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장애인 고용 미흡"일침에 "무조건 수용" 화답한 최태원

변태섭 2019. 5. 2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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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공동 창업한 국내 벤처 1세대이자, 최근 승차 공유서비스 '타다'를 두고 이재웅 쏘카 대표와 설전을 벌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민간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은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10년 전에 달성한 내용"이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해온 최 회장에겐 장애인 의무 고용 미준수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셈인데, 후배 기업인의 따끔한 지적에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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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밸류커넥트 2019'서 뜻깊은 공감

이재웅과 ‘타다’ 설전한 김정호 대표와“사회적 가치 경영 대세” 이심전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 행사에서 참가자 발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분야에서 굉장히 잘 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이란 전공필수과목은 이수하지 않았다.”(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좀 당황했지만 맞는 말씀이다. 이제 무조건 하라고 하고, 그 다음에 더 좋은 방법을 찾아 하겠다.”(최태원 SK그룹 회장)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공동 창업한 국내 벤처 1세대이자, 최근 승차 공유서비스 ‘타다’를 두고 이재웅 쏘카 대표와 설전을 벌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민간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은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10년 전에 달성한 내용”이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해온 최 회장에겐 장애인 의무 고용 미준수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셈인데, 후배 기업인의 따끔한 지적에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베어베터는 2012년 5월 설립된 사회적 기업으로, 중증장애인 300여명을 고용해 쿠키 등을 제작 판매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시 1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은 직원의 3.1%를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여한 김 대표는 “예전에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워둬도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를 큰 범죄행위로 여긴다”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 회장의 장녀인 윤정씨가 결혼할 때 하객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며 베어베터를 찾아왔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라고 운을 뗀 뒤 “사회적 가치 경영을 선도하는 SK그룹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은 굉장히 민감하다”며 장애인 고용 확대를 촉구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다양한 방법이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협력ㆍ교류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SOVAC에서 SK그룹에게 사회적 의무부터 준수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뜻에 따라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전략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그간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DBL은 기업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이윤)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기법이다. 최 회장이 판을 짠 이날 행사에는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행복나눔재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양대, 수퍼빈 등 80여개 기관ㆍ단체가 참가했다. 당초 행사 참여 예상 인원(2,000명)보다 두 배 많은 4,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최 회장은 김 대표의 지적에 즉각 수용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 계열사들이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사내 문화가 있어 장애인 고용 문제도 스스로 풀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무조건 하라고 하고, 그 다음에 더 좋은 방법을 찾아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현저히 낮은 605개 기관ㆍ기업 명단을 공표했는데, 여기에 SK하이닉스 자회사인 SK하이이엔지(장애인 고용률 0.87%)와 SK텔레콤 자회사인 엔에스오케이(1.31%) 등 2개 회사가 포함됐다.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기업이란 불명예를 안게 되자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근 각 계열사에 “올해부터는 장애인 의무 고용률 미달기업이 없어야 한다”는 특명을 내렸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 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환경과 고용, 일자리 창출, 세금을 더 내는 문제 등 모든 게 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연관돼 있다”며 “기업의 경영전략 측면에서도 어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담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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