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인싸 놀이 VS 실검 어뷰징?..행운퀴즈가 뭐길래
출제, 참여 자유자재..인싸 퀴즈 등극
상금 먹튀, 얄팍 상술 비판도
대학생 김현지(23·여)씨는 요즘 행운퀴즈 참여에 푹 빠져 있다. 매일 오후 토스 알람을 확인해 어떤 행운퀴즈가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포털 실시간검색 기능을 동원해 문제를 푼다. 문제 한개 당 받을 수 있는 상금은 복불복이지만 맞혔을 때의 보람은 훨씬 크다. 김씨는 본인이 푼 행운퀴즈를 친구들에게도 실시간 공유한다. 친구들이 퀴즈에 참여해 상금을 받으면 김씨에게도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친구 10명이 상금을 500원씩 타내 한 번에 총 5000원의 상금을 벌었다. 이 뿐이 아니다. 김씨는 최근 행운퀴즈 출제자로도 참여했다.
김씨는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상금을 걸어 관련 퀴즈를 출제했다"며 "문제를 맞히는 것뿐 아니라 지인에게 공유할 수도 있고 직접 출제자로 나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흥 '인싸놀이'로 통한다"고 말했다.
2030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모바일 퀴즈쇼의 인기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퀴즈를 풀었을 때 느끼는 쾌감은 물론 소정의 상금 보상까지 주어지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익명, 비대면으로 퀴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간편함도 인기 지속의 비결이다. 최근 모바일 퀴즈쇼는 기존 형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양상을 띠고 있다. 출제자와 참여자의 구분이 불분명해졌고 정답 풀이에 포털 실검 기능을 보다 직접적·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모바일 송금 앱 토스가 지난 2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행운퀴즈가 대표적이다. 소비자의 영향력을 더 극대화한 참신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다양한 분야 여론이 반영돼야 할 실검을 오염시키는 과도한 상술이란 비판도 엇갈린다.
출제·공유·참여 자유자재...행운퀴즈 정답 실검 장악
지난 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토스 행운퀴즈는 토스 가입자가 직접 자신의 돈을 상금으로 건 뒤 퀴즈를 만들어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모바일 퀴즈쇼다.
행운퀴즈는 퀴즈를 만들고, 풀고,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등 총 세 가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출제자가 내거는 상금의 총액과 퀴즈 응시인원에 제한은 없다. 개인이 행운퀴즈 한 건 당 받을 수 있는 상금은 대개 몇백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퀴즈를 친구들에게 공유하면 공유 받은 친구가 퀴즈를 풀고 상금을 받았을 시 본인도 동일하게 상금(퀴즈별 최대 500원까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많은 지인들에게 행운퀴즈의 존재를 알리고 공유할수록 이득을 얻는 셈이다.
행운퀴즈 문제들과 정답은 매번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다. 실제로 지난 1일 네이버와 다음의 주요실시간검색어에는 '토스 행운퀴즈 정답'과 '토스 연잎핫도그', '토스 피자헛 순삭' 등 행운퀴즈 관련 키워드가 1,2위를 기록했다. 이날 토스 행운퀴즈 홈페이지에는 '네이버에서 연잎 핫도그를 검색했을 때 연관검색어 3번째는 뭘까요?', '네이버에 피자헛 순삭을 검색해보세요'란 문제가 출제됐다.
사업자, 소비자 구분 없이 토스에 가입돼 있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직접 문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유형이 기상천외하고 난이도가 제각각이다. '피자헛 순삭'이나 '연잎핫도그'처럼 특정 브랜드의 상품명과 관련한 문제들이 많지만 '트와이스 다현의 생일은?' '김재환 사랑해' 등 아이돌과 관련한 문제, '곰은 사과를 어떻게 먹을까' 등 난센스 퀴즈들도 다수다. '네이버에 000을 검색하세요'와 같이 포털에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검색해야만 맞힐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에 정답을 알고싶은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이를 포털에 검색하다보니 행운퀴즈 정답과 관련한 키워드가 실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행운퀴즈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까지 포털 검색어에 오른 것을 보고 덩달아 검색하니 일석이조의 홍보 효과를 누린다.
