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vs경쟁 20편, 거장들 넘고 韓최초 황금종려상 받을까(중간결산②)[72회 칸영화제]
[OSEN=칸(프랑스), 하수정 기자] 한국 영화 기대작이자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기생충'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주연 배우들 모두 프랑스 칸으로 출국을 마쳤다.
지난 19일 '기생충'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등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프랑스 칸으로 출국했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보다 하루 일찍 칸에 도착했으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프랑스 칸으로 향하면서 현지 분위기도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은 애초 19편이었다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가 추가되면서 총 21편으로 확정됐다.
한국 영화 중 유일한 경쟁 진출작인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넷플릭스 시리즈 '옥자'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번 경쟁에 진출해 "역시 봉준호"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이어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칸영화제 기간 발간되는 영국의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지는 최근 '기생충'의 포스터와 함께 공식 상영 날짜와 시간 등을 기재했다. 스크린 데일리의 표지를 장식했다는 점은 칸 현지에서도 봉준호의 신작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는 무려 3페이지에 걸쳐 봉준호 감독 관련 특집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며, '기생충'을 자세히 다뤘다. 2013년 '설국열차'를 내놓기 전부터 계획했던 작품이라고.
한국 영화가 아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이 없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선댄스국제영화제 등에서 심사위원으로 작품을 심사한 경험이 있는데, 수상작을 선정하기까지 정말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수상하기 위해선 정말 운이 좋아야한다는 것을 안다. 나와 배우 송강호는 아카데미 시상식 회원이고, 후보 선정과 수상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이나 오스카상을 타는 건 시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알고 보면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아카데미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 수상작 선정 과정은 모호한 데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기생충'과 함께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거장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한 마디로 라인업이 쟁쟁하다.
개막작인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The Dead Don't Die)는 미국의 작은 마을에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좀비물이며,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틸다 스윈튼, 셀레나 고메즈 등이 출연한다. 수식어가 필요없는 세계적인 거장인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Sorry We Missed You)'도 관심 작품이다. 켄 로치는 2016년 개봉한 전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3번째 경쟁 진출작 '어 히든 라이프(A Hidden Life)', 경쟁 부문에 6번이나 진출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다. 벨기에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의 8번째 경쟁 진출작 '영 아메드(Young Ahmed)'도 주목 받는 작품 중 한 편이다.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감독의 3번째 경쟁 진출작 '마티아스 앤드 맥심(Matthias & Maxime)'은 남자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고, 브라질 출신 클레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의 '바쿠라우(Bacurau), 오스트리아 출신 여성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리틀 조(Little Joe)', 말리 출신의 프랑스 감독 라지 리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루마니아 출신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의 '더 휘슬러스(The Whistlers)' 등도 경쟁 진출작이다.
미국 아이라 잭스 감독의 '프랭키(Frankie)'는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으로 나섰고,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오 머시!(Oh Mercy!)는 레아 세이두와 사라 포레스티에가 주연을 맡아 연기가 기대되고 있다. 이탈리아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더 트레이터(The Traitor)', 중국 출신 디아오 이난 감독의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The Wild Goose Lake), 세네갈 출신의 프랑스 여성 감독 마티 디옵의 '아틀란티크(Atlantiques)', 프랑스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Portrait of a Lady on Fire)',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의 '잇 머스트 비 헤븐(It Must Be Heaven)', 프랑스 출신 여성 감독 쥐스틴 트리에의 '시빌(Sibyl)' 등도 경쟁 부문에 진출해 눈여겨 볼만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in Hollywood)'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드림팀'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후반부 영화제를 달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튀니지 출신의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Mektoub, My Love: Intermezzo)'는 프랑스 소설이 원작이며, 이 감독의 전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2013년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칸영화제는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으로는 테렌스 맬릭('트리 오브 라이프'), 쿠엔틴 타란티노('펄프픽션'), 켄 로치('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르덴 형제('로제타', '더 차일드'), 압델라티프 케시시('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자비에 돌란은 2016년 '단지 세상의 끝'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엘리아 술레이만은 2002년 '신의 간섭'으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여성 감독은 총 4명이다.
칸영화제가 중반부에 돌입하면서 경쟁 작품에 대한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외신에 따르면 개막작인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 라지 리의 '레 미제라블' 등은 평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반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는 꽤 호평을 얻고 있으며,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도 기대작이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제66회 칸영화제에서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Safe)'가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긴 했으나, 장편 부문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9년 동안 본상 수상이 끊긴 가운데, '기생충'의 후반부 레이스가 궁금해지고 있다.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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