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하게 써야 하는 '성격의 장단점' (2)

홍성용 2019. 5.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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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뒤로 넘어져도 합격만 하면 된다' '모로 가도 합격만 하면 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스펙은 더 이상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린 자기소개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자소서로 합격을 만들어 냅시다. 합! 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직 기자가 코치하는 특급 자소서-10] 지난 회차에 '성격의 장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살펴봤다. 내 주변에서 말하는 나의 장점, 혹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써 내보이는 게, 절대 아니라고 했다. 회사 입장에서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와 비전에 유사하게 들어맞는 내 성격을 최대한 적어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신(新)사업 동력을 찾아 헤매고 있는 회사일 경우, 나의 적극성이나 친화력, 진취적 성격을 드러내는 식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단점은 그렇다면 어떻게 쓰는 것일까를 알아보자. 단점을 쓰는 것은 정말로 단점을 쓰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1) 회사 직무와는 큰 연관성이 없는 내용을 쓰는 것이다. 사실 어떤 단점이 직무와 연관이 없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그런 단점은 애당초 쓸 생각도 말아야 한다. 2) 단점은 내가 미리 인지했고, 그 뒤 노력해서 극복했다는 내용을 써놓는 것이 좋다. 누가 보더라도 "와 이런 단점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라는 말이 나올 단점을 단점이랍시고 쓰는 건 광(속)탈(락)이다.

하나 더 보태면 3) 나에겐 단점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서술하는 게 좋다. 가령 '신중함'이라는 태도가 나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땐 모험을 선택하지 않는 장점으로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먼저 회사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내용을 쓰지 말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가령 고객을 응대하는 영업직군이나 혹은 은행에 지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저는 약속 시간에 곧잘 늦곤 합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과 깊이 있게 관계를 맺기 때문에 친구들은 이해해주는 편입니다" 어떤 느낌이 드나. 마치 나의 단점을 또 다른 장점으로 덮는 느낌이 드나. 절대 아니다. 명심해라. 약속 시간에 늦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코리안 타임'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도 그렇다. 5분, 10분 늦는 것이 고객을 접대하거나 응대해야 하는 직군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그런데 사실 그런 특수직군이 아니더라도 저런 단점을 안 쓰는 게 좋다. 누가 좋아하겠나. 약속도 안 지키는 놈이 쯧쯧 혀를 찰 뿐이다. 세상 어떤 일이든 다 누군가를 상대하게 돼 있다. 절대 쓰지 마라).

둘째로 극복 가능한 단점을 쓰는 것은 어떻게 쓰면 될까. "평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학창 시절에 여러 일을 도맡아하게 됐다. 어떤 일이라도 맡기면 최대한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성격을 사람들이 알아줬기 때문이다. 다만 일이 너무 많이 몰려 과부하가 걸리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상황에 따른 A, B, C 기준을 정해두고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지 않는 대화법을 연구했다. 기준에 맞지 않으면 완곡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정량의 일에 더욱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럴듯하지 않나. 중간에 자화자찬도 곁들여졌다. 그러니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게 융화됐는데, 그것마저 고쳤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셋째는 사람에 따라서 장점으로도 인식할 수 있는 단점을 쓰는 것이다. '신중함'의 예시를 들어보자. 신중함은 사람에 따라서는 속도감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빠른 취사선택이 필요하거나, 업무 특성상 속도가 더 필요할 때는 쓸데없는 신중함은 보이지 않는 게 오히려 회사에 유익하다. 다만, 그런 경우엔 리스크를 많이 떠안아야 한다. 신중한 사람은 가능한 선택지 중에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 그러니 신중함은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겐 장점이 될 것이다. 이 경우에 우린 이렇게 써볼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에서는 신중함이 단점이라고 쓰면서, 하지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것이다.

단점을 쓰는 세 가지를 살펴봤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두 번째다. '극복 가능한 단점 쓰기'.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다.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개선 가능성이 보이는 단점이고, 스스로 그 단점을 인지한 뒤로는 부단히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서술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어떻게 보겠나. "음, 이 친구는 자기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구먼" 사실 이 정도 느낌 외에는 없다. 이 단 한 줄의 느낌을 위해 우리는 그렇게 새벽부터 울어댔던 것이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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