이렇게 합계도 안 맞춰 놨다면 당연히 보기 싫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그림1]의 재무상태표에 기타유동금융자산이 약 633억원이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이 기타유동금융자산이 어떤 내역들로 구성돼 있는지 [그림2]의 주석사항 8번을 참고하십시오.
[그림2]의 주석사항 8번을 보면 기타금융자산이라고 돼 있고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기타유동금융자산의 내역은 단기대여금, 미수수익입니다. 금융자산이라 함은 보통 금융기관을 통해서 구입하는 주식, 채권으로 예상되는데 이 회사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재무제표 표시 방법은 회사가 정할 수 있으니 이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진짜 문제는 유동자산으로 분류된 기타금융자산이 주석사항에 약 28억원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분명 재무상태표에는 633억원이라고 돼 있는데, 나머지 605억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쯤 되면 재무제표 정보이용자는 맥이 풀리고 서서히 짜증이 날 것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숨어 있는 숫자를 찾아보니 어이없게도 이 숫자는 단기금융상품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주석사항에 묶여 있습니다. 단기금융상품은 [그림1]의 재무상태표에 아예 표시돼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현금 및 현금성자산 주석사항에 단기금융상품을 같이 묶어서 보여줍니다. 정작 단기금융상품은 재무상태표를 작성할 때 기타유동금융자산으로 분류했는데 말이죠.
소위 아귀가 전혀 안 맞는 재무제표입니다. 재무제표를 작성한 회사는 아마 이렇게 항변할 것입니다. 아귀는 안 맞지만 정보 누락 없이 재무상태표와 주석사항을 작성했고 숫자 차이가 있지만 미미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무자의 입장입니다. 상장기업의 재무제표가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시되는 기본적 취지는 주식투자자, 채권자 등 정보이용자들이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보이용자가 보기 불편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정보는 사용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는 막심한 손해입니다. 큰돈 싸들고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위 '와꾸'가 안 맞고 '레퍼'도 안 되는 재무제표 숫자들을 보며 신뢰성을 갖기 어려울 겁니다. 회사 스스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무려 50%를 초과합니다. 보유한 순금융자산만 1000억원이 넘고 3000억원대 매출액과 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훌륭한 코스닥 기업입니다. 안타깝게도 시가총액은 2000억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회계기준이 매년 개정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초를 더 탄탄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격언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Back to the basics(기본으로 돌아가라)!"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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