재미·홍보 일석이조...밀레니얼 세대 '인싸놀이' 등극
사실 상금을 수반한 퀴즈 플랫폼은 미국과 중국에서 한 차례 인기를 휩쓸다 지난해 한국에 상륙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가토 지난해 2월 출시한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가 대표적이다. 평일 저녁과 주말 정해진 시간에 스트리밍의 형식으로 진행돼 현재까지도 일평균 7만~8만명이 이용 중이다.
최근 등장한 토스 행운퀴즈는 플랫폼 업체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존 모바일 퀴즈쇼의 방식을 뛰어넘어 퀴즈에 참여하는 플랫폼 이용자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직접 문제 출제와 공유, 응시에 관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간편 송금에서 더치페이, 서포트 모금 등 송금의 범위와 맥락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이벤트"라며 "현재 토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1200만명 이상으로, 지난 2월 행운퀴즈 서비스를 실시한 뒤 매일 평균 10개 이상의 행운퀴즈들이 꾸준히 출제되고 있으며 상금 규모에 따라 퀴즈별로 참가자 수가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 넘게 기록하기도 한다. 토스 이용자라면 누구든 가볍게 참여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정준환(가명·33)씨는 "퀴즈를 푸는 소비자 입장에선 승부욕과 재미, 소정의 상금을 통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신규 사업자나 신제품을 알리고 싶은 대기업 등 퀴즈 출제자 측 입장에서도 포털 실검 장악 등을 통해 만족스러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개인이든 단체든, 사업자든 다양한 목적으로 퀴즈를 활용할 수 있게 이용자들에게 재량권을 많이 줬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최근 신규 가게를 창업하는 자영업자들이 행운퀴즈를 인지도 마케팅에 많이 활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기업, 금융, 유통업계에서도 행운퀴즈를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피자헛은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할 때마다 수천만원 상금을 걸고 관련 행운퀴즈를 출제한다. 하나은행 역시 최근 토스와 제휴를 맺은 적금 상품과 관련한 행운퀴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는 행운퀴즈가 놀이 문화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대학생 성혜인(가명·21)씨는 "팬덤 차원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이나 아이돌의 데뷔일을 기념하거나 친구들끼리 소정의 상금만 걸고 난센스 퀴즈를 출제하고 풀며 즐긴다"며 "심심하면 행운퀴즈 알람을 확인해 새로 뜬 퀴즈가 없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실검 노린 얄팍 상술"...상금 먹튀도
반면 일각에서는 이를 포털 검색을 활용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주부 최정미(40)씨는 "다양한 사회, 정치, 생활 이슈와 관련한 여론을 반영해야 할 실검에 행운퀴즈 정답이 번번이 오르니 한숨이 나온다"며 "대놓고 상금을 빌미로 인위적으로 실검을 조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검색 마케팅 효과만 누리려 퀴즈를 개설했다가 포털 검색어에 키워드가 오르면 돌연 상금을 주지 않고 퀴즈를 종료해버리는 등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행운퀴즈 정답이 빈번히 실검에 오르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재도 프로그램(퀴즈 업데이트) 간격에 일정 제한을 두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보다 강력한 제한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운퀴즈를 악용하는 경우에 관해서는 "사용자가 '신고하기' 버튼을 통해 적절하지 않은 퀴즈들을 신고할 수 있다"며 "토스 팀은 신고 내용을 살핀 뒤 악용 케이스라고 판단될 시 내부 정책에 따라 퀴즈를 삭제하거나 경우에 따라 퀴즈를 출제한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 권한을 차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상술과 사업자의 지나친 어뷰징 전략, 상금 배팅 등으로 서비스의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하려면 토스 등 모바일 퀴즈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들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필터링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용자들에게 공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퀴즈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실검 마케팅 자체가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소비자들의 이목과 선택을 끌 수 있게 홍보하는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면서도 "다만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을 기만하지 않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업체들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제재 방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를 소비자와 사업자가 모두 잘 확인할 수 있게 공지한다면 악용 사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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